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ots: Undun

The Roots 는 Common 과 함께 흑인 음악에 완전히 무지한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흑인 뮤지션중 하나다. 다르게 말하면 흑인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수월하게 들린다는 뜻일 것이다. 이건 그만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이들이 흑인음악의 본질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완전히 다른 방향의 해석이지만, 사실 그 어느 쪽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 이들은 현존하는 흑인 음악 뮤지션들중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고, 흑인 음악 세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신작은 조금 특이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70년대 중반에 태어나 1999년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Redford Stephens 라는 가상의 인물의 일생을 시간의 역순으로 다루고 있다. 가장 참혹한 순간부터 가장 순결하고 영롱했던 순간까지. 영화 <돌이킬 수 없는> 의 구조와 비슷한 셈이다. 한편의 완성된 스토리를 가진 컨셉 앨범이자 소프 오페라라는 점에서 칸예 웨스트의 신작에 대한 루츠식의 답변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서 루츠는 흑인 음악의 거의 모든 부분을 건드린다. 펑크부터 가스펠까지, 소프트한 터치와 좋은 플로우를 가진 랩부터 퍼커션을 적극 사용한 아프리칸 리듬까지. 그냥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장인의 정신으로 높은 완성도를 가진 음악들을 줄줄이 만들어 낸다. 젠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난 것을 숨기지도 않는 우등생 친구의 모범 답안지를 보는 느낌이다. 아마 이 앨범은 내가 듣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한 다른 수많은 미덕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단지 이들이 만들어 낸 리듬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아 정말 좋구나” 정도의 탄식만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뭐 어떤가. 그건 또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감상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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