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황

– 프로포절 하나를 쓰고 있다. 저번에 쓴 프로포절이 마음에 안들어서 통째로 들어내고 다시 쓰는 중이다. 좋은 페이퍼는 좋은 프로포절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프로포절은 영화로 치면 일종의 프리 프로덕션 단계인 것 같다. 얼마나 사전 조사와 준비를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실제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결정된다. 수업듣고 책읽고 시험보는 것보다는 논문 찾아 읽고 아이디어 짜내서 논문쓰는게 더 즐거운 걸 보면 나도 리서치 오리엔티드인 듯. 끝까지 가봐야 하겠지만 지금은 석사까지 하고 취직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돈이 궁해지면 또 모르겠지만..

– 큰맘먹고 킨들로 읽을 책 몇권을 샀다. 하나는 농구의 자료 분석에 관한 책이다. 야구에 세이버메트리션들이 대활약하고 있듯이 농구에도 그와 비슷한 숫자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통계와 분석에 대한 이야기다. 농구와 관련된 다른 책은 피닉스 선즈의 역사적인 “seven seconds or less” 시절의 이야기인데 이건 다음 기회에 사기로 했다. 이번에 구입한 다른 한권은 이언 매큐언의 소설이다. 영어 소설을 끝까지 정독할 수 있을까? 내게 영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만한 깜냥도 음미할만한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어 봤다. 또다른 책은 국제 금융 시스템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 다가온다. 나는 오피스를 지하에서 3층으로 옮겼다. 저녁마다 독한 음식냄새를 풍겨 나를 두통에 시달리게 했던 세르게이와의 동거에서 벗어나 스캇, 크리스와 함께 쓸 조촐한 작은 오피스로 이사했다. 좋은 점은 세명이서만 쓰는 오피스라 방해받지 않는다는 점, 나쁜 점은 에어컨이 중앙조절식이라 주말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 -_- 오늘 마치 한국에 있는 것 같은 끈적함을 느끼며 공부했다. 창문도 없어서 통풍도 전혀 되지 않는다. 1920년에 지어진 건물이니 많은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저 밤까지 맘편하게 공부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 스캇은 월요일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초긴장상태다. 이놈 정말 신기한 것 중 하나가 꼭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컴퓨터로 틀어놓고 공부한다. 대체 그렇게 해서 공부가 되나?? 근데 자기는 잘된단다. 암튼 학기가 다가오면서 학교 근처에 사람들이 한명 두명 늘어간다. 나에게는 벌써 이곳에서의 세번째 시즌이다. 대학원내에서 어느새 중간층이 되어버렸음을 느꼈다. 함께 수업을 듣던 선배들은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작년 반갑게 맞이했던 2학년들은 새로운 얼굴들을 맞이할 생각에 가슴이 설레인다. 나는 어중간하게 그 틈에 끼여 남은 코스웤을 마무리하고 첫번째 논문을 써야할 한해를 준비하고 있다.

– 최근 내가 아주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지난 10여년간 알아 온 친구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꽃을 선물해 주고 싶어 그가 좋아하는 꽃집을 찾았으나 해외에서 주문 불가능하단다. 인터넷 주문을 받지 않는 작은 꽃집이었다. 그래서 교보문고에서 책을 한권 주문해서 택배로 보내주려고 주문까지 다 마쳤는데 아뿔싸, 그 친구에게서 받은 명함을 잃어 버렸다. 게다가 최근에 그 친구가 부서를 옮겼다는 소식도 들었던 기억이 얼핏 났다. 회사 생활 경험이 없는 나는 부서를 옮기면 주소가 바뀌나 싶어 혹시 배달 사고 날까봐 전전긍긍. 결국 선물을 보내주지 못하고 메신저로 축하한다는 말만 해줬다. 많이 아쉬었다. 선물을 받는 것은 싫어하지만 주는 것은 은근히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패했으니 낙담하는 마음이 제법 컸다. 게다가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이었는데.. 그날 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역시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잘 안되는 사이였나 보다. 인연이 있었다면 벌써 잘 이어지지 않았을까. 10년 가까이 친하게 지냈지만 친구 이상으로 발전되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친구로 머물러 있으라는 어떤 징표(?) 가 아닐까. 유학을 온 후 항상 마음 한구석에 크게 자리잡고 있던 그에 대한 감정을 이제 확실히 정리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둘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 속을 끓이는 스타일이라 더 안타까운 순간들이 많았을 거다. 그래도 뭐.. 내 인생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중에, 먼 나중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  인셉션에서 궁금한 것 한가지. (나쉬님, 아침해쌀님, 미엘님 헬프) 어떤 때는 꿈속에서 죽으면 그냥 꿈에서 깨는데, 어떤 때는 꿈속에서 죽으면 실제로 깨어나지 못하잖아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4 thoughts on “최근 근황

  1. 강력한 진정제를 쓴 경우 꿈에서 죽어도 깨어나지 못하고..정신적으로는 더 고통스러운
    림보로 빠지게 되요피셔에 관한 미션이 워낙 중요하고 세밀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평소 보다
    강한 진정제를 쓴거고 1단계에서 총에 맞은 사이토를 깨우려는 임스를 코브가 막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죠..죽어봤자;; 깨어나는 게 아니라, 림보에 빠질테니..
    코브 입장에선.. 이미 멜과 자신이 경험한 곳이니.. 더 잘 알고 있었겠구요.
    결국..사이토는 희생양(….) 불쌍한 사이토(..)

