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Come to where I am

 

박정현의 통산 여섯번째 정규 한국어 음반이다. 4집에서 정석원을 만나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그녀가 그 이후 정석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황성제와 본격적으로 작업한 첫번째 앨범이자, 본인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등 앨범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한 첫번째 앨범이기 때문에 그녀의 커리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헤어짐은 못됐어요” 와 앨범 타이틀격인 “순간” 을 제외한 10곡을 직접 작곡했고 한글 가사가 들어간 세곡을 포함해 총 다섯곡을 직접 작사했다. 앨범 마지막에 위치한 “Everyday Prayer” 는 본인이 직접 편곡까지 했다. 아티스트로서의 자각과 그동안 그녀가 대중가요계에서 가지고 있던 ‘위치’ 사이에서 갈등한 흔적들이 앨범 곳곳에서 엿보이는데, 결과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그녀가 자신의 음악적인 역량을 마음껏 선보이고 또 자신의 음악 세계, 철학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를 가지는 앨범이고, 주의깊게 들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근작들을 최근 들으면서 가장 크게 놀란 점은 첫째, 대단히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이 있고, 둘째 녹음 과정에 있어서의 믹싱이라던가 엔지니어링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이건 그녀가 음악을 단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중 하나’ 로 인식하지 않고 일종의 직업이자 프로페션으로서 접근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는데, 그녀가 가사뿐 아니라 음악의 외형적 표피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순간” 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느낌, 혹은 “Smile” 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두운 단조의 분위기는 그녀의 기존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의외의 면인데, 앨범에 이런 곡이 꽤 되는 편이다. 아주 스탠다드한 팝 넘버인 “달아요” 나 애절한 한국식 발라드인 “우두커니” 같은 곡들과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서 말했던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지는 이유다. 갈팡질팡하고 있다기 보다는 모든걸 아우르고 싶다는 욕구가 앨범의 무게를 약간 무겁게 만드는 느낌이다. 스케일이 커지는 순간은 겉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팽창한다. 그녀가 7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힘을 좀 빼고 작고 가벼운 음악들을 하고 싶었다.” 라고 말하는 이유도 본인이 6집 앨범 작업을 하면서 느꼈을 일종의 소화불량에 대한 반성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대단히 뛰어난 보컬리스트에서 앨범을 자기 손으로 메만지는 아티스트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과연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인터뷰에서 그녀는 영어 가사에 자신의 생각을 담기 쉬었다고 고백한다. 흔히 말하는 “달콤한” 팝넘버로 대표되는 그녀이지만 최근 인터뷰들을 읽어보면 – 남의 가사를 받다 보니 – 노래를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래서 한국어 가사를 쓰는 연습도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  대학때 연극영화를 전공했으니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나 표현해 내는 능력도 수준급이지만, 역시 한국 대중가요계에서 먹힐 만한 1차원적인 한국어 가사를 통해 그녀의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앨범에는 총 다섯곡을 작사했는데, 이 곡들에서 그녀를 이해하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The Other Side” 에서는 피곤한 일상을 살아가는 마리아라는 가상의 여인을 통해 허전한 마음과 소박한 일상의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Hey Yeah” 는 영어가사곡인데 연인간의 다툼과 마음이 멀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순간” 은 일종의 “꿈에” 의 후일담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연인과 헤어진 후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영어곡인 “Smile” 가장 의외의 곡이다. 대단히 어두운 내용의 가사는 사귀는 동안에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옛연인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그래서 지금 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거니까 한번 웃어나 보라는 (웃음의 의미가 섬뜩하다) 내용을 담고 있다. “Everyday Prayer” 는 연인을 위한 송가로도 해석할 수 있고, 가스펠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 스스로 인정했듯이, 그녀를 매니악한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이소라나 이상은 – 그리고 우습게도 김윤아 – 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자아 존재감을 – 한국어로 – 표현하는 능력이 서툴다는 데에 있었다. 노래는 정말 잘 부르지만, 이소라처럼 가슴을 후벼파게 하는 아련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고정관념같은 것이 내 머릿속에 있었다. 한국어 가사 전달 능력에서의 에로사항이 무언가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다. 6집에서는 그러한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음악에 담아 전달할 때의 표현력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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