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임상수

며칠전 압구정 CGV 에서 봤다. 전도연은 황정민과 더불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신뢰성을 주는 몇안되는 한국 배우군에 속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일정한 티켓 파워가 있다. 최소한 그들에게만 집중해도 본전치기는 했다고 생각할테니까.

<하녀> 는 딱 그정도의 영화였다. 전도연을 제외하면 그닥 값을 치뤄가며 볼만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임상수라는 감독은 작품간 격차가 제법 있는 편 같다. <바람난 가족> 과 <오래된 정원> 사이의 간극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때 그사람들> 정도가 내겐 딱 좋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천부적-이라고 내가 믿는- 공간에 대한 감각은 여전히 빛을 발하지만 뭔가 모든 것이 5% 씩 과잉되어 있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컨트롤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못할 바에야 철학적인 통렬함같은 게 있어야 할 터인데 (혹은 그에게 그런걸 기대하게 될 터인데) 그것조차 밋밋했다. 계급? 복수? 불가해성? 대체 뭘 창조하고 싶었던 거지, 뭘 비꼬고 싶어서 그렇게 베베 꼬인거야?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것도 뭔가 과잉된 느낌.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 을 보는 듯 했다. 무슨말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느낌. 그래서 재미가 없었다. 감독의 인터뷰와는 다르게 전형적인 히치콕식 스릴러 장치들이 영화에서 제일 볼만했다는 건 상당히 슬픈 일이다. 마지막 두 씬의 그 식상함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이고. 전도연은 참 좋았다. 연기 참 잘한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서우는 확실히 정계쪽 거물의 스폰서를 받고 있다는 설을 확신하게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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