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y는 내가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과거형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마음은 많이 굳어서 희미해진 상태이고, 기억한다라는 동사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 저편으로 흘려보낸 오래 전의 감정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한국에 와서 당혹스러운 것들중 하나는 최근 나의 어머니가 y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알게 되셨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누나가 말씀드렸나 보다. y와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친한 친구였고, 사귄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감정의 교류가 있었지만 나의 유학 생활등으로 인해 옳게 맺어질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문제는 y와 어머니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를 무척 좋아한다. 첼로와 음식 그릇 등 공통된 취미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취향도 꽤 비슷한 편이라 나를 매개체로 선물을 주고 받으며 은근한 정을 과시하며 지내 왔다. 내가 y를 좋아했던 이유도 이들의 독특한 관계에서 크게 자유롭지는 못하다. 아버지의 제자이기도 했던 이 친구 정도면 나의 부모님과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y는 이제 나에게 과거의 사람이 되어 버렸고, 아마도 평생 몇마디의 대화 정도만을 나누며 점점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갈 것이다. 어머니는 그 점이 못내 마뜩치 않으신가보다. 요즘은 거의 하루 종일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하루에 꼭 한번씩은 y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신다. 오늘 점심에는 몇년전 y가 선물해 준 그릇을 언급하셨고, 아까 아침에는 y가 몇년전에 선물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어머니가 계속 잘 키우고 계신 화분을 가리키셨다. 우리 집 곳곳에는 y가 남긴 흔적이 있다. 어머니의 마음 속도 아마 그런가 보다. 혼자 있는 아들에 대한 애처로움과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잘 이루어지지 못한 사실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종종 지으신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 끝난 것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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