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ur Ros at 1st Bank Center, Colo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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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ur Ros 는 Radiohead 에 비교될 수 있는 몇 안되는 현존하는 밴드들중 하나다. 라디오헤드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며 새로운 장르로의 모험을 떠나는 방랑벽있는 여행가형 뮤지션이라면, 시규어 로스는 각종 장르를 교배해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후 그 안에서 끊임없이 깊이를 더해가는 은둔자형/수도자형 (hermit)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밴드 공히 평론가들이 범접할 수 없는 세계를 창조했고 평론가들이 쫓아올 수 없는 레벨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선구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흔히 말하는 평점이나 평론으로 평가되어질 수 없는 어떤 비언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규어 로스는 그러한 아티스트들중 가장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비언어적인 특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음악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가 시각적인 효과에 집중한다면 그 안에서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극히 미세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시규어 로스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를 통해 가사를 전달하고 있고, 이는 전세계 대부분의 청자들에게 사실상 언어로 전달되어 지는 메시지를 최소화하여 듣게끔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리더인 욘시의 솔로 앨범이 대부분 영어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그래서 매우 흥미로웠다. 그가 시규어 로스라는 거대한 함선에서 잠시 몸을 빼내 소박한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영어로 된 가사를 입혔을 때 오는 미묘한 이질감이 욘시의 세계를 더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아니면 조금 더 구체화된 세계를 언어적인 부분으로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되었는지는 듣는 사람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것 같다.

아무튼, 시규어 로스의 이번 월드 투어에 대한 감상들은 하나같이 압도적인 상찬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애초에 라이브 앨범과 DVD, 더 나아가 이들의 라이브 투어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까지 나온 상태였으니 시규어 로스의 라이브 공연의 질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된 상태였다. 그렇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연은 감히 압도적인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무색케 할 만큼의 경이로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무대를 둘러싼 반투명의 장막에 영상을 투영하는 식으로 시작한 공연은 밴드 멤버들의 실루엣만을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한동안 진행되었는데, 이는 공연에서 역설적으로 밴드 멤버들을 뒤로 숨겨 버리고 시각적인 영상을 전면에 배치하여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일으켰다. 중간에 장막이 걷히고 밴드 멤버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반적인 형태의 공연으로 전환된 후에도 무대 뒷편에 자리한 와이드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영상은 이들이 단순히 소리를 눈앞에서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완결된 형태의 퍼포먼스를 구현하고자 한다는 심증을 굳히게 만들었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애초에 거의 모든 대중 문화의 교배에 의해 탄생했으나 역설적으로 그만큼 거의 모든 대중 문화의 영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라디오헤드가 대중문화의 최전선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형태의 음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면 시규어 로스는 가장 완결된 형태의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스스로를 격리함으로써 압도적인 경험을 체험하게끔 만든다. 소름이 쭈뼛쭈뼛 돋는 순간이 꽤 여러차례 있었는데 이 카타르시스는 스튜디오 앨범에서보다 훨씬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욘시의 목소리는 여전히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으며, 세명의 브라스 세션, 세명의 현악 세션과 함께 만들어내는 elevation 은 웅장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이들이 이번 투어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생명’ 이었지 않을까 싶다. 영상은 끊임없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간의 육체, 흙, 핵무기의 폭발, 산, 불꽃, 새싹, 극대화된 연주하는 밴드 멤버들의 실루엣.. 잘 모르겠다. 그런데 매우 아름다웠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에 와서 50회가 넘는 크고 작은 공연들을 보았지만 이처럼 아름답다고 느꼈던 공연은 처음이다. 가사를 전혀 외우지 못해 그 누구도 후렴구를  따라 부르지 못했던 장면도 재밌었고 멤버중 한명이 생일을 맞이해 다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욘시가 갑자기 아이슬랜드어로 부르기를 요구해서 모두가 어버버버 거리던 장면도 재밌었다.

7 thoughts on “Sigur Ros at 1st Bank Center, Colorado.

    • 네, 꼭 가셔요! 전 그때 키스 자렛 공연 보러 가서 못가네요 ㅎㅎ

  1. 이미 보셨군요! 저도 이번 한국 공연 가는데. 캬르탄이 탈퇴해서 조금 아쉽긴해요. 나름 밴드 내에서 비중이 큰 멤버라고 생각했었는데.. 3년 전 즈음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거든요. 아마도 그 시절의 감정을 떠올리며 뭉클하게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 와… 아이슬란드 여행이라니! 저 완전 꿈이예요. 좋았죠? 앞으로 나올 음반의 성격이 약간 달라질 것 같긴 한데, 공연에서는 빈자리를 잘 메우더라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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