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검정치마의 두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을 반복해 들으면서 조휴일이 최근에 했던 라운드 인터뷰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많은 이들이 이 앨범에 대해 기대와 어긋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상당히 좋게 들었다.

이 앨범은 컨셉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이 일종의 항해 일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은 검정치마라는 배의 선장이자 선원이며, 조난 신호를 보내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1집 발매 이후 한국에서 지낸 시간들이 고스란히 반영된 자기 고백과 같은 건데, 지난 1집에 수록된 곡들이 지난 10여년간 그가 한국에 오기 전 살아온 인생을 반영하고 있다면 2집에 수록된 곡들은 그가 한국에 와서 지내는 짧은 기간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제 한국에 정착해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의미 심장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청자들은 검정치마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미 인디씬의 최신 조류를 거의 완벽하게 체화한 작업물을 접했고, 열광했다. 이들은 검정치마에게 이제 ‘기대’ 하는 것이 생겼다. 그리고 2집은 그러한 기대를 거의 완벽하게 배신하는데, 나는 이 결과물이 실망으로 다가오지 않고 일견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한 뮤지션의 진화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그는 미국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그 바닥의 공기라던가 냄새를 자기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되살려 낼 수 있었다. 이건 대단히 소중한 재능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느낀 것들을 음악으로 만들어 낼 때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영미 인디씬의 성공적인 한국화가 아니라, 한국적인 정서를 그만이 가지고 있는 필터를 통해 담아내는 어떤 독특한 감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앨범에서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앨범 곳곳에서 한국의 7,80년대 음악의 기운이 스물스물 느껴지는 건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쩌면 그는 뉴욕 인디씬이 아닌 홍대씬의 조류를 읽어 내는데에 집중했는 지도 모른다. 그의 속마음이야 내가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귀에 들리는 최종 결과물은 지난 1집의 미덕에서 밴드 음악을 제하고 한국의 냄새를 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졌다. 그가 1집에서 보여준 뛰어난 멜로디 감각과 거의 천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사 능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을 심심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집에서 밴드 음악의 형태로 가지고 있던 통통 튀는 ‘훅’ 들은 이 앨범에서 거의 느낄 수 없다. 클래식 기타 하나가 메인이 되어 차분하게 진행되는 ‘회상’ 의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나는 이 앨범의 주된 정서인 ‘가라 앉는’ 분위기가 앞으로 이어질 그의 긴 커리어의 첫머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고,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라고 믿고 있다. 오글거리는 앨범의 해설지와 같은 상찬은 받을 수 없겠지만, 여전히 검정치마, 혹은 조휴일의 음악은 한국 인디씬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10 thoughts on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1. 저도 이 앨범 상당히 좋게 들었구요. 말씀하신 것 중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네요.
    가장 솔직하게 음악을 한다면 이렇게 자연스러운 변화와 발전이 있는 것 같아요.
    1집이 U.S느낌의 모던팝/록 이었다면, 2집은 국내 정서가 잘 반영된 컨트리/포크 느낌이 전면적이라 또 이렇게 정반대의 스타일을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 네.. 의도적으로 기대를 비껴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죠. 들으면 들을수록 귀보다는 머리에 와서 박히는 느낌이 좋네요 ^^

  2. 으윽.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좋아하네요. 음 그래봤자 종혁씨포함 두명이지만. 나도 들어보겠어요!

    • 이 음악을 만든 이의 감성? 혹은 감수성을 좋아해요. 지지하고, 또 인정하는 쪽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3. I’ve never heard of this band until today, but I was pleasantly surprised by them and enjoyed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quite a bit.

    • i got the same one. it was quite unexpected and came with big satisfaction.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