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어제 밤 늦게 볼더로 돌아와서 오늘 하루종일 이사를 하고 있다. 교수님께 공짜로 빌려쓴 아파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원래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으로 가는 표를 여유도 없이 끊어 버리는 바람에 정리할 시간이 며칠 주어지지 않았고, 그중 내일과 모레는 각종 서류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바쁠 것 같아 오늘 대부분의 청소와 이사를 끝내야 한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거운 삶을 살았는지 이사를 할때마다 반성하곤 한다. 버리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곤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주차장에서 아파트로 책을 한뭉치씩 옮기고 있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 현관 위 구석에 조그맣게 집을 낸 참새 한마리가 부지런히 가지를 물어 나르고 있었다. 나는 책 뭉치들을 옮기느라 주차장과 아파트를 왕복하고 있었고, 그 참새는 그런 내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 다니며 아파트 주변에서 가지들을 끌어다 모아 홈 데코레이션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충 셈을 해도 열번은 서로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내 스스로를 위해 책과 지식이라는 먹이를 가져다 나르고 있는데, 나보다 훨씬 적은 생을 살아낸 그 참새는 어느새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배우자와 자식들을 위한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여전히 참 이기적이고 얄팍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참새 한마리에게도 배울 점이 가득한 이 세상을 한치도 허투루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겸손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겸손치 못한 생각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노을이 아름다워지는 볼더의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친구들은 졸업을 했고, 나는 이제 이틀 뒤 볼더를 떠나 한국으로 간다

2 thoughts on “이사

    • 아뇨 아뇨 ㅎ 지난 몇개월동안 안식년으로 집을 비우시게 된 한 교수님댁에 얹혀 살았어요. 원래 살던 아파트는 서브리스를 주고요. 이제 방학때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셈이죠. 한국가는 일정과 맞물려 조금 바쁘게 이사를 하고 있어요. 이번에도 샌프란시스코 경유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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