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의 두번째 스튜디오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에 대한 아주 좋은 리뷰는 이곳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longseason 님의 리뷰는 – 글 밑에 달린 리플들까지 – 시간을 들여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장기하와 얼굴들의 두번째 앨범을 주의깊게 듣기로 결심한 이유도 이 리뷰때문이다. 테크니컬한 부분에서의 리뷰는 앞의 두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나는 이 앨범에서 받은 개인적인 감상을 짧게 기록해 보려고 한다.

나는 브로콜리 너마저와 장기하와 얼굴들등 붕가붕가 레코드 출신 뮤지션들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마추어리즘의 극복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라이브를 못하는 밴드” 수준이 아니라, 음악안에서도 동아리 혹은 경연대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이덴티티의 문제) 이들의 장기적인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브로콜리 너마저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중적인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저인 독창성때문이 아니라, 과거 한국 가요가 가지고 있던 유산을 슬기롭게 재해석하면서 그 위에 현대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슬기롭게 재해석” 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솔직히 이들의 음악이 “잘 흉내낸다” 와 얼마나 구분지어 질 수 있는지 의심하는 쪽이다. 그리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셀프 타이틀 2집은 그러한 나의 의심에 대한 어느정도의 해답을 제시해 주는 느낌이다. 우선 프로듀서가 하세가와 요헤이, 즉 산울림의 기타리스트이자 곱창전골을 이끌고 있는, 신중현이 극찬한 기타리스트다. 장기하로서는 일종의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자신이 추종하는 사운드를 여전히 배끼기 보다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 앨범은 확실히 ‘성취’ 라고 불릴만한 구석이 있다. 1집과 비교해 ‘발전’ 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딱히 모난 곡도 없고, 노골적이 배끼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시도를 꼼꼼하게 시도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가사보다 음악이 먼저 들린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가사 전달력이 가히 국내 최고급인 장기하가 쉴새 없이 중얼거리고 있음에도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 그들이 만든 사운드스케잎이 먼저 와닿는다.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나는 이 앨범은 일곱번쯤 반복해서 – 그것도 아주 주의깊게 –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 앨범이 매우 좋은 음반이라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내 마음속에서 떨쳐 내지 못한 몇가지 의구심을 말해야 겠다. 첫째, 이 앨범이 가지는 위치, 혹은 의미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 음악계에 주는 contribution 의 문제이다. 고현정과 사진을 찍고 이적과 술잔을 기울일 정도로 메인스트림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과정에 있는 장기하가 그 개인이 가지는 이미지와 “얼굴들” 이라는 밴드의 음악이 표출하는 아이덴티티사이에서 오는 괴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한 이 결과물이 과연 장기하의 것인가, 아니면요헤이의 것인가. 산울림과 송창식 너머에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힘이 과연 장기하에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요헤이와 같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것일까. 둘째, 나는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좋은 것과 싫은 것 사이의 어떤 지점” 혹은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어떤 지점”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쏠리지 않지만 왠지 떨떠름한 뒷맛을 남기는 어떤 부조리한 현실을 묘사함으로써 실제 그렇게 살고 있는 동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하지만 나는 그의 가사가, 그의 메시지가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음반을 몇시간동안 반복해서 들으면서 단 한번의 ‘감동’ 도 느껴보지 못한 이유다. 멜로디가 딱히 아름다운 것도, 훅이 있는 것도, 가사가 뭉클한 것도 아니다. 이 앨범은 아주 잘 만든 결과물이지만, 아주 잘 만들었을 뿐이다. 마치 모범생집단이 어떤 목표를 상정해 놓고 그것을 테크니컬하게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과연 이 뮤지션이, 이 밴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아직 장기하를 회색빛으로 바라본다. 완전한 믿음을 아직은 주기 힘든 것 같다.

6 thoughts on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1. 진정성이란 말이 요즘 좀 overate된듯.

