한재림: 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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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등을 쓰고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네번째 영화. 조선 왕조 최초로 반정을 일으켜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이 안평대군과 김종서등 반대 세력을 숙청한 계유정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팩션 무비다. 관상이라는 능력을 통해 인물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주인공을 통해 수양대군의 반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계유정란의 뒷얘기를 그리고 있는데, 사실 아무런 배경도 능력도 없는 선비 하나가 관상 하나만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고, 더 나아가 관상을 본다는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 설정하여 팩션이 가지는 장르적인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 또한 영화가 가진 약점 중 하나이다. 조정석이 연기한 김팽헌만이 시대극이 걸맞는 해학을 간간이 보여주고 있을뿐, 등장인물들 또한 단편적으로 일차원적인 수준에서 묘사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수양대군의 경우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인조나 선조같은 경우 반정을 일으켜 몰아낸 왕들을 사후 ‘군’으로 강등한 것에 비해 단종은 후에 복권이 되고 무속 신앙에서는 신으로까지 떠받들어 진 것을 보면 수양대군의 반정와 왕위찬탈이 왕권 강화와 신권 약화라는 순기능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반정 이후 사육신과 생육신등 유교 윤리에 입각해 세조의 왕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세력 또한 양면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수양대군을 난폭한 악역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크게 무리가 있어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아무튼, 수양대군을 악역으로 그리기로 작정했다면 조금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도 좋았을 터인데 그저 살육을 좋아하고 왕권만을 탐하는 포악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역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인 것 같다. <신세계>에서 절정을 보여준 이정재가 적절한 캐스팅이었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는 얇은 선을 가진 얼굴 속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가진 역할을 연기할 때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 배우다. 김혜수가 연기한 기생 연홍이나 백윤식이 연기한 김종서 역시 마찬가지다. 연홍은 김혜수가 배우로서 가진 매력조차 살리지 못하는 느낌이고 김종서는 수양대군이라는 절대 권력에 대항하는 포스를 보여줘야 했을텐데 그러한 아우라를 풍기지 못한다.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김내경 역시 분전은 하고 있지만 송강호로만 보일 뿐 조선시대의 격랑기를 몸으로 겪어낸 한 초로의 선비로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읽는 재미는 배우들의 연기나 영화의 서사구조에서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현 시대의 상황과 조응할 때 비로소 발생한다. 시대극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 숨어 현재의 시대 상황을 풍자하고 비판하려는 시도는 <광해>  에서도 읽을 수 있는데, 아마도 대선 직후 <레 미제라블> 이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한 “힐링 효과” 에 주목했는지도 모른다. 허탈함에 시달리는 관객들에게 이상적인 왕의 모습을 제시한 <광해> 나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상>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설정 역시 현 시대를 반영해서 현실을 환기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가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법은 <광해> 의 광대처럼 해학과 풍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뜻일까. 현 시대의 광대를 자처하는 영화가 풍자의 역할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영화가 가진 재미나 완성도를 따지기 전에 분명히 생각해 볼 지점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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