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ye West: Yeezus

칸예 웨스트는 점점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싱글이 아닌 앨범 단위로 음악을 ‘설계’할 수 있는 블랙 뮤직 아티스트는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설계의 규모가 자잘한 주택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빌딩이라면, 그가 설계한 건물 앞에서 압도당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그만큼 쉬울 것이다. 곡의 규모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는 하나의 단위가 가지는 느낌이 점점 축소되어 가고 있는 요즈음에 있어 대중성을 유지한채 대곡을 써내려갈 수 있는 칸예 웨스트의 능력은 분명히 축복받은 재능이다. 게다가 웨스트는 게으른 천재가 아닌, 끊임없이 모험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부지런한 천재에 가깝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깨끗하게 재정의내린 학교 3부작을 끝내고 내놓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은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있다. 그는 Bon Iver 와 같은 전혀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두려워 하지 않을 정도로 앨범의 컨셉과 그 컨셉을 구현하는 방식에 몰두하는 듯 보였다. 물론 “All of the Light” 와 같은 킬링 트랙들도 적절히 배치하면서 싱글 뮤직이 가지는 미덕을 무시하지 않는 현명함도 보여주었다.

2013년에 발표된 여섯번째 앨범 <Yeezus> 역시 컨셉 앨범이다. 앨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그의 관심은 서구 기독교 사회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흑인과 christianity 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접합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 관계는 예술계에서 자의식이 강한 흑인 아티스트의 경우 자신을 예수와 동일시한다던지 예수의 이미지를 비틀어 새로운 흑인 예수 상을 탄생시킨다던지 하는 식으로 발현되어져 왔다. 사실 메시지에서 이 앨범이 가지는 새로운 측면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앨범이 가지는 ‘덩치’ 가 매번 커져 왔기 때문에 그 점이 오히려 웨스트의 선택지를 좁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음악적으로 이 앨범은 굉장히 분열적이다. 분명한 컨셉을 가지고 있고 한권의 책을 읽는 듯한 뚜렷한 기승전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컨셉을 구현하는 방식은 각각의 노래들을 잘게 찢어서 으깨서 반죽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이 역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웨스트는 더이상 힙합이라는 장르에 묶일 수 없는 뮤지션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에 동원된 아티스트들 – 대프트 펑크, 본 이베어, 키프 – 의 면면만 봐도 그의 음악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는 예상을 능히 할 수 있는 바였다. 여러 매체에서 공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앨범은 에이펙스 트윈과 같은 엠비언트 뮤직에서 깊은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다분히 명상적이고 분절적이며 기존 음악 형식을 파괴하는 구조를 가진 곡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앨범이 가지는 컨셉과 맞아 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곡들의 형식 자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웨스트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어 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는 ‘훅’ 이 너무 부족하다. 4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하나의 길고 독립된 흐름을 가져가려는 의도와 각각의 노래들이 가지고 있는 분열적이고 집중할 수 없는 흐름이 상충되며 지루함을 선사한다. 마땅히 싱글 커트할 곡이 없어 보이는 것도 (아마 웨스트가 의도한 것이겠지만) 이 앨범이 가지는 큰 약점중 하나다. 이 앨범을 몇번 반복해서 듣고 나는 피카소가 생각났다. 웨스트가 음악계의 피카소다, 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피카소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어느 순간 갑자기 팍! 하고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천재였지만 계속해서 그림을 꾸준히 그렸다. 웨스트 역시 다작을 하는 천재다. 그의 어떤 시도는 완벽한 실패였고, 어떤 시도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앨범 하나 하나가 가지는 중요성보다는 이 아티스트가 나아가는 전체적인 방향을 더 중요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롭게도 올뮤직의 리뷰에는 살바도르 달리가 언급된다. 나만 이 앨범을 “추상과 구상 사이의 어떤 그림” 으로 받아들인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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