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y Allen: To Rome with Love

평생 뉴욕을 벗어나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는 우디 앨런은 영화제작이 가능한 수준의 펀딩을 더이상 구할 수 없게 되자 유럽으로 건너가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우선 뉴욕과 가장 비슷한 환경의 런던에서 <매치 포인트> 와 <스쿠프> 를 찍었고, 바르셀로나로 건너가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를, 파리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 를 찍었다. 그리고 이제 로마까지 건너가 <로마 위드 러브> 를 내놓았다. 이 ‘유럽 연작’ 들은 공통적으로 내러티브가 어느 순간 확 비틀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게 비틀어진 서사 구조가 몇번 더 완전히 무너진 후에 엉뚱한 결말로 치닫는 빠른 속도감에서 희열을 느끼고, 기대를 벗어난 결말이 던지는 메시지가 잔뜩 꼬인 서사구조와 조응하면서 발생하는 화학작용에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이 이 유럽 연작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장점이었다. 마치 홍상수처럼 우디 앨런도 같은 구조의 이야기를 다른 배경에서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우디 앨런은 뉴욕을 벗어난 뉴요커가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 받음직한 인상 그 이상을 결코 발견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통속적인 도시들의 특징들을 자신이 비틀어 버리는 서사 구조와 대구처럼 반응하게 만드는 능력이 워낙 탁월했기에 결코 상투적으로 비추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 위드 러브> 는 우디 앨런이 최근작들에서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모두 거세된, 아주 지루하고 볼품없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캐릭터들은 에너지를 상실한채 전형적이고 일차원적인 모습만을 답습하고 있고 로마라는 환상적인 배경은 줄거리와는 아무 상관없이 마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땜질한 배경처럼 인물들과 동화되지 못한채 겉돈다. 그의 영화가 황상적인 시각 효과를 보인 적이 거의 없긴 하지만 (<Everyone Says I Love You> 정도?) 환상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최소한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서사 구조와 연결시킬 정도의 궁리는 했어야 했다. 그마저도 결여되어 있다.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 와 비교해서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결말에서 하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즉 각각 자신들의 사건사고가 매듭지어지는 과정에서 왜 이토록 많은 인물들이 등장했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도 제시되지 않는다. 그저 정신없이 피곤할 뿐이다. 전작들과 공유하는 유일한 특징인 무너지는 서사구조는 그냥 무너져 내릴뿐, 그 안에서 어떠한 희열도 느낄 수 없다. 우디 앨런 자신이 분하는 역만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 대는데 그 모습조차 과거 자신의 뉴욕 시절 영화들의 대본에서 억지로 끄집어 낸 듯한 화석을 보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생명력을 느낄 수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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