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 Affleck: Argo

영화는 직선적으로 흘러간다. 상황 설명은 최대한 간단히. 사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이란에서 소요가 발생하고, 미국 대사관 직원 여섯명이 캐나다 대사관에 갇히게 된다. 이들을 본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임무다. 영화는 이후 ‘아르고 작전’ 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만 집중한다. 심지어 캐릭터에 대한 설명조차 왠만한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넘어간다. 관객은 주인공 토니 멘데즈가 갖는 정보 이상의 것을 거의 보지 못한다. 캐릭터가 멘데즈에게 대들면 우리는 그가 성질 급한 사람이구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캐릭터간의 갈등 조차 무시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무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고 작전’ 이 어떻게 마무리지어 지는지에 대한 묘사로 일관한다. 이 묵직한 직구 근성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정보 위에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각종 장치들을 현명하게 덧붙이고 극의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리듬을 서서히 빨리 가져가는 호흡도 일품이다. 이 영화는 시놉시스상으로는 아이디어 그 이상의 새로움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감독의 노련하고도 세련된 연출로 인해 좋은 영화로 탄생할 수 있게 된 듯 보인다. 벤 에플렉은 감독과 각본 이외에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해 아주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구출 전문 요원으로 분해 극의 긴장감을 두 어깨에 홀로 짊어지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영화의 마무리가 약간 상투적이긴 하지만 할리우드 시스템 내에서 이정도 수준으로 상투성을 잘 컨트롤하는 영화도 찾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영화의 직선적 성격이 가지는 단점은 그만큼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간다는 것이다. 예컨데 이란 사람들의 모습은 대단히 단편적으로 묘사된다. 감독 나름대로는 신경을 쓴다고 쓴 것이겠지만 미국인이 중동의 시민 세력에게 가지는 단순화되고 파편화된 이미지 이상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캐릭터의 실종, 민감한 국제 정세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미시적인 작전 하나에만 집중하는 포기와 선택, 서스펜스적인 구조를 적극 차용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전략. 똑똑한 감독이 똑똑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나이스하게 잘 빠진 영화가 요즘 세상에는 가장 잘 만든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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