    진정성에 대한 삐딱한 시선 혹은 해학이
    장기하의 관점이 아닐까요? ㅎㅎ

    • 음, 제가 요즘 지나치게 좋은 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상대적으로 장기하에게 좀 냉소적인 것 같습니다. ㅎ 사실 두번째 앨범으로 이정도 성과를 냈으면 대단한거지요.

  2. 그런데 왜 전 첫번째 앨범보다.. 아니 청년실업 때 앨범보다도 이 앨범이 음악적으로 아름답게 들리지 않는 걸까요? 장기하스러움이 많이 빠진 (뮤비부터 매끄러워진 얼굴선이..ㅜ,ㅡ) 장기하 2집.
    정말..가족 모두 차타고 어디 갈 때마다 따라부르던 장기하 음악이… 휴~

    •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너무 매끄러워 진 탓에 장기하의 매력중 하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그 매끄러움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새롭게 빠져들기도 하구요.

  3. (우연히 찾게되어 글이 정말 좋아 글을 남기게 됩니다. 다양한 글 정말 좋더라고요. 소소한 일상 얘기도 재밌고요..^^)

    확실히 장기하와 얼굴들이 처음 곡을 나오고 나서의 센세이션보다 오히려 ‘고현정과 사직을 찍고 이적과 술 잔을 기울’이고 나서부터 그 파장이 더 커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 저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사람들 사이에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니, 이번 2집이 이것에 대한 그의 답변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확실히, 하세가와 요세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의 몫도 한 몫 했겠지만, 역시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는 이유중 하나였지요..
    또한 저 앨범 커버처럼, 여러 색이 동시에 한 지점(글쓴이님은 아이텐티티라 표현했지요.)에 튀긴 그 순간(흘러내리거나, 섞이지 않은 각각의 색이 존재)을 표현한 것이 마치 ‘이 앨범은 현재진행형인 우리 음악의 과정이니, 싫은 사람도 좋은 사람도 있을거야..하지만, 지켜봐줘 더.^^ ‘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서, 역시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제가 음악에 대해서 딱히 깊게 공부한적도 전문 교육도 없었고, -블로거 님의 글을 쭉 읽어보니, 대학원생이시더라고요..나이도 저보다 훨씬 더 많으시겠고요….ㅜㅜ 생각이 훨씬 짧아 보일까봐..겁이 나네요.. – 그래서 무엇이라 정의를 내리거나 예시가 빈약할 가능성이 전무하지만서도 이 음반에 대해서는 장기하나름의 소리와 내용을 담아냈다는데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사족 1 : 향뮤직이라는 상점을 자주 이용하는데, 다른 앨범평가란에는 글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 앨범에 대한 의견은 무지막지하게 많더라고요..거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더라고요..뭐 싸구려커피(EP)시절의 맛이 없어졌다, 너무 대중에 노출되서 음악성 떨어진다..-그 분은 아니라고 그러지만, 글을 읽어보면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요..뭐 욕설을 써가면서 해서 읽으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서도요…- 혹은 2집이 더 좋다. 역시 장기하다.등 흑백 좌우로 대립을 이루고 한치의 양보도 없어 보이더군요… 확실히 이것을 보면서 느낀 것은 ‘장기하’가 언더보다는 거의 땅 위를 밟고 다니는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과연 3집은 어떨지…^^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굳이 나누자면 저 역시 이 앨범을 ‘지지’ 하고 ‘찬성’ 하는 쪽에 속합니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성실한 학생이 지나치게 모범답안만을 적어 냈을 때의 약간은 기운이 빠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도 장기하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지하고, 또 그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를 기대해 봐도 좋다는 뜻이지요.

      아마 EP 때의 키치적이고 엉뚱한 느낌에 반해 장기하를 듣기 시작한 분들에게는 일종의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형화된 틀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느낌까지 들거든요. 아마도 3집, 혹은 그 후의 작업물에서는 양 극단의 색깔을 잘 버무릴 정도의 깜냥을 갖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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