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Pierre and Luc Dardenne: The Kid with a B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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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제] 에서 비윤리적인 아버지를 보며 갈등을 거듭하던 소년은 더 자라 [더 차일드] 에서 자신의 아기를 버리려는 시도를 하다가 참회의 눈물을 흘린 어린 아버지가 되고, [자전거를 탄 소년]에서 결국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자전거를 탈 정도로 성장한 자신의 아들을 포기하고 만다. 물론 이 세 영화는 내용이 이어지지 않으며 연작도 아니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가 사랑하는 벨기에 배우 제레미 레니에가 연기하는 각기 다른 세 캐릭터는 모두 하나의 인물의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남자는 거친 환경에 노출된 채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자신 역시 거친 환경의 일부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의 피를 물려 받은 새로운 소년, 시릴에게 허락된 유일한 재산은 낡은 자전거 한대 뿐이다.

이 영화는 굉장히 단순하다.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과 같이 그 어떤 화려한 카메라 무빙도 없으며 그 흔한 배경 음악 역시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이 형제의 영화에서 음악이 나온 것은 아마도 최초같은데, 나는 이 음악이 연극의 장과 장 사이를 구분 짓는 두터운 막의 오르내림이라고 받아 들였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배경 음악은 아닌 셈이다) 이들의 카메라는 늘 한대, 주인공의 뒷통수를 쫓아가며 그들의 거친 숨소리를 그저 담아낼 뿐이다. 시릴은 아버지를 갈구하지만 아버지는 그를 거부한다. 마음 둘 곳이 없는 이 가여운 소년에게 법적 보호자인 사만다의 존재는 완전치 않아 보인다. 갈등하고 방황화는 와중에 죄를 짓게 된다. 거친 환경에 노출된 어린아이 -혹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성인- 가 저지르게 되는 미숙한 잘못과 그에 대한 속죄는 늘 다르덴 형제의 주요 테마였다. 시릴 역시 죄에 대한 보속을 충분히 받는다. 그리고 그 죗값이 치루어지는 순간 영화는 마술처럼 기적을 선보인다. 아마도 최근 몇년간 본 모든 영화들을 통틀어 최고의 엔딩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마지막 씬은 평생 삶과 영화를 고민해온 거장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은혜로운 가르침이다. 영화는 기적이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소년은 뛰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얻어) 탄다. 이 소년이 뛴다는 것은 그의 갈등과 갈망을 상징한다. 그는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인 자전거에 집착한다. 자전거를 훔친 다른 소년을 쫓아가거나 사만다로 상징되는 가족에서 벗어나려고 애쓸때 그는 뛴다. 차를 얻어 탄다는 것은 소년이 성인의 세계로 다가가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을 상징한다. 사만다의 차 안에서 그는 늘 불안해 하고 반항하며 고통스럽게 슬퍼한다. 죄를 짓는 순간에도 그는 차를 얻어 타는데 그의 얼굴에는 거친 세상에 치인 어른의 피곤함이 언뜻 느껴진다. 자전거는 시릴에게 완전히 얻고자 하는 가족의 사랑으로 기능하는 것 같다. 그는 아버지의 부재를 고통스럽게 받아 들이지만 자전거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엔딩씬이 그와 자전거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에게 자전거는 살아가야 할 이유이며 목적이다. 그 자전거를 이용해 차코일을 실어 날라야만 하는 것이다. 피를 흘리면서도, 뇌진탕에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이 소년은 차코일을 사만다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자전거를 운전한다. 사만다 역시 그에게 자전거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처음엔 아니었겠지만 아마도 이제는 그럴 것이다. 처음 아버지를 찾아 갔을때 벽 위로 소년을 밀어 올린건 사만다였다. 아버지가 떠나고 비어버린 방을 혼자 애타고 노크하던 소년은 이제 사만다가 함께 옆에서 노크해 주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두번째로 아버지를 찾아 갔을때 소년이 지탱하던 것은 자전거였다. 그에게 자전거는 이제 곧 사만다가 될 것이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자전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만다와 자전거를 바꿔 타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기적이다. 극도의 리얼리즘을 구사한 영화에서 삶의 기적을 맛보는 체험 자체가 기적이다. 이제는 다르덴 형제가 더이상 할 말이 없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잠시나마 품었던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들은 새로운 경지에 다다랐고, 어쩌면 이 작품이 이들의 작품세계에서 한 절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 영화에 삽입된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5번 “황제” 2악장이다. 다르덴 형제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소년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고 소년의 감정이 변하는 시점, 혹은 쉼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에서 음악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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