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Rossiter: The Defenestration of St. Martin

나는 90년대가 참 좋았다. 특히 음악이 참 좋았다. 머틀리 크루부터 너바나까지, 포티스헤드부터 라디오헤드까지. 참 좋은 음악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음악이 참 좋았다. 그 영국의 음악들중 Gene 이라는 밴드가 있었다. 울림이 큰 보컬과 찰랑거리며 극적으로 변화하는 기타 사운드가 핵심이었던, 음악 무섭게 듣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브릿팝 밴드들중 하나” 정도로 치부되었던 (사실 당시 음악을 듣던 10대 친구들중에는 프라이멀 스크림이나 틴에이지 팬클럽도 평범한 밴드라고 주장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요즘은 원하는 음반을 마음껏 살수 없었던 가난한 뮤직키드들이 가지고 있던 삶의 애환 정도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 Gene 의 보컬인 Martin Rossiter 가 뜬금없이 2012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음반을 만들 돈이 부족해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제작비를 보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음반은 마지막 곡을 제외하고 거의 피아노와 보컬로만 채워져 있다. 그 앙상한 골격이 음반 자체를 볼품없게 만들지는 않는다. Rossiter 의 보컬은 여전히 매우 드라마틱하다. 그가 쓰는 아이러니함을 바탕으로 한 위트 넘치는 가사들은 노래 하나도 허투루 듣지 못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Antony and the Johnsons 의 <The Crying Light> 이후 최고의 절창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앤토니가 절망의 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식이었다면 마틴 로시터는 그보다는 조금 가볍거나 조금 더 밝게 남자의 목소리가 가지는 아름다움을 슬기롭게 표현하고 있다. 스토리 텔링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지루함없이 몇번이고 반복해서 듣게 되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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