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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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대프트 펑크가 마냥 신나고 재미있는, 재기 넘치는 장난꾸러기 천재 이미지였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유난히 엄숙한 분위기가 많이 느껴질 정도의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일종의 선언과도 같은 이번 앨범이 아마 이들의 커리어에서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클 것이다. 2000년대를 지배한 두 장르, 힙합과 일렉트로닉에 각기 상주하고 있는 두 천재 칸예 웨스트와 대프트 펑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탈장르화를 시도하고 있다. 웨스트가 힙합이라는 알을 깨고 나와 다른 장르로 외연을 확대하는 식이라면 대프트 펑크는 댄스라는 장르 안에 다른 장르들을 끌어 들이는 방식의 통합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웨스트의 신작이 분열적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고 대프트 펑크의 음악이 댄스이면서도 록인 것도 같고 소울인 것도 같고 컨템프로리 재즈인 것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프트 펑크의 신작 [Random Access Memories] 는 대단히 선언적이며 야심차다. 기존의 앨범들이 가지는 스케일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이번 앨범의 덩치라던가 깊이가 유독 남다르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늘 헬멧을 쓰고 나온다. 이들의 음악 커리어 자체가 하나의 컨셉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로봇이 있고, 이 로봇 안에는 랜덤한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있다. 그런데 이 로봇이 영혼을 얻었다면? 그 로봇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접하게 되었을때 어떤 ‘감정’ 을 가지게 될까? 대프트 펑크의 지금까지의 앨범들이 로봇의 외적인 모양새, 혹은 내부에 있는 프로세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준 테크닉의 진수였다면 신작은 이 로봇이 영혼을 가지게 되었을때 일어날법한 사운드가 담겨져 있다. 이들이 이번 앨범에서 컴퓨터가 아닌 실제하는 악기들에 큰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따뜻한 사운드가 앨범을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며, 오래된 툴인 보코더를 앨범 내내 사용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시도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고, 이탈리아의 프로듀서이자 뮤지션, 예술가인 Giorgio Moroder 의 나레이션이 뜬금없이 나오는데 이 스포큰 워즈가 앨범의 주제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당연히 이해할 법한 현상인 것이다. 재미있는 사운드를 위해 소모적으로 쓰이기도 했던 가사가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가사가 앨범의 전면에 등장해 드럼 비트나 재미있는 루프에만 귀를 기울이지 못하게 한다.

이번 앨범에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대프트 펑크가 이번 앨범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장르의 통합, 즉 “영혼을 가진 로봇” 이라는 컨셉에 맞는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개중에는 물론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다. 예를 줄리안 카사블랑카부터 판다 비어까지 모조리 보코더를 씌어 버리는데 카사블랑카는 특유의 카랑카랑하고 건들거리는 색깔을 대부분 상실하고 밋밋해져 버리는 반면 판다 비어는 역시 판다 비어만이 가질 수 있는 넓은 공간감을 그대로 살리며 색다른 맛까지 전달해 주는 부가적인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대프트 펑크 안에서 모두가 평화로울 수는 없다. 이들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프트 펑크는 분명히 진화했고, 이번 앨범은 그들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남을 것이다. 앨범을 관통하는 컨셉, 그것을 구현하는 능력, 듀오 본연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 확고한 기준, 콜라보레이션 아티스트들과 협연에서 발견되는 조화로움, 그리고 음악적인 진화. 이 모든 것을 완전하지는 않지만 인상적인 방식으로 성취해 내고 있다. 단연코 올해 가장 중요한 앨범이 될 것이다. 가장 잘 만든 음반은 아닐지언정.

5 thoughts on “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1. jh 님이 올해 가장 잘 만든 음반이라고 생각하시는 음반은 무엇인가요?(궁금하여서..ㅎㅎ)
    ㅎㅎ 저는 이번 df 앨범을 들으면서 너무너무 훌륭해서 ‘best’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이건 그냥 저에게는 just dance하라는 선언과 같은 음반이라 best 가 아니면서도 best 일 수 밖에 없다는 그래서 다니 best 일 필요가 없는???? (저도 횡설수설)음반이라고 생각했어요. ㅎㅎㅎㅎ

    • 저 역시 ‘올해의 앨범’ 을 꼽으라면 지금까진 단연코 대프트 펑크를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엄청난 야심과 스케일을 가진.. 생각보다 훨씬 더 철학적인 앨범같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개인적인 선호도를 고려하면 다른 앨범을 선택할 것 같아요 ㅎㅎ

  2. 확실히 카사블랑카는 원래 그 목소리가 많이 없어진듯 한데.. 이번 스트록스 앨범도 좋긴 좋은데 카사블랑카만의 그 목소리가 없어진 느낌이에요…

    • 제가 한떄 카사블랑카와 스트록스의 빠돌이였던 적이 있기 때문에 최근 몇년간 부쩍 힘이 빠진 그의 목소리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카랑카랑하면서도 능글맞은 그 느낌이 너무 좋았는데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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