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3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코스웤을 지나 세미나 과목들을 듣기 시작하면서 학기의 ‘공식적’인 끝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기말고사가 없는 대신 페이퍼와 발표를 통해 학기를 마치다 보니 ‘확’ 하고 끝나는 맛이 없다. 그만큼 학기말에 받는 스트레스가 분산되니 정신적으로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학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항상 학기가 끝나면 아쉬움이 밀려 온다. 매순간 최선을 다했는가 자문할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되는 내 자신에 실망한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눈에 띄지는 않을 지언정 아주 미약한 발전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도 가져본다. 학기마다 벽에 부딪히고 좌절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성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벽을 넘고 극복하느냐의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깨지고 좌절하는 과정중에 배우는 교훈들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경제학도 일종의 계단식의 학습과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참동안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벽을 만나게 된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 앞에서 몇주고 몇달이고 낑낑거리다가 넘었는지 안넘었는지도 희미한 채 어쨌든 위기가 지나간다. 그리고 또 한참 시간이 흐르면 문득 예전에 고민하던 것들이 무척 쉽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또 장기간의 정체기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99% 의 좌절과 정체속에서 가끔 느끼는 아주 작은 희열을 붙들고 살아 가야 하는 것이 이바닥인 것 같다.

티칭은 아주 재밌었다. 다섯학기중 이번 학기가 가장 즐겁고 보람있었던 티칭 학기였다. 가르치는 내용은 똑같았지만 영어가 조금씩 원활해 짐에 따라 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더 늘어나는 것 같다. 결국 교육도 소통이다.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교육 자체에 뜻을 두는 학자들도 많다. 학자로서의 본연의 임무인 연구보다 더 큰 재미와 보람을 느낄만큼 교육은 큰 가치를 지니는 행위인 것 같다. 오늘 아침 기말고사를 봤는데 답안지를 제출하면서 한학기동안 고마웠다고 악수를 청하는 학생들의 눈빛에서 진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의 착각인가? ㅋ 군대에서 조교 생활을 했던 게 이럴 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수의 학생들을 통솔하는 요령이라던가, 피교육자의 입장을 고려해 충돌을 피하는 요령이라던가 하는 부분들.

방학때 특별히 할 일은 없다. 계획했던 동부 여행은 가족과 상의끝에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믿는다. 수중에 돈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놀러 갈 생각도 별로 없다. 유타로 기차여행을 가보려고 했는데 어째 미국은 비행기 왕복 티켓값보다 기차 편도 티켓가격이 더 비싼건지. 사치스러워 보여 포기했다. 그냥 집에서 조용히 연말 연시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우선 이번 주말까지는 경제학과 관련된 그 어떠한 활자 매체도 보지 않을 생각이다. 다음주부터 슬슬 학교에 나가 학기중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 나가야 할 것 같다. 느리게, 천천히, 욕심부리지 말고.

8 thoughts on “겨울방학

  1. 저도 기차를 타보려고 생각해 본적이 몇 번 있는데 비행기보다 비싸고 느리고 스케줄도 편리하지 않아서 한번도 못타봤어요.

    • 그쵸. 스케쥴도 은근 불편하더라구요. 동부쪽은 그나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부죠? 오바마가 추진했던 고속철도 프로젝트도 중간선거 패배로 물건너 갈 것 같고 말입니다 ㅋ

  2. 와- 완전 멋저부러요-
    학기 끝나고 학생들이 악수 청하는 모습 상상 +_+ 내가 알던 종혁오빠는 항상 어른스러웠는데 이젠 정말 진짜진짜 제법 꽤 어른인 것 같아요- 오- 멋져멋져-

    수고했어요 :)

    • 뭐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야. 사람마다 취향이라는게 있잖아. 날 좋아했던 몇몇 학생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거지 뭐.. 아직 어른스럽진 않고.

    • 흐흐. 인스트럭터 수업 안듣고 제 레시테이션만 들어 오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요즘 얘네들이 페이스북 신청해서 가끔 들어가 보는데, 10년의 나이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긴 하더라구요. 내가 대학교 1학년땐 어땠을까 생각나기도 하구요.

  3.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기억 안나시겠지만요^^
    거의 1년을 넘게 드나들었지만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또 한해를 보내는것 같아 연말이고 해서 안부 전합니다.
    그리고 항상 종혁님 블로그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한국은 오늘 최고로 추운것 같네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강추위라니..

    먼곳에서 몸 건강하시고, 하시는 공부 잘 되길 바래요~

    겨울방학 즐겁게 보내시구요~ 메리크리스마스~! :)

    • 당연히 아직 기억하죠. 잘 지내시죠? 서울 날씨 무척 춥다고 하더라구요. ㅊ외출하실 때는 두툼히 챙겨입고 나가세요. 항상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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