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

Jin 은 내 학생중 한명이다. 이번 학기 나와 함께 거시경제원론을 공부하고 있다. 첫수업이 끝나고 기다렸다가 내게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면서 안면을 트게 됐다. 부모님 모두 한국출신이시지만 Jin 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주 일반적인 Korean American 이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나고 자라 ASU 로 입학했고 이번 학기에 CU 로 전학을 와 다시 크레딧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미국 학제 시스템에 대해선 무지하니 잘 모르겠지만 동년배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말로 짐작하건데 약간의 make up 해야 하는 부분이 있나보다.  한국말은 더듬더듬 할줄 아는데 지난 여름 연세 어학당에 가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연세 어학당에 다닌 외국인들의 이야기중에 빠지지 않는 게 ‘홍대클럽’ 얘기다. 너무 좋았고 재밌었다며, 다음에 꼭 다시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 Jin 역시 홍대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최근에는 경제학 수업이 아닌 다른 과목 수업때문에 더 친해졌다. Jin 은 이번 학기 한국현대사 수업을 History 쪽에서 듣고 있는데, 본인이 전혀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 수업이 끝나고 종종 물어본다. 시험을 앞두고 이승만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했다. 나는 우선 그과목 lecturer 가 이승만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되물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주 좋게 표현해 놨더라. Jin은 이승만이 독립협회의 중심인물이었다는 건 알았지만 김구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편향되게 가르쳤으면 이승만과 김일성과의 대립관계만 가르치고 김구와의 대립과정은 가르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렇게 bias 되어 있는 상태의 Jin 에게 가지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줬다.

오늘은 박정희에 대해 물었다. 역시 그 과목 강사는 박정희와 경제 발전에 치중한 설명을 한 것 같았다. 나는 박정희를 상대로 민주화운동을 한 아버지의 예를 들며 그가 한국의 민주화 발전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설명해 줘야 했다. 박정희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중 하나는 김대중인데, 아직 김대중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은 것 같아 간략하게만 설명해 줬다. 그리고 박정희가 꼭 아니더라도 한국의 경제발전은 필연적이었다라는 얘기도 해줬다. 물론 이건 가설이긴 하지만, 그가 경제발전을 혼자 힘으로 이룩한 것처럼 비춰지는 건 illusion 이라고 덧붙였다.

아마도 그와는 따로 시간을 잡아서 한참을 대화해야 할 것 같다. 헤어지면서 따로 이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시간약속 잡자고. 그에게 추천해 줄 책이나 영상물을 한번 모아 봐야 겠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한국적인 가정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Jin 같은 K-american 들은 실질적으로 미국적인 사고방식과 문화적 환경에 길들여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부모가 태어난 곳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뿌리를 찾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그런데 내가 미국 도서관에서 찾아본 서적들이나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보면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한국역사나 사회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민을 오면 그 당시 사회적 가치관이 현재까지 고정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면 이민 1세대, 2세대들의 기억속에서는 여전히 박정희가 훌륭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도 같다.

2 thoughts on “Jin

  1. 그 학생에게 뿌리를 찾게 해주려는 종혁씨의 의도가 좋은데, 저는 그런 액션들을 종혁씨가 취함으로써, 종혁씨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를 도와줬다는 사실에서 기반하는 단순함 말고요, 내가 아는걸 누군가에게 말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도 더 또렷해지잖아요. 말하면서 깨닫게 되기도 하구요. 종혁씨가 말해주고 자료를 찾아 건네주고 하는 그런 모든 일련의 과정들에서 그 학생만큼 종혁씨도 한단계 더 나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미 그런 과정들을 많이 겪어왔을 것 같지만 말이죠.
    그래서 이 포스팅이 저는 뭔가 뿌듯해요. 묵직한 느낌이에요.

    •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예요.

      많은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나다 보면 한국과 관련된 학생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요. 대부분은 부모님중 한분이 한국인인 half korean 들이죠. 희미하게나마 접했던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요.

      한국에서 유학온 학생들은 의외로 좀처럼 잘 다가오지 않아요. 소극적이어서 같은 한국 유학생들끼리만 어울리죠. 닫혀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Jin 처럼 미국에서 태어난 100% 한국인피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다행히 그 학생은 매우 똑똑하고 또 진지한 편이라 조심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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