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at K-Art Hall, Seoul

여자친구의 친구의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이 공연을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전혀 계획에 없던 공연을 공짜로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0원보다 더 큰 가치를 나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그게 비록 epsilon 만큼일지라도 플러스는 플러스니까. 문제는 이 공연의 티켓 가격을 온전히 다 치루고 온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겠느냐는 것이다.

5만 5천원. 이 공연을 인터파크에서 예매했을 때의 티켓 가격이다. 실제로 가본 케이 아트홀은 아주 좋은 공연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크지 않은 규모에 적절한 수준의 음향 시설과 편안한 좌석을 가지고 있는 공연장을 대관하려면 그정도 가격을 책정해야 수지타산이 맞을 수도 있다. 옥상달빛 정도 되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뮤지션은 물론 나흘 연속 서울 공연에서 몇백석 규모의 공연장 좌석을 솔드아웃시킬 수 있을 정도의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 공연을 5만원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학생들, 혹은 옥상달빛이 데뷔 초반 타겟으로 삼았던 88만원 세대라면, 이거 뭔가 심하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옥상달빛은 유희열의 전폭적인 서포트로 ‘뜬’ 뮤지션이다. 이들이 현재 음악계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같은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해 아직도 언더에 적을 두고 있지만 간간히 공중파 방송에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밴드라는 정보 정도뿐. 만약 유희열의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 입담을 뽐내지 않았다면, 노골적으로 88만원 세대를 노리고 ‘우리는 가진 것도 없고 빽도 없지만 그나마 그렇게 없는게 장점이다!’ 라는 대책없이 보수적인 힐링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이슈화되지 않았다면 과연 현재 케이아트홀 수준의 공연장을 대관할 수 있었을런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140분 남짓한 공연에 5만 5천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오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용돈 쪼개가며 부산에서 상경해 당일치기로 보고 돌아가는 대학생이라면 이게 과연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공연은 예상대로 아주 적은 수의 노래와 아주 많은 양의 대화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곡과 곡 사이에 상당히 많은 코멘트를 했는데 공연을 보다보면 과연 이게 노래를 주제로 한 공연인지 토크를 주제로 한 코트 콘서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중간에 게스트로 나온 ‘인디’ 뮤지션들 역시 대부분의 시간을 수다로 때웠고, 1부와 2부로 나뉜 공연의 2부는 우습게도 네곡 정도만을 부르고 끝나버렸다. 이쯤되면 과연 5만 5천원을 낸 사람들이 이 공연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옥상달빛의 공연에서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개그가 아니었을까. 유쾌한 대화 사이 사이에 간간히 들려주는 듣기 편한 -그래서 그들이 부른 노래들이 구분조차 잘 되지 않을 정도로 평이한 – 노래들에서 위안을 찾고 그렇게 ‘힐링’ 하다가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게 5만 5천원 이상의 가치를 할까?

여자친구는 “그조차도 고파서” 라고 설명해주었다. 그정도 수준의 공연조차 한국에선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에 –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 자연스럽게 티켓 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한국에서 각종 음악 페스티벌이 장사가 잘 되어서 대기업들의 자본이 흘러들어오는 이유도 다 한국 음악팬들의 갈증때문이다.

난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분하다. 그토록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어째서 씨디 한장, 음원 하나 제대로 구입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 진정으로 공연을 좋아한다면 최소한 뮤지션들이 공연으로 먹고 사는 시스템을 만들어줄 정도의 수요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연인과 함께 데이트하기 좋거나 쿨해 보이기 좋은 –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찍어서 올리기 좋은 – 페스티벌은 마치 반드시 가야 하는 것처럼 트위터에 적어대면서 전국 모든 레코트샵들의 씨를 말리고 있고 다운로드를 돈내고 하면 멍청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건 시장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기본적인 시민 의식중 한 부분이 심하게 뒤틀려져 있음을 뜻한다. DVD 시장이 한국에서 궤멸당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즉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페스티벌에 가서 방방 뛰는건 하나의 실체적 경험으로써 삶에 유의미한 혜택을 줄 수 있지만, 무형의 음악을 듣거나 다운받아 봐도 화질에 큰 차이가 없는 영화를 몇만원씩 돈주고 사서 보는 것은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연인과 혹은 친구와 함께 외부에서 즐길 수 있는,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좋아요가 막 찍히는 그런 경험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지만 방에 틀어 박혀 혼자 즐기는 경험에는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걸 천박함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 치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청춘콘서트2” 포스터를 보았다. 현징영이나 룰라같은 왕년의 뮤지션들이 다함께 모여 공연을 여는 모양이다.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었을 것이다. 유희열이 스케치북에서 이 컨셉으로 방송을 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기획이다. <나는 가수다> 에서 왕년의 가수들이 모여 90년대 히트곡들을 다시 부르지 않았다면 이 수요는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방식도 좋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수요를 기획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식은 음악을 구입하는 것이다. 유의미한 비용을 지불하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들이 힘겨운 발 한걸음을 움직여 공연장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음악계도 답답하다. 뮤지션은 공연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 음반을 내면 당연히 투어를 돌아야 하고 투어를 돌며 실력을 검증받고 인지도를 쌓아 다음 음반을 녹음할 돈을 마련한다. 그 와중에 뭐 기회가 닿으면 공중파에도 출연하고 행사도 뛸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이름을 건 공연을 준비한답시고 몇달 전부터 얼마나 노력하는지 생색은 있는대로 다 내고 공연은 달랑 사나흘 해버리고 마는 뮤지션들이 진짜 뮤지션들인지 의심스럽다. 투어를 돌 만큼 전국적으로 뮤지션들을 환영해주는 수요도 없고 공연장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며 공연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변명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공연으로 먹고 살 정도의 능력을 가진 뮤지션들이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면 그 또한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막말로 미국에서 전국 투어를 도는 몇몇 괜찮은 인디 밴드들의 오프닝 밴드들을 아무나 하나 골라서 한국에 툭 떨어뜨려 놓으면 그들보다 더 죽이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의 뮤지션들이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별로 없을 것 같다. 아마추어리즘과 인디정신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치기어린 도전과 거대 자본을 거부하는 독립적 소자본의 운영 정신은 반드시 구분되어 생각되어야 한다. 가끔 이 둘을 헷갈리는 뮤지션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떡하니 그 적은 자본을 빨아먹으며 음반을 내는 모습도 목격하게 된다.

난 옥상달빛이 잘못된 공연 기획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옥상달빛으로 상징되는 인디-오버 사이 경계에 위치한 뮤지션들의 ‘가치’ 에 거품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이들이 이런 거품을 껴안으면서까지 공연을 그렇게 지나치게 좋은 곳에서 해야만 하는 척박한 환경이 못마땅한 것이다. 사운드가 조금 구려도, 좌석이 하나도 없어서 두시간동안 서서 봐야 하는 공연장이어도 기꺼이 보러 가고 싶은 뮤지션들이 한국에도 많다. 2,3만원 정도면 하루 저녁 가볍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정도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정도 수준의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다. 많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시장 형성을 위한 초석인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뭐가 진짜 잇하고 쿨하고 핫한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마 결혼식장에 가면 줄서서 돈내고 식권받은 다음 결혼식은 보지도 않고 밥만 먹으러 가는 문화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일 것 같다. 진짜 멋진 사람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셀카 포즈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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