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닫는 문제에 대해..

안녕하세요. 송구스럽게도 다시 인사드려요.

우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그런 말씀들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이 블로그가 철저히 저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지냈고, 때문에 언젠가부터 타인을 의식하는 글쓰기를 하게 되면서 본질이 변했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블로그를 닫기로 결심한 큰 이유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너무 많은 분들이 아쉬워 해주시고 그동안 아껴주셨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댓글 한번 안다신 분들은 뭐죠? ㅋㅋ 지금에서야 알았잖아요!)

그래서.. 그렇다면 차라리 이 블로그를 여러분들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이 블로그의 어떤 성격, 예를 들어 조곤조곤 따박따박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러 것들을 “타인에게” 제공해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제 자신이 제일 중요하죠. 그 다음에 제 이야기를 듣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이고요. 제 삶의 균형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이 블로그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 블로그가 제 삶의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제가 타인에게 베푸는 것을 즐겨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어쩌면 잘 해나갈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들어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한 다음 떠나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이곳에서 쌓아온 “관계” 의 가치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는 점에서 비겁한 행동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저는 비겁한 인생을 살았어요. 위기가 닥쳤을때 머리를 어딘가로 처박아 버리는 꿩처럼, 저도 눈앞에 닥친 어려운 상황을 당장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도망쳐 버린 순간이 참 많았어요. 이번에도 그러한다면, 이 블로그가 제 삶에서 가지는 중요성과 상관없이, 또 한번 비겁하고 후회스러운 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기 반성이 있었습니다. 그것보다는 한번 더 부딪혀 보는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 균형을 스스로 찾아 내려고 한번 더 노력해 보는 것이 제 자신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글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고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는 편이라 이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건 “한국에서 한번도 요리다운 요리를 해보지 않고 무작정 외국으로 유학나와 라면과 김치만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고 살고 있는 불쌍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독신 남성들을 위한 요리 레시피” 라던가 “한국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기 방만 겨우 정리할 정도의 공간 의식을 가지고 살다가 무작정 유학을 나와 청소와 빨래, 장보기와 은행일이 도저히 뭐가 뭔지 몰라 절망적인 상태에 빠진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독신 남성들을 위한 가정주부 되기 프로젝트” 같은 것을 생각중인데요.. 이것도 그냥 수다떠는거죠 뭐. 제가 그쪽에 전문가도 아니고요.

아무튼 이 블로그는 당분간 유지시키면서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줄지 계속 고민해 보겠습니다.

애정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16 thoughts on “블로그를 닫는 문제에 대해..

  1. 돌아오신 것 열렬히 환영합니다! ㅎㅎ 저도 블로그 성격을 좀 바꿔서 다시금 글을 좀 써볼까 하고 있어요. 근데 막상 이렇게 마음잡고 해보려고하면 회사일이 왜이리 바쁜지…ㅠㅠ

    • 사실 되게 뻘쭘한데요.. 이렇게 다시 반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ㅋ 글 자주 써주세요! 항상 기다리고 있어요.

  2. 하루가 멀다하고 이 블로그를 둘러보는 음지의 스토커인 저와 밀당을 하시나 생각했네요. 저는 기척을 내지 않고 왔다갔다 할 뿐이지만, 책이나 영화의 취향이 종혁님과 닮아있는 부분이 있어서 항상 즐겁게 글을 읽고 있습니다. 종혁님이 소개하시는 책들을 읽어보고 심봤다! 생각할때가 참 많아서 감사드려요.

    블로그를 지속하신다니 정말 기쁘네요. 종혁님의 사생활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도, 그래서 지금보다 조금 드라이한 글들이 나올지라도 크게 괘념치 않고 지금처럼 종혁님의 시간과 생각을 고마움으로 나눠가지실, 종혁님은 잘 모르실 독자들이 비단 저 뿐만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한편 쓴다는 것이 참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종혁님이 쏟아부으시는 그 에너지를 다만 야금야금 나눠받기만 할 뿐이면서 블로그를 닫으신다고 하셨을때 왜 그렇게 안타깝고 서운했을까요. 이기적인 사람의 한계였나봐요.

    블로그를 닫지 않으신다니 정말 감사드려요.
    조금이나마 덜 염치없는 독자가 되도록, 그래서 조금이나마 종혁님에게 에너지를 드릴 수 있도록, 앞으론 빼꼼히 얼굴 내밀겠습니다.
    welcome back :)

    • 제가 이번 사태(?) 때문에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예요. 조용히 들려서 글만 읽고 가시는 분들을 억지로 양지로 (?) 끌어 올린 것 같아서요.. 죄송해요! 전 앞으로도 계속 즐기는 마음으로 이 블로그를 운영할 생각이예요. 쓰고 싶은 생각이 들때 쓰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때 할게요. 함께 즐겨주세요.

