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s vs. multinationals

오늘 산 Zadie Smith 의 <NW> 은 하드커버, 즉 양장본이다. 신간이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양장본으로 만들고 대신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 1년 정도 지난뒤 페이퍼백으로 다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가격이 거의 절반 가격으로 떨어진다. 그러니까 급하게 신간을 읽고 싶으면 비싼 값을 주고 사서 읽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느긋하게 기다리면 꽤 affordable 한 가격대로 떨어지는 것이다. 펄스트릿에 있는 로컬 서점인 Boulder Bookstore 에서 이 책을 판매하는 가격은 $26.00, original list price 인 $26.95 불과 비슷하다. 하지만 똑같은 양장본 <NW> 을 아마존에서는 $14.62 에 팔고 있다. Borders 가 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미국 유일의 대형 서점 체인으로 살아 남은 Barnes and Noble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가격도 비슷하다. $14.66. (아마존이 epsilon 만큼 저렴하니까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아마존으로 몰리는 것인가! 하하) 대형 도서 리테일러들은 하드커버 도서를 페이퍼백 수준으로 팔고 있는 것이다. 왜그럴까. 유통 마진을 후려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유통해주는 대신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인세나 출판사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극소화시키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유혹이 아주 강하지 않은 다음에야 $3.99 를 더 주고 이틀만에 배송받는 방법을 택하면 로컬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똑같은 품질의 책을 받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컨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는 남는게 없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싼 값에 책을 아마존이나 반스앤노블에게 넘겨야 한다. 아마존등이 physical book 의 가격을 후려치는 이유는 이들이 주력으로 삼으려고 하는 e-book 과의 가격 격차를 지나치게 벌리고 싶지 않아서다.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은 이북 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선점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아이튠즈라는 거대 시장을 끼고 있는 애플이 뒤늦게 이북 시장에 참여하면서 졸지에 이북 시장은 상당히 경쟁적인 시장이 되어 버렸다. 아마존은 거의 모든 이북의 가격을 $9.99 에 맞추고 있고, 이는 애플이나 반스앤노블도 마찬가지다. 유통 마진과 인쇄 비용등을 뺀 절대적인 컨텐츠의 가치를 일반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 블루오션에서 살아 남으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적정 가격이 아마 그정도선인가보다. 문제는 이북 가격이 경쟁 논리에 의해 이렇게 고착되다 보니 인쇄되어 나오는 책들의 가격이 이에 같이 묶여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몇년 전부터 미국 출판 시장에서 하드 커버 책들의 매출액이 이북 매출액에 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책 한권에 $20 이상의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읽기 약간 불편하더라도 타블렛을 통해 이북을 절반 가격에 공급받는 쪽을 택하고 있다. 페이퍼백은 아직 경쟁력이 남아 있는 상태다. 가볍고, 저렴하고, 종이가 주는 질감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드커버 시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출판업계와 작가들을 쥐어짜며 자신들의 파이를 늘리려고 하는 아마존이나 반스앤노블같은 거대 리테일러들을 이용하지 말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비싸게 파는 로컬 체인을 이용하자는 주장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다. 음반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음식도 마찬가지다. Whole Foods 나 로컬 Farmer’s market 에서 공급하는 로컬 음식들은 비싸다. 역설적으로 유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상의 이점이 학문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로컬 올가닉 음식들을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마디로 요즘 시장 경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소비하는 것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읽는 책은 $20 만큼의 가치가 없어, 내가 먹는 음식은 비싼 돈을 주고 살만큼 가치가 없어, 내가 듣는 음악도, 내가 보는 영화도 불법 다운로드받을 정도의 가치밖에는 없어, 라고 생각해야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소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경제학은 한 인간은 소비를 통해 효용을 획득한다고 가정하면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 소비 생활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 내리기를 강요하는 현재의 시장 구조가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당신이 소비하는 모든 것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 시작하면, 당신을 소비하는 주체 역시 당신의 가치를 깎아 내릴 것이다. 일을 하는 사람의 가치는 노동력으로 측정되고, 노동력은 다시 임금으로 환산된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비는 생산을 창출하고, 팽창하는 생산은 다시 소비를 위해 사용된다. 우리 모두는 생산 과정에서 존재하는 부속품이지만 그 생산을 창출해 내는 소비 주체로서 기능하기도 하는 것이다. 불법 다운로드를 하면 할수록, 값싼 대기업의 제품들만 구입하면 할수록 나의 노동자로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나는 조금 더 가난한 상태에서 조금 더 싼 제품들만을 소비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조금 더 행복한 삶일까? 아니면 모든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나 역시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는 삶이 더 ‘선’ 한 가치를 지향하는 것일까. 답은 자명하다.

2 thoughts on “locals vs. multinationals

  1. 킨들도 좋고 타블렛도 좋지만 묵직한 책의 무게가 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은데 우리 세대 (…)가 살아 있는 동안에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겠군요. 흑.

    경제학도다운 명쾌한 글이에요 ^^ 잘 읽고가요

    • 사실 저도 학술서적들때문에 아마존 프라임 끊어 놓고 단골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economies of scale 이 주는 효용을 무시못하니까요.. 그래도 전 이 책에 있어서만은 되게 보수적이고 싶어요. 끝까지 종이책을 고집해야 한다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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