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

하루종일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골똘하게 해도 한줄을 쉽게 써내려 갈 수 없다. 그저 지껄이는 수준이면 좋으련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쓰는 글은 쉽게 써내려 갈 수 없다. 이십대 중반에 한 친구에게 글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자만심에 가득차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금, 이십대 후반에 이르러선 단어 하나 선택하는 것이 참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비단 한국에서 영어로 표현 수단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머릿속에 많은 것이 들어갈 수록,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록 내가 얼마나 한숨나오는 수준에 있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겁이 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무모하게 살아 왔는가 뼈저리게 후회하기 때문이다. 하룻강아지가 호랑이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 얼마나 섬찟한 기분이 들까. 두려움에 차마 도망가지조차 못하지 않을까.

나의 이십대 끝자락은 그런 기분에 휩싸여 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내가 못났음을 모르고 살아온 지난 세월보다는 훨씬 더 생산적이고 행복할 테니까. 어둠속에 빛이 한자락이라도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말이다. 나는 맹자의 말을 따라 30세에 이립(而立) 할 수 있을까? 더 많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8 thoughts on “스물 아홉

  1. 나이먹는다는게 그런건가봐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겁나는게 없던 젊은 날 =_= 이 가끔씩은 그리워지지만
    겁나는게 많다는건 그만큼 철들었다는거겠죠?

    • 겁이 나서 뒷걸음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 전 지금 주어진 기회에 그저 감사하고 싶네요.

  2. 그것이 자만이었다는 걸 알게 된 그 사소한 깨달음만으로도 이립하신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2월이면 서른인데, 이립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고민으로 삼십대가 두려워요. 또 다른 의미론 설레기도 하지만요.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래요. 나이라는건 결국 아무 것도 아닌것이고 내면의 성장이 어디까지 왔는지 체크해주는 시점같은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때요? 건강도 마음도 안녕하죠?

    • 하지만 거울을 볼때마다 확연해지는 눈가의 주름이 나이가 그저 숫자만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듯 해 가슴이 아파요 ㅋ 저는 잘 있어요. 무사히 하루 하루를 보내며 20대의 끝자락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전 리디아님이 찍으신 사진들만 봐도 배가 부른 걸 보면, 분명 갖고 계신 가치가 있으실 거라 믿어요.

  3. 오빠 ㅠㅠㅠㅠ
    으항 우리 진짜 오랜만이죠 ㅠㅠㅠㅠ

    저의 소홀함을 용서하셔요-

    몸은 건강히 잘 챙기고 있어요!?
    이제 곧 30인데 뼈 관리 튼튼히…. 쿨럭….ㅎㅎㅎㅎ

    • 야 30대가 가까워져 오면서 진짜 몸이 예전같지 않아. 주름살도 생기고 머리털도 빠지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고.. ‘늙는다’ 라는 게 뭔지 조금씩 실감이 나네.

      잘 지내지? 보고 싶다 오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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