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lle Monae: The Electric Lady

스트리밍 세상은 음악의 구조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30초만에 그 노래의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한다. 3분안에 두세개의 테마를 몰아 넣고 어설프게 이어 놓은 뒤 하나의 곡이라고 우겨도 말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후크송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5분이 넘는 곡을, 그것도 70년대 스티비 원더나 어스 윈드 앤 파이어등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전통적인 구조의 펑크/디스코 음악을 첫번째 싱글로 내세운다는 것은 분명 시대를 역행하는 행동일 것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앨범이 하나의 동일한 테마를 지닌 컨셉트 앨범이고, 그래서 이번에 발표한 세번째 앨범이 그 서사시의 네번째와 다섯번째 작품에 해당한다는 부제를 달고 출시가 된다면, 너무 무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인류를 억압하는 세력으로부터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28세기에서 21세기로 보내진 안드로이드 인간 Cindi Mayweather, 혹은 Electric Lady 1호로 불리우는 인물로 분한 채 펑크부터 알엔비까지, 디스코부터 최신 힙합까지 넘나들며 음악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이 젊은 여성 뮤지션의 최신 앨범을 듣다 보면, 현재 전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대담하고 또 가장 창의적이며 가장 큰 스펙트럼을 가진 아티스트의 가파른 성장곡선을 온몸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어진다.

Janelle Monae 의 새앨범 <The Electric Lady> 의 인트로는 스티비 원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시작하고, 앨범의 첫번째 곡을 함께 부르는 사람은 무려 Prince다. Monae 의 영혼의 파트너 Erykah Badu 는 이번 앨범에서도 기꺼이 목소리를 빌려준다. 요즘 잘 나간다는 Miguel과는 슬픈 안드로이드의 사랑을 노래한 로맨틱한 곡 “Primetime” 에서 올해 최고의 싱글을 함께 만들어냈다. Esperanza Spalding 도 힘을 보탠다. Monae 는 실험적인 사운드를 잔뜩 끌어들인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노골적으로 과거로 회귀한다. 그녀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자신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흑인 음악의 굵은 계보 위에 놓고 싶어 하는 야심이 보인다. 즉 과거의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레퍼런스로 활용하면서도 그 위에서 얼마든지 창의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진하게 뭍어 나옴과 동시에 그 완성물 자체로 미래의 음악들에게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로 기능하고 싶어하는 욕심까지 서슴치 않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그녀의 그러한 시도는 거의 완벽한 성공에 가까운 성취를 이루어내고 있다.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테마를 흔들리지 않고 잘 간직한다. 28세기에서 건너온 안드로이드라는, 제 3자의 시선을 획득한 상태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고루 비추는 그녀의 가사는 결코 비관적이지도 않으며 냉소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턱대로 희망을 이야기하거나 무딘 칼날을 억지로 들이대지도 않는다. 굳건한 주제 의식 위에서 사운드는 모든 방향으로 춤을 춘다. 흑인 음악이라고 불리우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 거의 모든 장르를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스킷을 제외하고도 15곡에 달하는 크고 무거운 규모의 앨범이 후반부로 치달아도 결코 힘이 달리지 않도록 호흡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 귀가 즐거우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현재 나오는 모든 음악들중 가장 창의적인 음악을 경험하면서도 끊임없이 과거를 회고하게 되는, 신비한 경험을 선사하는 소중한 앨범이다.

특유의 헤어스타일을 고수한채 항상 단정한 옷을 입고 전통적인 빅밴드를 대동하고 무대에 오르는 그녀는 단순히 키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비급 뮤지션이 아니다. 흑인만이 가질 수 있는, 흑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들 음악의 역사적 흐름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현명하고 사려깊은 아티스트다. 캔자스 시티의 노동자 계급에서 성장한 그녀는 자신의 이웃들이 스티비 원더, 마빈 게이, 심지어 프린스의 음악에서 희망을 찾고 흥겨움을 유지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녀는 백인들에게 비틀즈, 롤링 스톤즈,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듯이 흑인들에게도 그들의 “soul” 을 지켜줄 수 있는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고 믿었고, 비비 킹에서부터 주디 갈란드, 스티비 원더에서부터 마빈 게이까지 알엔비와 소울 음악의 뿌리들을 자신의 음악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으며 자라왔다.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그런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언급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최근 서부 공연 일정이 그녀의 목 상태가 악화되면서 취소되었는데, 스포츠 선수도 아니고 음악인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도 거의 처음이지 싶다. 그녀에게 남은 단 하나의 숙제는 철저한 건강 관리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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