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나는 내 자신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글 잘쓰는 사람을 보며 가지는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가지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다. 다만 글 쓰는 것을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한때는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많이 어렸을 때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불과 몇년전 이야기다. 읽으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비문을 생산해 내는 사람의 글을 보면 인상이 찌푸려 졌다. 무시하기도 했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꼭 글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꼭 글을 잘 써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잘 쓰지 못한 글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는 않는다.

글쓰는 것과 말하는 것 모두에 서툰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꼭 멍청한 건 아니다. 그저 글을 잘 쓰지 못하고 말을 잘 하지 못할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그들이 그것에 대해 평가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그들에게 나쁜 말을 해줄 필요는 없다. 또한 어떤 인간적인 애호의 문제도 아니다. 이건 말을 잘한다고 해서 (혹은 글을 잘 쓴다고 해서) 꼭 매력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경험의 응용이기도 하다. 말을 잘 못한다고 해서 (혹은 글을 잘 못 쓴다고 해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이런 건 있다. 글쓰는 것과 말하는 것에 있어서 상대방을, 그러니까 독자나 청자를, 배려하지 않는 것을 느낄 때 가지는 어떤 불쾌함. 그것이 의도적인 경우일 때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의도적이지 않다고 해도 그 사람의 배경과 현재 상황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실망이나 불쾌함을 느끼기는 하는 것 같다. 글과 말은 모두 관계맺음의 일부분이다. 관계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시작되고, 상대방을 이해함으로써 지속되며, 그 둘 사이에 조화를 이룸으로써 완결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언어로 상대방의 이해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뱉어내는 글과 말은 관계맺음의 관점에서 그닥 매력적이지 않을 뿐더러 때로는 폭력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느낌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섹스와 다를 바 없다.

책을 읽을 때도 나는 항상 글쓴이와 대화한다고 생각하며 읽는다. 문체와 단어 선택, 그리고 문단의 구성등에서 필자의 성격 혹은 삶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너무 과대망상인가? 하지만 나는 아주 이성적으로 쓰여진 전공 서적이나 논문을 읽을 때에도 글쓴이의 밥먹는 모습이 보인다.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이고, 걷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상상한 그 모습들이 실제와 다르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참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함부로 배설하듯 써재끼거나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대로 말해 버리는 건 이십대 초반에 끝냈어야 한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하게, 자신이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글쓰기나 말하기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청자나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자기 중심적인 글쓰기 혹은 말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경계하고 의심해야 한다.

최근의 대화에서 느낀 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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