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n Check: Haute Couture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십대 시절을 보낸 젊은이 둘이 일렉트로닉 모던록을 한다. 결국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은 탈한국적일 수 밖에 없고, 젊으면 젊을 수록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다. 탈한국성과 동시대성은 이미 검정치마와 야광토끼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한국 인디씬의 새로운 키워드다. 검정치마와 야광토끼가 그나마 가사에서라도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한국적인 정서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놓지 않고 있다면 글렌 체크의 2012년 앨범 <Haute Couture> 는 딱히 ‘한국’ 이라는 정체성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정체성을 사뿐히 드러내고 있다. 무국적성에 기대어 무게감에 짖눌리지 않는 감성이 여러 장르를 오고가는 자유로운 곡 형식과 맞물려 꽤나 가볍고 화사한 색채로 드러난다. 어떤 노래에서는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듣는 듯 하고, 다른 곡에서는 블록 파티의 음악에 슈게이징틱한 보컬을 끼얹었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스무살을 갓 넘긴 젊은이들이 완벽한 정체성을 가짐과 동시에 하나의 씬에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아직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자신의 음악 사이에서 혼동을 느낄 수도 있을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곡들이 몸을 흔들기 충분한 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리듬 파트가 강화되고 멤버들이 실제 악기를 연주하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는데 만약 이 두가지 장점 – 리듬 파트와 아날로그적 악기 연주 – 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면 자칫 졸리고 따분한 댄스 음악이 될뻔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 아주 미묘하고 세련되게 드러나는 섹시한 훅이라는 점을 상기해 봤을때 이점을 놓치지 않고 캐치해낸 멤버들의 명민함도 기억해 두어야 할 것 같다. 귀도 즐겁고 몸도 즐겁다. 무척 즐겁게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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