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ional: Trouble Will Find Me

The National 정도 되는 밴드라면 이제 한번쯤은 쉬어가도 괜찮을 정도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고 할 수 있다. 한번쯤 삐끗해도, 한번쯤 범작을 내놓아도 그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난 세장의 메이저 앨범은 굉장했다. 가지런한 호흡과 빠른 보폭이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폼새를 지니게 만들었던 지난 세장의 앨범에서 The National 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채, 혹은 정체성을 완성했고, 그 음악으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중 하나로 떠올랐다.

전작 <High Violet> 투어 기간중 완성된 두명의 기타리스트의 데모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앨범은, 지난 투어 기간이 “밴드 역사 10년에 있어서 가장 만족할 만한 정신적 상태” 를 제공했다고 밝힌 만큼 굉장히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시작하고, 또 끝을 맺는다. 전작 <High Violet> 이 꿈틀거리는 밴드의 생명력을 극대화시킨, 어쩌면 약간 멈칫거리게 만들 정도의 공격성을 띤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마치 이들의 음악이 슬로 코어로 선회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히 느리고 감미롭게 진행된다. 건반과 어쿠스틱 기타를 적극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리듬 파트의 적극적 사용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의 음악은 항상 테크닉한 부분보다는 감성과 이미지로 먼저 이야기되었다. 이번 앨범 역시 이들이 전체적으로 잡고 있는 테마와 이미지에서 따뜻한 파스텔 톤이 느껴지기 때문에 청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의 가사는 여전히 서늘하고 한번쯤 더 생각하게끔 하는 묵직한 맛이 있지만, 최소한 이들의 음악은 잔뜩 힘을 뺀, 하지만 훅만큼은 놓치지 않는 장인의 어떤 가지런한 기품을 느끼게 한다. 이는 단순히 밴드의 핵심 멤버인 기타리스트 (이자 키보디스트이고 프로듀서이기도 한) Aaron Dessner 의 딸이 태어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이들은 서늘한 기품에 더해 따뜻한 감성까지 적극적으로 획득하러 나서기 시작했다.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른 이들의 음악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앨범의 커버 디자인은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디자이너 윤보현의 설치 작품이다.

http://nothingmajor.com/journal/370-the-installation-behind-the-new-national-album-cover/

2 thoughts on “The National: Trouble Will Find Me

  1. trouble will find me 처음 들을땐 별로였는데 듣고나서 4개월은 지난 오늘 다시들으니 반하겠더군요
    aligator를 뛰어넘는 음반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음반은 너무 완벽해서 못 뛰어넘어도 이해는 됩니다

    • 저도 처음 들었을땐 너무 짧은 러닝타임과 훅이 좀 부족한 듯한 곡들때문에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요, 자꾸 듣다 보니 역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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