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은..?

시간 순서대로 말씀드릴게요. 세개의 에피소드가 다 나름 이어지는 구성이라서 ㅋ 으악 쓰기도 전부터 오글오글.

뒷얘기들이 그닥 상큼하진 못해요

2.
선물을 툭 던져주고 뒤돌아서 집으로 오는데 뒤에서 잡더라구요. 오빠 미안해서 어떡해.. 이러면서. 미안하긴 뭘, 지가 선약이 있다는데 뭐 별 수 있나. 그때 왜그랬는지 모르지만 하이파이브 한번 하고 돌려 보냈어요.

사실 이 친구와는 심각하게 만나는 관계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굳이 같이 안보내도 되겠다 싶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 그때 누군가에게 꼭 선물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때 당시 만나는 여자라곤 그 친구 하나뿐이었으니까 그 친구에게 선물을 주게 된거죠. 사실 나중에 주려고 했는데 우연히 급 만나는 바람에 원치 않게 쿨하게 휙 던져주고 오게 된거구요. 아무튼, 선물을 주고 전 집에 돌아왔는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부모님은 부모님끼리 데이트하러 하동으로 내려가시고 누나는 누나대로 또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러 가시고.. 그날 오랜만에 티비와 함께 밤을 지새웠어요. 라면도 끓여 먹고..

그리고 그 친구와는 몇번 더 만났습니다. 집에도 바래다 주고, 전화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제가 호주로 어학연수를 빙자한 계절학기를 들으러 갔죠. 1월 초였을 거예요. 이 친구와는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지게 됐어요. 호주에서도 꽤 오랫동안 제게 매일 전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가 그곳에서 여자친구가 생기기 전까지.

3.
시드니에서 마술을 보여주고 유자차도 타주고 그렇게 다시 친해지게 됐고 캔버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며칠 뒤 제 세번째 여자친구가 됐습니다. 우리는 그 후로 몇개월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했고, 그해 여름쯤에 공식적으로 헤어졌고, 제가 유학오기 전까지 계속 만났습니다. 중간 중간 스왈로브스키 귀걸이도 몇개 사줬구요. 다시 사귀고 싶지 않았지만, 굳이 만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귀기 시작하고 몇주뒤에 둘이서만 시드니에 한번 더 놀러 갔는데요, 그 땐 마술도 없고, 유자차도 없었지만 내내 같이 있는 것만으로 좋았던 것 같아요. (redundant!)

1.
세번째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몇개월 뒤 만난 그 술자리는 약간 특별해는데요, 그 친구가 절 1년도 넘게 더 짝사랑해왔다고 고백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와는 결코 사귈수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백이 상당히 뜬금없어서 잠시 벙쪄 있었는데 자존감이 지구 최강인 그 친구는 바로 응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더 표독스럽게 굴기 시작했어요. 제가 세번째 여자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친구였고, 중간에 안좋은 일이 생겨 힘들어 할때 옆에서 제 얘기를 들어주던 친구였거든요. 자존심강한 그 성격에 무던히도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그 친구가 제게 했던 말이나 행동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됐고, 그걸 곱씹어 보면서 술을 먹다 보니 제 앞에서 계속 까부는 그 녀석이 귀엽고 애틋하게 생각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받아주게 된거죠.

집에 바래다 주는 길에 눈화장을 손으로 슥 닦아준 후에는, 그 친구 집으로 갔죠. 부모님이 안계시다고 해서. 갔더니 중학생정도 되는 어린 남동생이 하나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더라구요. 화장실 갔다가 바로 나왔죠. +_+ 동생이 절 싫어하는 눈치였음.

그 친구와는 그 이후에 연락이 잠시 끊겼어요. 그 친구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테고, 저도 그 친구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건 왠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제가 유학때문에 한국을 떠나기 얼마 전 한번 마지막으로 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도 역시 술을 많이 먹고 여전히 제게 시비를 걸었는데 그 날은 둘다 왠지 기분이 나쁘지도 않고 되게 좋은 상태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헤어지기 싫었던 거죠. 우리는 만날떄마다 항상 둘중 한명이 트러블을 일으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지기 일쑤였는데, 그날은 서로 마지막으로 보는 거다 싶어서인지 같은 말이라도 기분 좋게 받아 넘기는 상황이 이어진거죠. 그래서 모텔에 갔어요. 가서 졸려 쓰러질때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별다른 스킨십은 없었어요. 그냥 나란히 누워서 잤어요. 둘다 스킨십이나 섹스 뭐 이런걸 바라고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구요.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여기서 만약 섹스를 해버리면 그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관계가 다 깨져버리는 거니까 안된다고. (그게 뭔지는 저도 잘..) 그 때 당시에는 이미 짝사랑같은 감정과는 약간 다른 감정으로 넘어간 듯 보였어요. 아무튼, 우리는 함께 아침을 맞았고, 그친구가 다니는 중국어학원에 데려다 준 후(;) 전 집으로 왔죠. 기분이 좋았어요.

올 여름 그 친구는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합니다. 살기 좋은 캘리포니아.. +_+ 부러우면 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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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등장하는 세 여성분이 제 블로그를 보고 있을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여나 당사자의 허락없이 이렇게 옛 기억을 끄집어 낸 것에 대해 기분이 상했다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싶습니다.

중요한건 이 세분 다 엄청 이쁜 분들이었다는 거! +_+

10 thoughts on “그 다음은..?

  1. 으음… 왠지 2% 부족하단 느낌이…
    모텔 같이 가서 섹스를 안하는 커플이 있긴 있구나요.
    속편 이야기 리퀘스트 들어줘서 고마워요~ ^^

    • 음 사실 제가 한번 시도했었는데 거절당했죠..

      뭐가 부족하신가요 ㅋ 아마 3번에서 세부 내용이 많이 삭제된거 같은데 이건 정말 19금이라..

  2. ㅋㅋ 뒷이야기 들려 주셔서 감사해요! 재밌네요.
    그러나 저러나 역시 마지막 줄은 자랑~
    역시 여자는 일단 예쁘고 봐야 하는거죠 ㅜ.ㅜ
    그런 의미에서 전 안될거야 -_-;

    • 딱 한명의 눈에만 이뻐 보이면 되는거죠 ^^
      미인이 그런 말씀 하시면 안됨 ㅋ

  3. 내가 상상했던거…

    1) 손등으로 눈화장을 지워주자 그녀가 놀란듯이 바라보고, 둘은 눈이 마주치고, 순간 오묘한 기운이 돌더니, 종혁님이 갑자기 그녀를 담벼락쪽으로 확…
    2)그녀는 귀걸이를 받고는 당황함과 미안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5초동안 있더니 갑자기 종혁님 품으로 확…
    3) 마술을 보여주고 유자차를 타주자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그녀.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자세가 흐트러진 두사람. 어느순간 둘중에 하나가 확…

    흠. 전 뭐 이런걸 상상했구만요. 흐흐흐.

    • 하하하.
      제가 스킨십에 있어서는 그렇게 적극적이질 못해요. 물론 그랬던 적이 없던 건 아닌데, 저 세경우 모두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런 강렬한(?) 행동까지는 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실망시켜 드려서 어떡하죠 +_+

    • 음.. 제 눈에 이뻐 보였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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