    – 그나저나 ‘그건 그냥 친구로 머물러 있으라는 어떤 징표(?)’ ‘둘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 속을 끓이는 스타일’ 이 부분에서 저도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어요..한동안은 무감각했는데
    (아마 예전에 비해 만나는 횟수가 줄어서 그렇겠지요) 최근에 진지하게 고민 하고 있어요…이걸(?)
    어째야 하나..-_ –

    • 아…!! 강력한 진정제. 그게 문제였군요. 전 알케미스트가 쩌리짱인줄 알았는데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네요 +_+ 결국 사이토가 림보에 빠져 버려서 폭삭 늙어버린 것도 그 상처 때문이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런 친구가 있다면 지르세요! 흐흐. 전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지 못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2. 드림머신 약을 사용할 땐 투여량을 조절하고 타이머를 설정, 꿈에서 깨어나는 세가지 방법이 있어요. 약효가 다 떨어져 자동킥이 되거나 깨우는자가 깨우거나/킥을 사용, 혹은 꿈속에서 죽으면 깨어나는거죠.

    이번 인셉션은 꿈속의 꿈, 3단계의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작전이라 유서프가 만든 오래 지속될 아주 강력한 약을 사용해요. 원래의 드림머신 약이라면 12배의 지속력이 있는데 유서프의 약은 20배로 증폭되는거죠.
    게다가 혹시모를 미약한 자극에 동요하지 않도록 진정제도 투여하고(그래서 다리 난간에 부딪혔을때 깨어나지 않을수 있었고 다만 자극은 전해져서 약속된 킥이 실행될 시간을 미리 귀뜸하는 수단이 되요)

    결국 꿈에선 죽었는데 현실에선 강력한 약효때문에 계속 잠들어 있는 상태고, 무의식은 방황하다 림보상태에 빠지게 되는거죠. 인셉션 작전의 멤버들중엔 코브가 림보에 빠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의 림보(무의식)중에 어느 곳에 사이토가 갇히게 되는거구요, 현실의 약효가 다 되서 사이토가 깨어난다고 해도 그는 이미 림보에 빠졌기 때문에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의식을 현실이라 믿는 예를들면, 치매환자 상태처럼 보인다는거죠.
    그래서 사이토를 죽이지 못하게 한건데 결국 사이토는 꿈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림보상태에 빠지고 말았..ㅠㅠ

    코브와 맬은 유서프의 약처럼 어떤 강력한 약을 따로 사용한게 아니라 자신들의 능력으로 꿈속 무의식의 세계를 자유롭게 지속하고 만들어낸거라서 꿈속에서 죽는것으로 현실로 돌아오는거구요, 다만 서로를 죽일수 없으니 기찻길에 눕는걸 선택한 거라고 봐요. ㅎㅎ 얘길 하다보니 새삼 생각난건데, 저는 처음에 인셉션 작전에서 킥 실행이 일어날때 전단계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다음 단계의 킥이 차례로 실행되어 현실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킥의 동기화’로 모두 같은 시간에 킥이 한꺼번에 실행되서 깨어나는 거였어요 ㅎㅎ 영화 장면이 순차적으로 보여지니 그렇게 생각했었나봐요.. 여튼 다시 보고 곱씹을수록 재밌는 영화란 건 확실하니까 즐거웠네요.

    아 참, 그 친구분 회사명을 아셨다면 회사에 전화해서 부서 알아볼수 있는데.. 뭐랄까 제가 다 아쉽네요 마음이;;
    인연이란 건 참 알수없는거더라구요.. 지금 종혁님 마음이 어떤지 그게 제일 중요하겠지만 사람 마음이란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봐요.. 마음먹기에 달렸다 뭐 그런? ㅎㅎ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싶다가도 나중에 그때 왜 말하지 못했나 거기까지였던건 내 용기가 거기까지였던게 아닐까 그런 후회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에고, 제가 그만 너무 감정이입 했나봐요. (..) 여튼 마음이 편해지시길 바래요 :)

    그리고 프로포절 화이팅! 논문도 아자아자 화이팅!!

    • 와…….
      완전 자세한 설명 진짜 진짜 감사드려요. 역시 해쌀님 +_+ 저도 몇번씩 다시 봐야 겨우 이해가 될듯 해요. 놓친게 너무 많네요.

      회사도 알고 연락처도 알았는데 혹시 제가 부담이 될까봐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어요 ㅋ 말씀하신 게 맞아요. 지금은 포기했지만 또 언젠가는 아쉬움이 크게 남을 지도 모르죠. 이쪽 문제는 정말 잘 모르겠어요ㅋ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