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이 음반은 <무한도전> 이라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행한 가요제의 스튜디오 녹음 버젼을 수록한 음반이다. <무한도전> 이라는 한 예능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사회, 문화적 파급 능력을 굳이 여기서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정체성때문에 이 앨범을 단순히 또다른 음반 한장으로 이해하고 치울 이유도 없다. 다시 말해 문화적, 사회적 컨텍스트안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해볼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먼저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의 생산과정과 그 음악의 소비과정을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앨범은 <무한도전> 에서 2년마다 한번씩 행하는 ‘가요제’ 형태의 특집의 세번째 행사에서 파생된 부가적인 생산물이다. 이 가요제는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더 전문성을 띠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이번에는 곡을 만들고 출연하는 뮤지션들을 제작진측에서 ‘지명’ 하는 과정을 택했다. 즉 애초에 제작진측에서 이 앨범에 들어갈 만한 음악의 방향과 범위를 정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정재형이나 이적같은 “코리안 컨템프로리” 음악을 하는 베테랑 뮤지션들부터 10cm 처럼 요즘 가장 핫하다는 신진급 뮤지션까지 두루 참여하게 됐고, 출연진과 짝을 이뤄 만들어낸 최종 생산물들은 제작진이 했을 법한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싸이는 예상대로 무대에서 폭발할 수 있는 댄스음악을, 쥐 드래곤은 깔끔하게 잘 빠진 YG 표 클럽 음악을 선사해 주었다. 이적은 그에게 – 제작진과 소비자가 – 기대하는 두가지 모습을 모두 음반에 실었다. (그래서 이건 결코 그에 대한 배려라던가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정재형은 예상대로 스트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길은 역시 예상대로 바다의 목소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10cm 의 결과물이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가 이들이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결국 <무한도전> 은 가장 트랜디한 (i.e. 귀에 잘 들어올 수 있는) 음악을 밑바닥에 깔고 그 위에 “말하는 대로” 와 같은 스토리라인을 적절하게 만들어 냄으로써 하나의 완결된 서사구조를 갖춘 음악 방송을 완성했다. <무한도전> 은 언젠가부터 그저 막 치고 받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서사구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해 왔고, 어떻게 보면 그러한 구조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여기에 더해 여러 사회적인 맥락을 가진 ‘상징’ 들을 곳곳에 부여함으로써 그 사회적 파급력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을 택해 왔는데, 예컨데 이번에는 1등이 없는 시상식같은 것 말이다. 다분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겨냥하는 듯한 프로그램의 엔딩은 <무한도전> 에서는 아주 익숙한 방식이다. 결국 생산과정을 고려했을 때 이 음반은 <무한도전> 의 연장 방송, 혹은 전파를 타지 않은 미방송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매끈하게 기획되고 출연진들에 의해 잘 수행된 하나의 서사구조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마침표같은 역할 말이다.

다음은 소비.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을 음원 혹은 CD 의 형태로 구입했을 것 같은데, 이들이 이 음반을 구매한 건 아마도 “방송을 보니 음악이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음악의 질은 요즘 나오는 가요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무한도전> 을 계속 시청해 왔던 사람들에게는 가사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특징들이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이고, “말하는 대로” 의 가사에서 유재석의 과거를 떠올리며 감동을 받을 것이다. 때문에 청자의 입장에서 이 앨범은 결코 후지다고 말할 수 없다. 가볍다고 말할 수도 없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한 부가 상품이라고 폄하할 이유도 없다. 하나의 완결된 음반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구석이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이건 이 앨범이 타겟으로 삼는 소비자층이 특수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를테면 CCM 음반을 일반적인 음악의 테두리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팬클럽이 소비하는 소장용 리패키지 앨범을 떠올릴 수도 있고, 매니아들을 위한 20주년 박스 세트를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소비자들은 행복해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소비의 입장에서 이 앨범이 갖는 또다른 의의는 ‘가사’ 의 중요성에 있다. 청자는 이미 방송을 통해 수록곡 하나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잘 알고 있다. 예컨데 길과 바다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가 어떤 의미인지 기억을 되새기면서 노래를 플레이시키는 것이다. 음악을 통해 특정 이미지뿐만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를 계속해서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한장의 음반이 갖는 성격 이상의 의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면 너무 과장인가 ㅎ OST 와도 약간 다른 것 같고..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적으로 딱히 기대할 것이 없으면서, 또 실제 방송을 통해 편집된 음악이 아닌 스튜디오 full length 버젼으로 들었을 때 느낄 실망감을 알면서도 쉽게 구매 버튼을 눌렀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실망감도 사실 별로 없다. 언젠가부터 <무한도전>은 토요일 아침 (한국 시간으로 방송이 끝나고 업로드가 거의 다 완료되었을 시점) 에 조건 반사적으로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 되었고, 나 역시 그들이 이끌어 가는 서사 구조에 익숙해져 간다는 느낌이 든다.

4 thoughts on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1. ost와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는 평에 동의합니다.
    ost는 그 영화의 어느 순간들을 되살려내지만,
    무한도전 앨범의 곡들은 방송에서 보여진 어느 순간이 아니라, 서사 자체를 되살려내니까요. ^^

    • 특정 이미지와 감정을 완벽하게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그냥 단순한 이벤트성 앨범은 아닌것 같아요 ^^

  2. 전 이 프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말도 안되지만 이런 논리가 저에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이니까…그래서 듣고 사고 보고 가끔은 열광도 하고 그렇습니다..ㅎㅎ;;

    • 저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이 바탕에 있어요 항상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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