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el Pink’s Haunted Graffiti : Before Today

이 앨범을 듣다 보면 별의별 뮤지션들의 이름이 다 떠오른다. 데이빗 보위부터 토토, 어스 윈드 엔 파이어, 프랭크 자파,  심지어 티어스 포 피어스까지. 70년대말부터 80년대 중후반까지의 모든 음악들이 녹아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곡마다 차용하는 듯한 음악들도 천차만별이다. 어느 곡에선 전형적인 글램록 스타일을 선보이다가 다음 곡에서는 조금 지저분해진 신스팝이 흘러나온다. 계속 듣다 보면 이 앨범이 정말 2010년에 나온 것인지 궁금해 지기까지 한다. 사운드는 조악하고, 표현방식은 영락없는 예전 것 그대로다. 심지어 앨범 커버까지 청계천 중고 LP 가게에서 봤을 법하게 생겼다.

Ariel Pink 는 기이한 존재다. 어떻게 그가 4AD 레코드에서 앨범을 내게 되었는지조차 미스테리다. 알려진 사실은 그가 90년대 초반부터 LA 로컬씬에서 존재했으며, 수백곡에 달하는 노래들을 만들었고 그 노래들이 그대로 다 뭍혀 버렸으며, 데뷔 앨범 <Doldrums> 를 자기 집에 있는 컴퓨터 씨디알 버너로 구워서 길거리에서 판매했고, 결국 그 앨범을 2004년 애니멀 콜렉티브의 레이블에서 다시 발표했고, Haunted Graffiti 라는 밴드도 수년에 걸친 노력끝에 겨우 결성되었다는 것 정도다. 그러니까 미국 로컬씬에서도 꽤나 바깥을 돌던 아웃사이더였고, 그 씬에서 20년 가까이 썩은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정식 앨범을 하나 내게 된 사람이다. 그리고 피치포크는 그의 그런 비타협적인 애티튜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일종의 장인처럼 보고 있는 것이다. 그가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 했건 수많은 노래들을 만들어고 끝끝내 외면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기타를 계속 쳤건간에, 어쨌든 그는 올해 가장 괴이한 앨범을 냈고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자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앨범이다. 사운드는 분명히 과거 회귀적이고, 더이상 새로운 사운드적인 실험은 절대 없다. 이 앨범에 수록된 거의 대부분의 노래들은 98년에서 2002년 사이에 완성되고 녹음된 것들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2000년대 이후 형성된 트렌드와는 아무 상관없는 음악인 셈이다. <백 투 더 퓨처> 에서 마이클 폭스가 25년 후로 돌아간 그 해가 바로 2010년이라고 한다. Ariel Pink 의 음악도 그런 기분이다. 80년대에 살던 뮤지션이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2010년으로 와서 자신의 ‘신작’ 앨범을 발표한 듯한 기묘한 시간의 뒤틀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디는 영롱하고, 사운드는 묵직하고 단단하다. 곡마다 다채로운 ‘그당시’ 트렌드들을 실험하고 있기에 듣는 입장에서 별로 지루하지도 않다. 애니멀 컬렉티브라는 이 시대의 frontier runner 가 자신의 레이블에서 첫번째 non-animal collective members 앨범을 발표하게 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앨범 제목처럼 ‘오늘 이전의 모든 음악’ 을 집대성한 느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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