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c Street Preachers: Postcards from a Young Man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 (이하 매닉스) 가 2010년 발매한 앨범인데, 나는 최근에서야 구입할 수 있었다. 아이튠즈 미국 사이트에서는 최근까지 판매가 이루어 지지 않았고,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입반은 턱없이 비쌌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에 대한 언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핑계를 구구절절 댈 필요도 없이, 전작 <Journal for Plague Lovers> 를 무척 좋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이들의 음반을 선택하지 않은 건 전적으로 나의 게으름탓이다.

매닉스는 나에게 특별한 밴드다. 90년대 중후반쯤, 음악을 좋아하는 십대 소년이 적은 용돈을 쪼개 구입할 수 있었던 음악 잡지는 크게 핫뮤직, GMV, 서브등이 있었다. 물론 성문영때문에 나중에 서브를 주로 읽었지만, 내가 제일 처음 샀던 잡지는 핫뮤직이었다. 96년 2월호로 기억하는데, 당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거금 오천원을 주고 산 그 잡지의 표지 모델이 바로 매닉스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제임스 딘 브랫필드였다. 종이 냄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두꺼운 잡지를 손에 집어 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그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표지에 실렸던 브랫필드의 시큰둥한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당시 발매됐던 앨범이 이들의 3집 <Everything Must Go> 였다. 아마도 매닉스를 알고 있는 거의 모두가 사랑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그 앨범. 그리고 약 15년의 세월이 흘러 이들은 2010년에도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전작 <Journal for Plague Lovers> 가 실종된 전 멤버 리치 제임스가 쓴 가사를 이용해 곡을 만들고 초기의 응집된 펑크 스타일의 음악으로 회귀해 2집 <Holy Bible> 과 비교가 되었다면, 2010년 신작은 이들을 수퍼스타로 만들어준 3집과 주로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직선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약간 유치할 뿐더러 사실 별 의미도 없다. 그냥 그렇게 1대1로 매칭을 시키고 싶게 만들 정도로 과거 사운드를 심하게 다시 불러 일으킨다는 점 정도만 이야기하면 될 듯 한데,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들의 최전성기 시절 수준의 완성도를 완전히 회복했고 이에 더해 원숙미가 더해져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엄청난 음악이 나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Everything Must Go> 는 내가 막 음악을 듣기 시작할 무렵 접한 거의 최초의 브릿팝 음악들중 하나였고, 그래서 일평생 잊혀 지지 않을 단단한 뿌리같은 음악이다. 그런데 감히 그 명작과 동등한, 아니 어쩌면 더 큰 감동을 지금 <Postcards from a Young Man> 을 들으며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참 재밌으면서도 신기하다.

이들만큼 현악을 완벽하게 사용하는 록밴드가 이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단지 기타 리프 하나만으로 엄청난 훅을 만들어 내는 영국 밴드가 몇이나 있을까. 곱씹어 보게 만드는 깊이있는 가사가 음악과 전혀 따로 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들이 처음 밴드를 결성한 때가 1986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25년전이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도 대단히 창의적이고, 여전히 생산적이다. 이들과 동시대에, 혹은 더 나중에 나온 뮤지션들중 지금까지 전성기와 비슷한 수준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다른 이들을 깎아 내리지 않더라도, 이들은 참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낸다. 여전히 세상을 잘 살아 가고 있다. 밴드의 “Driver” 였던 리치 제임스를 잃은지도 벌써 16년.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며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영웅적이라는 표현도 어울릴 법한 아우라다.

앨범 속지에 적힌 T.S. Eliot 의 한마디로 어쩌면 많은 것들이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Great Simplicity is only won by an intense moment or by years of intelligent effort.”

2 thoughts on “Manic Street Preachers: Postcards from a Young Man

  1. 계속 틀어놓고 듣고 있네요…
    오래전 생각도 나고….^^ 그러고보니 어느때부터인가 손쉽게 들을수 있는 음악들만 듣고 있네요…
    아주 좋아하는 음악들 외에는….
    오늘 정말 듣기 좋네요~

    • 그쵸. 언젠가부터 손에 쉽게 잡히는 음악들만 듣게 되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요. 조금은 더 발품을 팔아서 좋은 음악들 찾아 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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