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mpire Weekend: Modern Vampires of the City

File:Vampire Weekend - Modern Vampires of the City.png

한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작 <Contra> 가 매우 좋은 앨범이었다는 사실이다. 챔버팝에 아프리칸 리듬을 “끼얹은” 이들의 메이저 소포모어 앨범은 대성공이라고 할 정도의 음악적, 대중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컬럼비아의 평범한 대학생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큰 페스티벌의 서브 헤드라이너 정도로 성장한 이들이 당연히 세번째 앨범을 제작함에 있어 꽤 큰 압박을 받았음은 자명하다. 이들은 영특하고, 재기 넘치며, 그와 동시에 음악을 즐길 줄 하는 여유로움과 현명함까지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때문에 세번째 스튜디오 앨범 역시 크게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Modern Vampires of the City> 에서는 몇가지 변화가 눈에 뜨인다. 첫째, 플릿 폭시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들의 음악은 중세로 회귀하고 있다. 플릿 폭시스가 60년대 포크 음악에 중세의 바로크적 느낌을 “끼얹는” 식이었다면 뱀파이어 위켄드의 최신작은 여전히 경쾌한 아프리칸 리듬을 바탕으로 하는 챔버팝에 중세적인 코러스를 덮어 버려서 음악의 층을 두텁게 하는 식이다. 맥북 프로를 이용해 보컬을 중첩시키게끔 하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Worship You”와 같은 곡에서 도드라진다. 여기에 더해 중세 시대의 화성악을 연상시키는 건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깊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제법 그럴듯하게 연출해 내고 있다. (“Hudson” 에서는 노골적으로 중세 음악식의 코러스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시도는 전작의 “Giving up the gun” 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이 곡만 전작에서 유난히 널찍하고 텅 빈듯한 사운드 스케잎을 보여 줬었다. 신작에서는 꽤 많은 곡들의 스케일이 몰라보게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하지만 모든 곡에서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번잡스럽고 정돈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어떤 곡에서는 여전히 장난끼가 다분한 이들의 데뷔 앨범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 다음 곡에서는 웅장한 건반과 (아프리칸 리듬이 아닌 중세의 행진곡을 연상시키는) 빠른 템포의 리듬 파트가 등장하며 스케일을 갑자기 키워 버린다. 청자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 주어야 할지 가끔 혼란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달콤한 훅으로 넘치며 가사 역시 익살 맞다. 쉽게 무시할 수준의 앨범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앨범이 이들의 커리어에서 최고라고 기록될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필모그래피에서 꽤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받을 여지는 다분히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더 치열하게 고민을 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 이들은 미국 동부의 인디 무비만이 가질 수 있는 회색빛 유머 감각을 뻥하고 키워서 헐리우드의 팝콘 무비를 만들 수도 있음을 증명해 내고 있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깊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이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은 이지 리스닝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면 지금도 충분하다. 나에게 있어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은 아무래도 그 다음 레벨 쯤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칸 리듬을 포기하면서 까지 이렇게 스케일을 키울 필요가 있었나 싶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여전히 좋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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