  3. 저도 윗분 처럼 몰래 구독 해왔던 팬(?)입니다. 닫으신다고 해서 혼자 속으로 엄청 서운해 하고 있었는데 반가운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 으.. 너무 감사합니다. 어떡하죠? 더이상 몰래가 아니게 되어 버리셨어요 ㅋ 앞으로는 자주 대화 나눠요!

  4. !! 저도 감사드려요 ~.~ … 좋은 음악 책 영화 말씀 모두 잘 보고 있습니다. (지금 확인하니 RSS에 즐겨찾기 한 글이 40개가 넘네요.) 앞으로도 계속 뵐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당

    • 아.. 진짜 감사드립니다.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네요. 다들 너무 좋은 분들같아셔서 더더욱 그래요. 지켜봐주세요.

  5.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블로그 팬. .mimeo님은 지난 해 하반기 동안에 비교적 많은 영향을 주신 분(다른 곳/사람/매체들과 거의 교류가 없는 터라.).
    어쩜 이렇게 잘 아실까 존경하고 부러워 하고, 똑똑한 친구가 요점정리해 준 거 훓어 보는 기분으로 처음 방문 이후, 업데트된 내용은 거의 확인했답니다. 기분 꿀꿀할 때 기분 전환차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르기도. 자연, 이분은 어떤 분일까, 사적인 궁금증도 생기고, 첨앤 음악평론가인가, 했는데 유학생. 경제학도(맞나요?)취미를 깊이 파고드는 부지런한 성격의 소유자인신가 보다, 인문학적 소양도 풍부하시고, 말 잘 통하겠다 싶었다가, 이런, 밀리겠군 하는 데까지. 댓글을 엄청 성의있게 달아주시는 친철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 미혼, ㅋㅋ. 뭐 이렇게 점점 사적인 데까지 궁금해지고 알게 되어버리게 되는. 벗 아닌 벗. 주변에 생활을 나누는 사람들과 음악 얘기나, 사실 내면의 얘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보니 온라인의 이런 교류가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온전한 교류는 아니지만요.
    가끔 동감의 뜻을 표하는 정도라도 유지되는 교류랄까. 나만 아는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모습도 비춰보고, 목도 축이고, 잠깐 쉬고, 가는 것. 그런 것도 일종의 교감이 아닐까요.
    저한테 그런 블로그입니다. 저 말고 많은 팬을 두고 계신 듯 한데, 당연합니다.
    쉬엄쉬엄 하세요.

    • 와. 너무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를 정말 잘 알고 계시네요 ㅋ 저에게 보여주신 관심.. 기분 좋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해주신 말씀 새겨 들을게요.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이번 기회에 다시 깊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 경제학 공부하는 사람 맞습니다 ㅋ 언제 공부가 끝날지는 모르겠지만요.. 계속 뵐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건강하세요.

  6. 며칠전 이 포스트에 댓글을 쓰려고 했는데 워드프레스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가능해졌네요? 저 역시 가끔 들러서 글 읽고 끄덕끄덕 하고 가는 숨은 구독자입니다. 사실 오래전 제 블로그에 한번 댓글 달아주신 적이 있어서 답방차 들렀다가 그 후에 계속 들락거렸답니다. 블로그 닫는다 하셨을 때 속으론 아쉬웠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처지에 무슨 말을 하기도 그렇고… 그런데 다시 기운을 얻으셔서 계속 유지하신다니 다행(?)입니다. 이 참에 음지에 있던 눈팅독자들이 많이 올라왔으니 저도 살짝 묻어서… 가끔 댓글을 남기어 블로그 생활의 양분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ㅎㅎ

    • 감사합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요 ㅎ 제가 그동안 댓글 기능을 막아놓은 이유는 로그인하지 않고 댓글을 쓸수 있게 허용했을 경우 생각보다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젠 그냥 마음을 비우고 아무나 쓰십쇼 하는 마음으로 다시 열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인사드릴수 있게 되었네요.

  7. 저도 구글 리더로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처음 댓글 답니다. 처음 블로그를 닫는다는 글에 가슴 한켠이 텅 빌 것만 같더니, 이 글을 보니 안도를 하게 돼네요. 형아… 힘내요~!.

    • 감사합니다 ^^; 앞으로 댓글 열심히 달지 않으셔도 괜찮으니까 가끔 들려서 어떻게 사나 한번 휙 보고 가주세요.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