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Parallax


박정현의 새앨범이 나왔다. 사실 교보문고에 갔을 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지 않았는데, 결국 미국에 돌아 와서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튠즈로 급하게 음원만 구입했다. 다행히 앨범 속지 구성이 형편없다는 말들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정현 느님은 사진이 아니라 목소리로 말하는 분이니까..

앨범에 대한 첫인상은 굉장히 웅장해 지고 다양해 졌다는 점이다. 박정현은 4집 이후 학업 문제등의 이유로 커리어에서 상당 기간 정체기를 가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5집과 6집에서 조금씩 시도해 왔던 프로듀서/송라이터로서의 실험은 지극히 평범해져 버린 7집으로 인해 묻혀 버린 느낌이 적지 않아 있었다. “나는 가수다” 에서 그녀는 극적으로 리바운드했다. 대중가수, 팝음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녀의 포지셔닝에서 대중적인 관심도의 극적인 증가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안도감을 차치하고서라도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새앨범을 작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재능과 야심을 모두 가지고 있던 대중음악 뮤지션에게 일종의 자신감을 심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박정현은 앨범의 모든 곡들을 작사/작곡/프로듀스하는 이상은식 솔로이스트라기 보다는 동료 뮤지션들의 색깔을 선별적으로 흡수해 자신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이소라식 아티스트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하나의 장르에 국한시켜 안주하려고 하지 않고 늘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욕심을 꿈꿔왔다. 이는 자신의 목소리가 더이상 목소리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한 성숙함의 발로임과 동시에 다양한 장르를 꾸준히 섭취한 리스너로서의 성실성의 발현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 박정현은 정석원,  황성제, 강현민과 같은 기성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몽구스의 몬구, 못의 이이언과 같은 인디씬의 뮤지션들까지 끌어들인 것도 사실 그간 박정현의 음악적인 잡식성을 생각하면 그리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닐 것이다. 이는 마치 이소라가 6집과 7집에서 인디씬의 색깔을 대거 흡수하면서 아티스트로서 한단계 성장한 것과 같은 과정같아 보인다.

물론 박정현은 이소라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관심속에서 생존해 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나는 가수다” 에서 끝판왕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중장년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티케팅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때문에 앨범 제작에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해야만 했을 것이고, 그 결과물로 이와 같은 웅장한 사운드가 연출되지 않았나 싶다. 즉 뮤지션으로서의 자신감 회복에 더해 대중음악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다양한 장르에 대한 넘치는 욕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8집 앨범이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처음 세 곡은 압도적이다. 그녀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컬럼비아에서 문학을 전공했다는 – 굳이 여기서 팬임을 드러내야만 하는 것인가 -_-; –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왜 지금까지 그녀가 뮤지컬에 흥미를 갖지 않고 있는지 의아하기 까지 한데, 앨범의 첫곡 “그렇게 하면 돼” 는 대형 뮤지컬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듯한 웅장함과 클래시컬함을 가지고 있다. 이어지는 “실감” 역시 애스닉한 사운드에 거침없이 몰아치는 보컬이 리듬감을 충실히 살려주며, 정석원과 작업한 “도시전설” 역시 박정현의 기존 앨범들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경쾌한 발걸음을 느낄 수 있다. 몽구스의 댄서블한 리듬을 느낄 수 있는 “raindrops” 나 이이언과의 듀엣송 “you don’t know me” 는 박정현이 어떻게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그 아티스트의 색깔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는 곡들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최소한 그녀가 매우 명민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에는 균열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곡들이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Song for Me” 에서 비로소 이 앨범을 대표하는 곡을 만날 수 있다. “손해” 까지 듣다 보면 박정현이 이 앨범 자체를 대단히 박력있게 밀어 붙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비장한 각오까지 느껴질 정도로. 문제는 역시 타이틀곡 “미안해” 와 기존 박정현의 색깔을 살린 다른 곡들… 아직 박정현이 기존의 관습적인 팝 스탠더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함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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