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zuo Ishigure: Never Let Me Go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여섯살이 되던 해 영국으로 이민을 왔고,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후 전업 작가가 되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로 Booker 상을 받았고, 는 Times 지 선정 1923년 이후 최고의 영미문학 100선에 포함되었다. 내가 알기로 2005년 이후 발간된 문학들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Kathy 라는 30대 초반의 여성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Ruth 와 Tommy 가 Hailsham 이라는 곳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구성된 1부, 성인이 된 후 Cottage 로 이동한 후 Donor 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2부, Ruth 와 Tommy 의 죽음을 기록하는 Norfolk 에서의 생활이 담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배경은 1970, 80년대 영국인데, 작가는 SF적인 발상을 통해 이당시 영국에 복제 인간이 합법화되어 있고, 소위 말하는 Clone 들을 생산해 집단 수용하는 시설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Hailsham 이나 Cottage 는 이러한 수용 시설중 한곳이다. Kathy 와 Ruth, Tommy 는 성인이 되면 그들의 장기를 의무적으로 기증하고 삶을 마감하게 되는 Clone 들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을 SF 소설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소설의 배경은 거의 마지막 단락인 22장에서야 비로소 밝혀진다. 그 때는 이미 거의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 상황이고, 작품의 줄거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SF 적인 ‘냄새’ 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일종의 성장 소설로 읽었다. 다만 성장하는 과정이 약간 다를 뿐인 이 세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감정들에 집중했다. Kathy 는 극중 화자이지만 극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주관적으로 서술한다. Kathy 와 Ruth 는 Tommy 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감정을 주고 받기도 하지만, 결국 우정으로 이를 승화한다. 자신이 클론이고 성인이 되면 세번 혹은 네번의 기증 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감정은 절박하고 솔직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도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현실을 지배한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현실에 대항하는 삶보다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의 ‘마무리’ 가 더 중요하다. 시작되는 감정에서조차 끝을 생각해야 만 하는 이들의 현실이 서글펐다.

이 작품에는 아주 작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 클론들 – 소설속에서 클론이라는 단어는 몇번 나오지 않는다. 기관내에서 이들은 students 라고 불린다 – 이 사랑에 빠지면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출했던 예술 작품을 통해 그 감정을 인정받고 기증을 연기할 수 있다는 루머의 사실 여부가 그것이다. Kathy 와 Tommy 는 이 루머에 의거해 기증 연기를 하기 위해 “Madame” 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과거 Hailsham 에서 자신들을 훈육했던 Gardian 들을 만나 이 루머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다. 그 실체가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 소설의 주제중 하나인, 복제 인간들에게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 다는 사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Kathy는 성인이 된 후 기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Donor 가 되기 전 그들을 돌보는 Carer 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물론 소설의 처음에서 암시되는 바 그녀 역시 언젠가는 Donor 로서 삶을 마감하게 되겠지만, 그녀는 바람이 울타리를 넘어 자신에게 다가오고, 다시 자신을 지나쳐 길 저쪽 너머로 흘러가듯이 자신의 삶 역시 그렇게 흘러갈 것임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 혼자 남은 그녀가 그렇게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사회로부터 획득하지 못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이미 인간보다 더 현명한 존재라고.

킨들 + 영어 원문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읽었는데 문체가 워낙 깔끔하고 정갈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사려깊게 씌어져 있어서 읽는 데에 큰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2010년의 마지막날부터 읽기 시작해서 새해에 읽은 첫번째 책이 된 이 소설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한글로도 번역되어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고, 작년 캐리 멀리건, 키라 나이틀리, 앤드루 가필드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 불행히도 영화는 현재 근처에서 상영중인 곳이 없고 DVD 로 2월 1일 출시 예정이다. 소설에서 묘사된 장면들이 어떻게 영화속에서 되살아 났는지, Kathy 의 시선으로 그려진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가 어떻게 표현되어졌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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