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톨릭 교회와 정치, 경제

미국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6~70% 정도가 “정기적” 으로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미국에는 꽤 많은 추기경과 주교들이 있는데 이는 전체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많은 돈이 미국 가톨릭 교회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로마 교황청 재정의 상당 부분은 미국 교회쪽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가톨릭 교회의 한해 예산은 GE 의 1년 매출액을 능가하고,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은 미국의 모든 학교와 병원중 10% 가 넘는다. 이들 기관에서 교회가 고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월마트의 -파트 타임을 포함한- 모든 피고용인 숫자보다 많다. 즉 미국 가톨릭 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큰 조직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미국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가톨릭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적인 한계가 현실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최근 오바마 정부는 미국 가톨릭 교회와 한차례 충돌을 겪었다. 오바마는 모든 학교와 병원에 콘돔등의 피임 도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이 기관에 속한 사람들에게 피임에 대한 도움을 의무적으로 제공할 것을 강제했다. 문제는 위에 기술한 것처럼 전체의 10% 가 넘는 가톨릭계 학교와 병원에서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톨릭은 피임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리에 따라 잉태된 모든 생명은 반드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피임도 일종의 낙태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충돌은 결국 가톨릭계 학교와 병원에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 회사들이 간접적으로 피임에 대한 도움을 주는 것에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지만,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후 오바마는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역대 미국 대통령중 최초로 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 가톨릭 주교 회의 의장이자 전체 수장인 티모시 돌란 추기경이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마침 기도를 해주기로 결정했다. 돌란 추기경은 만약 민주당에서 비슷한 제의를 해온다면 당연히 응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에서 그에게 그러한 부탁을 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티파티 단체들은 줄기차게 pro-life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낙태 문제가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롬니, 라이언 모두 비지니스와 조세쪽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사실조차 무색할 정도로 공화당내 극보수 세력은 끊임없이 가족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 파이낸셜 타임즈의 오피니언란에 나온 것처럼 롬니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가 속한 정당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그는 꽤 괜찮은 대통령 후보이지만, 그가 속한 정당의 극단적인 세력의 압박에 계속해서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폴 라이언의 부통령 후보 임명은 아주 단적인 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내 가톨릭 신자들의 투표 성향은 정확히 50 대 50으로 갈리고 있다는 것이고, 지역별/성별/나이별로 쪼개 봐도 아주 일반적인 미국인들으 투표 성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즉 가톨릭 교회의 교리라던가 미국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사실상 가톨릭 신자 개개인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 다른 전체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보다는 약간 더 공화당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른 모든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로마 교황청은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결코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교리를 반드시 받아 들여야 하는 미국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리버럴한” 가톨릭 신자들이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패니쉬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 계층에 속한다. 감세같은 공화당의 정책에는 동조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에 조금 더 친화적인 민주당을 지지할 확률이 높다. 애리조나에서 공화당이 통과시킨 이민자들에 대한 불심검문에 대한 스패니쉬 이민자들의 반대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스패니쉬 이민자들은 맥시코에서 넘어 온다. 맥시코는 인구의 95% 가 가톨릭 신자일 정도로 국교 자체가 가톨릭이다. 즉 로마 교황청과 미국 가톨릭 주교 회의가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점점 그들의 신자들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단기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동성애나 낙태가 정치 선거에서 이슈가 되는 상황을 막는다던지 하는 식의 기술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지에 나온 것처럼 미국 가톨릭 교회도 점점 재정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 주일마다 미사에 참석해 헌금을 내는 신자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에 학교나 병원에서 나오는 돈을 굴려서 적자를 해소하는 방법도 시원치 않다. 지난해 미국 가톨릭 교회 전체 예산이 130억불이었는데 이중 30억불이 신자들의 헌금에서 나왔다. 작지 않은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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