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더이상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오늘 서점에 가서 이쁜 카드를 몇장 골랐다.
집에 와서 우선 배를 든든히 한 후 한장 한장 최대한 정성을 다해서 써내려 갔다.
그러다가 문득, 그 아이한테도 한번 보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나서
그 애가 다닌다는 회사 주소를 찾아 보려고 이리 저리 둘러 보다가
어찌 어찌하다가 미니홈피에 들어가게 됐다.
몇페이지 넘겨 보다가,
이내 그 아이에게 카드를 보내는 건 관둬야 겠다고 생각하고는,
미니홈피 창을 닫아 버렸다.
더이상 내가 들어갈 구석이 없어 보이는 여백없는 사진들 속에서
이제 너와 나는 정말 아무런 사이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마음속으로만 그 아이에게 2011년이 행복과 행운이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빌었다.

몇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억지로 간직하려고 애쓰지 않는 기억인데도 또렷이 남아 있는 잔상같은 것이 있다.
손 한번 잡아보지 않은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뒤통수만 보면서 걷기를 계속했더랬다.
아직도 난 그 친구의 손의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지 못하지만
지우려고 애써도 지워지지 않는 그 기억들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 친구가 참 밉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잘 버티고 있는 겨울방학,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으련다. 흥.

2 thoughts on “카드.

  1. 전에도 몇번이나 생각했었는데. 글이 참 시적이에요! 아. 그리고..무너지지마세요! ^^ 지금까지 잘 버텼잖아요

    • 시적이라니.. 과찬이시구요. 그냥 궁상떤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생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려고 애쓰는 중이예요. 지금까지 학기들중 가장 안정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퍽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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