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Father, Son, Holy Ghost

샌프란시스코 출신 2인조 밴드 Girls 의 통산 두번째 앨범이다. 하지만 두장의 졍규 앨범 사이에 발표한 EP 도 워낙 좋았기 때문에 사실사 이들의 족적은 세장의 앨범으로 정리되어야 할 듯 싶다. 지난 두장의 앨범에서 보여준 이들의 정체성은 달콤 쌉사름한 팝에 얹힌 유치하지만 심각한 사랑-을 가장한 섹스-노래였다. 뭐 가끔 우정 얘기도 하고. 한국말로는 찌질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영어로는 childish 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이들의 가사는 사실 이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코드중 하나이다. 밴드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는 Christopher Owens 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 나가는 이들의 가사는 나르시즘에 빠진 덜 자란 성인의 자기 자랑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아주 솔직하고 군더더기없이 아주 간결하다. 그래서 더 크게 와닿는 맛이 있기도 하다.

새앨범은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나왔다. 비틀즈, 폴 사이먼, 엘비스 코스텔로, 엘리엇 스미스등을 레퍼런스로 달고 나왔던 지난 앨범들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어두워지고 무거워진 느낌이다. 첫싱글이라고 할 수 있는 “Vomit” 은 6분을 훌쩍 넘기고 “Forgiveness” 는 8분에 가까운 대곡이다. 이런 시도가 전작들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밝고 경쾌한 팝넘버가 주를 이루던 분위기에서 대곡 지향의 무거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변화 정도만 짚고 넘어가도 될 듯 하다.

이들 음악의 가장 큰 미덕은, 과거 올드팝들에서 짜집기한 듯한 음악을 선보이지만 그 누구도 “Girls 같은 음악” 이라고 할 만한 것을 만들지 못할 정도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지 두장의 앨범만을 발표했을 뿐이지만 어느새 이쪽 씬에서 하나의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거물이 되어 버렸다.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피치포크는 이례적으로 9.3 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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