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어제밤 열한시쯤 잠든 것 같은데, 예상한 대로 새벽 다섯시에 눈을 떴다. 볼륨을 0에 맞춰놓고 체널을 이리 저리 돌려보다 다시 잠을 청했다. 정식으로 눈을 뜬 건 오전 열한시쯤이었는데, 24시간 넘게 잠을 자지 못했던 것에 비해서는 꽤나 선방한 셈이다. 이로써 시차 적응은 하루만에 끝.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머니와 하는 대화가 점점 자연스러워 지고 익숙해 진다. 내가 점점 어머니에게로 다가가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함께 늙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빼먹고 한국에 가져오지 않은 것들을 사느라 신촌과 광화문을 돌아다녔다. 휴대폰을 다시 살리고, 아이폰 케이블을 (또!) 샀으며, 110v 를 220v 로 바꾸는 돼지코도 사고, 바디워시와 shaving gel, 전동 칫솔도 샀다. 나름 준비한다고 했는데 너무 많은 것들을 빼먹고 비행기에 탄 것 같다. 아마 이사를 하느라 더 정신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미용실 회원카드와 운전면허증, 체크카드같이 한국에서만 쓸수 있는 카드들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무슨 생각으로 짐을 싼건지..

무한도전을 큰 TV 화면으로 보니 되게 낯설었다. 하지만 여전히 재방송. 1년 내내 재방송해도 MBC 파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난 참을 수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은 더 안좋은 상황인 것 같다. 그 아름다운 섬진강마저 파해친다고 한다. 천안함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극소량의 어떤 물질도 찾아내지 못했는데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광화문은 이미 개판이 됐다. 길거리에서는 어깨를 부딪혀도 고개한번 돌리지 않고 지나간다. 지하철에서는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경쟁적으로 몸싸움을 한다. 여유는 실종됐고, 배려는 자취를 감췄다. 내가 워낙 여유로운 곳에서 살다 와서 과민반응하는 건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6 thoughts on “둘째날

    • 억지로 웃을수는 없죠. 근데 막상 말걸어 보면 또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요.

  1. 한국에 잘 온거에요? 나도 이사하고 알바??하느라 바빠서 통 신경을 못쓰는 사이에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요.
    결국 천안함은 북한의 짓거리로 밝혀졌고..내가 볼때는 이미 예저녁에 알고 있으면서 이제야 발표하는거 같고…
    엠본부의 파업은 아마도 이번주를 기해 협상이 된건지..끝까지 지지하려고 재방송 무조건 봐줬는데 말이지요.
    서울에서 즐겁게 지내다가 가요.

    • 이사 소식은 블로그를 통해 접했어요. 업데이트는 매일 빠짐없이 체크합니다 :)
      잘 지내시죠? 바쁘신 것 같아요 요즘. 서울은 좀 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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