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숫자들: 유예

9와 숫자들의 최신작인 <유예> 는 8곡, 37분 남짓의 러닝타임으로 아주 간결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처럼 “러닝타임이 40분밖에 안하는데 벌써 지루하다 싶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이들은 영리하고, 영리한 만큼 음반의 구성도 충분히 재미있게 꾸며 놓았다. 지루할 틈은 없다. 전작이 가지고 있었던 미덕이기도 하다. 약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전작의 댄서블한 느낌이 많이 옅어진 반면 조금 더 복고적인 한국 록음악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느낌이 든다. 전자나 후자나 모두 과거의 정서를 되살린다는 점에서는 같은 노선이긴 하지만, 리듬이 넘실거리는 흥겨운 팝에서 조금 더 록의 본연의 색깔에 가까운 음악으로 레퍼런스를 변화시킨 것이다. 전작이 벗꽃이 흩날리는 봄의 음악이라면, 신작은 낙엽이 지고 첫눈이 올 때쯤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초겨울의 음악같다. 결과물은 나쁘지 않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읭?” 하면서 생각보다 별로라는 느낌이 든 것이 사실이지만 계속 듣다 보니 결코 나쁘지 않은 음악이라고 마음을 고쳐 먹게 되었다. 자꾸 들어도 질리지 않고, 오래 들을 수록 진한 맛이 우려져 나오는 것이 9와 숫자들 음악의 또다른 미덕이라고 한다면, 이 앨범 역시 같은 맛과 향을 가져다 줄 것이다.

2 thoughts on “9와 숫자들: 유예

  1. 처음들었을때 저도 별로였던 푸하; 근데 점점 들으면, 참 괜찮은 앨범이죠. 특히 1번 눈물바람은 정말 가사도 엉엉엉, 저는 1집보다 좋더라구요. 공교롭게도 가사/상황들이 제 지금 상황이랑 미묘하게 어긋나면서 교집합되는부분도 있어서 더 훅오네요 :)

    • 가사면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동의해요. 1집은 약간 오글거리는 면도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상당히 시적으로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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