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을 때면 가끔 문명의 이기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쓱쓱 문자를 마음껏 주고 받을 수 있다니, 늙은이의 넋두리같지만 “몇년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긴 하다. 낮과 밤이 달라지는 시차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글과 한국어를 통해 감정을 교환한다는 것에 대한 고픔과 그리움, 소중함 따위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소중한 사람과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꼬옥 쥐고 쓰다듬기를 반복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있다. 그중 한 무리는 대학교때 활동했던 영자 신문사 동기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 능동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았던 친구들이기도 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삶의 기억들을 현재형으로 나누며 함께 성장한 삶의 동반자들이기도 하다. 어설픈 실수도 서로의 눈앞에서 저질렀고, 변해가는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 보았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갈등과 기쁨, 슬픔 따위의 감정들을 주고 받았다. 조금 더 친하고 덜 친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나에게는 하나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들과 스마트폰의 한 어플리케이션으로 문자를 주고 받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그 친구들중 특히 나와 더 가까워던 몇몇이 그네들끼리 교환하는 문자에 나를 끼워 넣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볼까, 언제쯤 볼래, 같은 사소한 문자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조금이나마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어 고마웠다. 그러던 와중 며칠 전 새로이 새댁이 된 한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다같이 만난다는 소식을 그 문자를 통해 알게 됐다. 연말정산으로 정신없는 그 새댁 친구를 위해 토요일 오전 이태원에서 만나 브런치를 함께 하자는 등의 정보가 바쁘게 오고 갔다. 그렇게 띠링 띠링하고 울려대던 스마트폰은 어느 순간 갑자기 조용해졌는데, 그건 아마도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입속에 무언가를 집어 넣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에 등장하는 익숙한 이름들이나 그들이 던지는 익숙한 말투들을 보며 덩달아 흥분했던 내 마음도 이내 다시 가라 앉았다.

그래서 다시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있었는데 다시 몇차레의 알람이 울렸다. 그 친구들중 몇몇이 함께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준 것이다. 그 사진에는 내가 좋아했던 친구도 있었고, 함께 도서관에서 복학생 냄새를 풍기던 친구도 있었다. 함께 농구를 했던 친구,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함께 기울이던 친구도 거기에 함께 있었다. 반가운 마음이 다시 급하게 요동치면서 전화라도 한통 할까,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이라면 페이스타임도 할 수 있을텐데, 하고 잠시 생각했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오늘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친구들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알람음이 한참 바쁘게 요동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잘 놓아주는 것도 사람이 성장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할 수 없다면 언제 무엇을 놓쳐야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그것이 떠나갈 때 마음이 조금은 덜 허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영어로 쓰인 책을 읽고 영어로 이곳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조금씩 더 익숙해 질수록, 한국과의 물리적 거리가 한없이 먼 그 상태로 고정되어 있는 것을 점점 더 크게 실감할 수록, 얘들아 나한테서 멀어지지 말아줘, 하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그런. 그런 저런 생각들을 했더랬다. 그래서 친구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그 서울의 이태원, 토요일 점심과 오후 사이에 있는 그곳으로 전화를 걸 수가 없었더랬다. 나의 토요일 오후는 열두시간 뒤쯤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6 thoughts on “카카오톡

  1. 그 허전한 마음은 멀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없어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이들에게 느끼는 섭섭함 아니었을까요.

    전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는 건 물리적 거리가 아닌, ‘떨어져 있다’란 생각 때문이라 여기거든요.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어요. 눈꺼풀을 감아 상대가 보이지 않는 것과 먼 곳에 떨어져서 볼 수 없는 것, 근본적으로 뭐가 다르냐고요. 제 경우를 돌이켜보면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어 멀어진 것이 아니라, 제가 상대와 ‘멀어졌다’고 여길 때 멀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시각 이태원에 있지는 못했지만, 전화를 걸 수 없었지만, 멀어지진 않았어요.

    • 음.. 섭섭함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 만남에서 저를 떠올리고 기억해줘서 사진까지 보내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이 역시 가장 중요하죠. 인정해요. 동감하고.

  2. 저는 한국에 다녀와서 마이피플 PC버전을 깔아서 한국의 친언니들이랑 매일 연락을 해요. 참 좋더라고요, 멀리 있어도 너무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안심이 되서요. 그런가 하면 제 친구는 인터넷의 편리함과 문명의 이기가 사람들을 가깝게 해주기보다 도리어 넘을 수 없는 그 시공의 간극을 잊게 해준다며 이런 앱을 싫어해요. 그리움을 덜어주기도 하고 더해주기도 하는, 그런 도구들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보다 그냥… 종혁님이 느끼시는 사무치는 외로움이 안타깝습니다. ;_;

    • 마이피플 많이들 추천해 주시네요. 호기심에라도 한번 깔아봐야 겠어요. 제가 요즘 손편지에 맛들렸는데.. 이건 그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의 간극을 정확하게 느끼게 해주어서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저 외롭지 않습니다! 외롭지 않아요! 저를 동정하지 마thㅔ요!

  3. 저도 오늘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켈리포니아에 있는 친구한테 간만에 연락이 와서..
    그냥 그렇게라도 연락을 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그냥 만족합니당!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거든요~~

    • 그냥 이게 순리인 것 같다 생각하면 편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멀어지려는 마음이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튼 멀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가까워지는 사람들도 있으니, overall 로 따지면 minus 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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