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1.0


10cm 는 내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의 범위가 있다면 그 한 극단에 위치한 음악이다. 그러니까, 나는 소녀시대나 2NE1 의 앨범을 듣기 위해 내 귀를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희생을 마음이 조금도 없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굳이 그렇게 하면서까지 그쪽 바닥 음악을 듣고 싶을 정도의 호기심이 없다. 10cm 는 장기하와 비슷하게 음악 자체보다는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입담이나 가사의 특이함에 의해 입소문을 타고 주목을 받은 경우다. “아메리카노” 라는 히트곡에 힘입어 정규 데뷔 앨범을 제작하게 되고 이 <1.0> 이 그 결과물이다. 이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적당히 괜찮은 멜로디위에 특색있는 보컬이 부르는 가사의 특이함이다. “kingstar” 에서 드러나는 패티쉬즘과 관음증,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에서 드러나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인간 관계에 대한 고백, “그게 아니고” 의 찌질함,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이 전해주는 친근한 현실감등은 이들을 다른 여타 인디 밴드, 혹은 아이돌들과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만약 이들에게 그런 가사의 특이함이 없다면, 이들의 음악은 놀랍게도 매우 평범해지고 지루해진다. “살” 이후 수록되어 있는 네곡은 존재의 의미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재미가 없다. 가사가 평범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을 그대로 배낀 듯한  – 하긴 이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므라즈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하다 – 음악의 진부함때문일까. 이들은 가끔 작곡에서도 번뜩이는 센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센스는 앨범 전체, 아니 그 곡내에서도 꾸준함을 가져가지 못한다. 앨범은 중구난방이고, 통일성은 결여되어 있다. 아주 좋은 곡들이 있는 반면, 1분도 채 듣기 힘든 곡들도 있다.  EP 가 아닌 정규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왠지 함량 미달의 곡들을 억지로 우겨 넣은 느낌이다. 이들의 음악이 구리다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인디씬에서 이정도 퀄리티를 가지면서 대중성까지 확보한 앨범은 찾기 힘들다. 어쩌면 홍대씬의 아주 획기적인 성과물일 수 있다. 또하나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니까. 다만 뜨어 하면서 놀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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