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키무키만만수: 2012

장구를 치는 무키와 기타를 치는 만수로 이루어진 여성 듀오 밴드의 첫번째 앨범. 소문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앨범(CD) 을 받아서 듣기 전까지는 접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앨범의 자켓과 앨범 타이틀은 이 듀오의 음악적 정체성중 상당 부분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오래되어 보이는 (outdated) 목욕탕에서 한때를 즐기고 있는 듯한 멤버들의 화장기없는 사진과 “2012” 가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현재성 (date). 이 듀오가 지향하는 지점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는 단서들이 될 것이다. 앨범은 아주 짧고 강렬한 12개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고, 김창완이 작사 작곡한 산울림의 “내가 고백을 하면 아마 놀랄 거야” 를 리메이크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전혀 정돈되지 않은 듯한 이 신종 펑크 음악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매우 명쾌하고 단순한 가운데 기존 음악씬이 가지고 있지 못한 새로운 색깔을 슬기롭고 성공적으로 소개하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놀라운 에너지를 담고 있는 이 앨범은 의외로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고, 기존 팝/락의 작곡법을 충실히 따르는 듯 보인다. 만화 영화 주제가, 교회 (혹은 성당) 의 성가, 혹은 통속적인 댄스팝이나 트로트에서 상의없이 무작정 차용한 듯한 멜로디 라인은 기묘하게 어울리는 두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만의 색깔로 다시 태어나.. 야 할텐데 사실 그 결과물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하고 싶었다면, 그것이 단순히 7,80년대 B급 문화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이라는 고리타분한 주제로 귀결되는 듯이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면, 최소한 이 밴드의 정체성이 청자로 하여금 말초신경에서 오는 자극에 놀라는 (unexpected) 반응을 관찰하는 데에 있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신경썼어야 하는 부분들이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들이 연결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놓친 부분들일 것이다. (transition) 많은 이들이 생각했을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진 앨범은 결코 아니지만, 이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주변을 환기시키는 능동적인 역할 수행이 수년내에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것들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목욕탕에서 완전히 발가벗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지만 실은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완전히 까발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앨범 자켓을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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