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welcoming comeback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몇번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가볍게 일기처럼 흘겨 쓰는 블로그 포스팅인데도 쉽게 써지지 않는다. 마음을 안정시켜 보려고 책을 펴도 글자가 눈에 잘 들어 오지 않는다. 가장 부담없고 또 잘 읽힐 거라 기대했던 한국에서 사온 잡지조차 글자가 머리에 와서 박히지 않고 튕겨 나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보거나 장난을 걸어도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냥 웃거나, 니 말이 맞어 하고 인정해 버린다. 고 전 노무현 대통령은 유서에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수도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고 썼다. 그 고통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인지, 죽음에 이르는 극한의 고통이 그로 하여금 글을 쓸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게끔 만든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나는 여기에 더해 음악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더 내셔널, 에리카 바두, 자넬 모네. 1년에 걸쳐 나와야 할 명반들이 최근 몇개월 사이에 쏟아지고 있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뭐가 나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든 걸까.

방향을 상실하고 길을 잃어 버린지 한달이 되어 간다. 어느 곳에도 나의 자리는 없는 것 같고, 나는 그저 세상의 짐처럼 느껴진다. 별 쓸모가 없는 것 같은 느낌.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의미없어 보인다. 나는 실패했고,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 뭘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이대로 주저 앉아 버리는 걸까, 아니면 또다른 도약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기 보다는 걱정이 된다.

미국으로 돌아온 지 나흘째이고, 새로 이사온 집에서 이틀밤을 보냈다. 어제 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침대며 책상 따위의 큰 가구들까지 모두 옮겼고, 오늘 정리를 해야 한다. 아직 집은 난장판이다. 난장판인 집을 보고도 아무런 동요가 생기지 않는 걸 보면 내 마음 역시 이처럼 어지러운가 보다.

어제는 좋아하는 분과 문자를 주고 받고, 또 다른 좋아하는 분과 채팅을 해서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여전히 햇빛은 너무나 맑고 강렬하게 창문을 넘어 내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하늘은 너무나 깨끗했으며, 사람들은 다들 너무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였다. 정말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 걸까. 힘들지 않게 살수 있는데 내가 그렇게 만드는 건가 싶기도 하다.

대체 뭘 하려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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