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vier Beauvois: Des Hommes et Des Dieux


이 영화는 90년대에 알제리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던 Trappist 수도회 수사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처음 20분은 이들의 생활을 보여주는데 할애된다. 마을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문서 작성을 도와주며, 마을의 대소사에 참석해 그들의 이슬람 문화에 동참한다. 수사들은 코란을 읽으며, 이슬람식 종교 행사에 참석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가톨릭을 딱히 선교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던 중 알제리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정부군 사이에 내전이 일어났고, 알제리 정부는 수사들에게 안전상의 이유로 알제리를 떠나 프랑스도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수사들은 고민에 빠지지만, 결국 신념과 소명을 이유로 알제리 탈출을 거부하고 수도원에 계속 남을 것을 결심한다.

일곱, 혹은 여덟명의 늙은 수사들은 이 작은 마을의 공동체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늙어 갔고, 마을 사람들은 수도원이 없었다면 이 마을도 없었을 것이라며 항상 고마워한다. 그런 그들에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들이닥치고, 의료품을 요구한다. 수도원장인 크리스띠앙은 이를 거부하고, 이들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위험을 대처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함을 직시한다. 이들에게 다가올 위험이란 곧 죽음이다. 총을 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프랑스에서 온 가톨릭 선교사들을 어떻게 대할 지는 명백하다. 수도사들의 마음속에 제일 처음 자리잡는 것은 바로 이 죽음에 대한 공포다. 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 더 안전한 곳으로 가자고 주장하는 수사들에게도 굳건한 믿음과 종교적 신념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이들은 이런 식의 죽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이곳에 왔을 뿐이다. ( “집단 자살을 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 이들의 고민은 이슬람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종교인으로서의 신념보다는, 내 생명이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이들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수도원에 계속 남아 소명을 다하기로 결심하기 까지의 과정을 담아내는 데에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어쩌면 이들은 개인적인 공포를 끝까지 극복하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이들이 근본주의자들의 인질로 잡혀가기 전날 밤 “백조의 호수” 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와인 두병으로 조촐한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장면은 그래서 특히 인상적이다. 이들은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와인잔을 기울이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다가, 곧 이어질 죽음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들은 부패한 정부의 보호를 끝까지 거부하며 부상당한 반군을 치료해주기까지 한다. 원장 크리스띠앙은 수도원을 제일 처음 발견한 반군 지도자의 시체앞에서 그를 위해 기도를 한다. 하지만, 결국 어느날 새벽 대부분의 수사들은 반군의 인질로 끌려가게 되고,  역사적 사실이 기술하고 있는 대로 그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원장 크리스띠앙과 그의 동료 수사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평화였다. 영화는 그들을 성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순간 두려움에 떨고, 총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침대 밑으로 숨기도 한다. 인간적인 두려움과 나약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이들은 아주 무거운 한걸음을 내딛는다. 크리스띠앙은 반군과 대화할 때 코란의 한 구절을 인용해 그들과 자신들 사이에 다름이 없음을 강조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이상이 현실앞에서 무력하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저를 극단적인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지키고자 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가치는 그들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한 작은 마을의 평화와 그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었을 것이다.

영화 <미션> 과 비교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션> 은 이 영화보다 훨씬 투박하고 직선적이다. 남아메리카 오지로 들어간 선교사들은 “미개인” 들을 개화시켜 가톨릭 신자로 만들고 이들을 말살하려는 정부군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히 죽음을 맞이한다. <미션> 의 가장 큰 약점은 서구 문화와 남미 오지 문화를 동등한 선상에 놓지 않는다는 잘못된 가정이었다. 하지만 <Des Hommes et des dieux> 는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종교인들에 대한 영화지만, 이들이 부르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제외하면 종교적인 대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수사들은 늘 알제리 마을 사람들과 똑같은 어깨 높이에 서 있으며, 사랑에 빠진 마을 처녀에게 자신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노라고 수줍게 고백할 따름이다. 이들이 결국 죽음을 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마을 사람들에 대한 사랑때문이었을 것이다. 더 우월한 문화가 열등한 문화를 개화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한 공동체가 어떻게 그 신념을 지켜나가는 지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이태석 신부와 샘물 교회를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위험한 볼모지로 스스로 걸어 들어 갔다. 한쪽은 평생을 다해 마을 사람들을 돌보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다른 한쪽은 인질로 잡혀 정부측의 도움으로 풀려나 한국으로 귀국했다. 어쩌면 샘물교회 사람들과 이 영화의 주인공인 수도회 수사들의 이야기는 똑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 들어가 종교활동을 했고, 그래서 인질로 잡혔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목적과 신념도 똑같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수사들은 자신들이 성인처럼 비추어 지게 되는 것 조차 두려워 했다. 그들은 이슬람 문화를 사랑했으며, 단지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샘물교회 사람들의 목적이 ‘선교’ 에 있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그 위험한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Des hommes et des dieux> 이다. 우리 말로 굳이 바꾸자면 “인간들의, 그리고 신들의” 라는 어정쩡한 말이 되어 버리는데, 내 눈에 큼지막하게 들어온 건 복수형태로 씌어진 “신들” 이라는 단어였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신이 있다면, 이슬람에서 말하는 신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 은 각자의 신을 믿는다. 그냥 그러면 된다. “너는 왜 나의 신을 믿지 않니” 라며 닥달하고 싸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당신이 만약 당신이 믿는 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한다고 해도, 우리가 사는 이 인간 세상에서 당신의 생각을 강요해야 할 이유는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폭력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아니다.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지 평화로운 공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력을 가르치는 신은 없다.

개신교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 책을 좀 추천해주십사 글을 올렸고 답변을 몇개 받았다. 곧 주문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나는 정말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참, 2010년 깐느 영화제 그랑 프리 수상작이다. 깐느가 항상 옳지는 않지만 믿고 볼만 합니다.

2 thoughts on “Xavier Beauvois: Des Hommes et Des Dieux

  1. ㅇㅇㅇㅇ 멋진 영화인거 같아요.
    개신교에 대한 정보를 찾으신다면 제가 추천하고 싶은건 뉴욕 팀켈러 목사의 설교시리즈요.
    http://sermons2.redeemer.com/sermons/sermonlist/3
    무료로 다운받을수 있는게 몇개 있는데 mp3니까 일부러 책을 읽을 필요 없이 큰 시간의 투자없이 들을수 있을것 같아서요. 현직 목사이기 때문에 학구적이나 철학적인 중립/고찰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뉴요커부터 마돈나의 인터뷰내용을 설교/책에 쓰기도 하는 unconventional한 스타일이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수 있을것 같아요.

    • 캄사합니다! +_+
      역시 최고의 방법은 개신교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닐까 한다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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