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유시민: 운명이다


이 책은 노무현에 대한 자서전이지만, 노무현이 직접 쓰지 않은 자서전이다. 때문에 주어가 ‘나’ 로 되어 있는 자서전적인 형식을 갖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시민에 의해 기록됐다.  유시민은 그동안 노무현이 직접 집필하거나 구술한 그의 인생 기록들을 참조하고 주변인들을 인터뷰함으로써 노무현의 일생을 재구성했다. 대부분 역사적 사실들과 이에 대한 노무현의 코멘트를 중심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왜곡 가능성을 최소화시켰다는 것이 유시민과 출판사측의 주장이다. 운명하기 며칠 전부터 노무현 자신도 자서전을 집필해야 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므로 아마 노무현이 자서전을 완성했다면 이런 식으로 썼을 것이다, 라는 추측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의해 기록된 가짜 자서전이다. 그동안 발간되었던 노무현에 대한 거의 모든 기록들을 모아 집대성한 ‘노무현의 일생’ 에 대한 기록이다. 때문에 노무현에 입문해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터닝포인트를 거쳐 그러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노무현을 사랑해 왔던 사람들에게는 그를 추억하기에 퍽 알맞은 책이 될 수 있다. 그의 철학과 가치관을 좋아했다면,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당신의 인생이 그것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은 소위 지식인으로서의 한계를 명확히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러한 한계를 극복했던 노무현에 대한 동경심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언론에서 보여지던 노무현과 실제 그 자신이 회고하는 노무현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고, 이 책을 통해 그 차이를 하나 하나 되짚어 봄으로써 실제 노무현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어쩌면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들조차 그를 오해하고 있었을 수 있다. 노무현을 싫어했던 사람들은 그 이유를 잘못 찾고 있었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왜곡들이 바로잡아 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읽은 유시민의 책들 중 가장 정치적인 의도가 덜 읽힌다는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최근 그가 쓰는 책들을 읽다 보면 그가 다시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 같은 책을 쓸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든다.

봉하마을에서 받은 인상은 ‘성지’라는 것이다. 노무현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그 곳은 하나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동교동과 상도동이 그러했듯이, 전두환의 연희동 자택이 그러했듯이 봉하마을 역시 하나의 성지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정서는 굉장히 상징적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리고 이 책은 유시민이라는 노무현 지지자가 엮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 의하면 노무현은 그 자신이 신성시되고 하나의 상징으로 받아 들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기능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순이고 역설이다. 의도가 덜 읽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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