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벽을 넘어 들리는 샤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다섯시. 잠시 뜸을 들이다가 옷을 대충 입고 나와 다시 한번 차키를 찾아 봤다. 역시 없었다. 천상 크리스를 깨워 크리스가 가지고 있는 그의 차 키를 빌려야 할터인데, 새벽 다섯시에 친구를 깨운다는 것이 못내 미안해 그의 방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봉형이 대신 노크를 해줘서 겨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크리스의 트럭을 타고 근처 park and ride 로 갔다. 주차장과 버스역이 함께 있는 장소인데, 고속도로로만 다니는 주요 노선 버스를 타기 위해 집부터 정류장까지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이다. 그곳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내 차였다면 함께 공항까지 가서 이것 저것 안내도 해주고 아침도 사먹여 들여 보내고 싶었지만, 생전 처음 몰아보는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용기가 없었다. 남의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항상 이렇게 조심스럽다. 날씨가 흐려 해가 뜨지 않았다. 바람은 세게 불고, 기온은 오르지 않았다. 버스는 왔고, 그는 갔다. 첫 1년을 마친 봉형이 조금은 더 어깨를 펴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바로 다시 잠을 청했는데, 아침 아홉시쯤 한국에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일어났다. 어제 못다 끝낸 짐정리를 마치고, 열한시쯤 크리스와 경수선배와 함께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차를 빌려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직접 무거운 짐들을 함께 나르고 운전까지 해줬다. 참 고마운 친구다. 이사를 마친 후 밥을 사겠다고 했는데 극구 사양하며 다음에 자신이 이사할 때 도와달라고 말했다. 첫 일년동안에는 내 영어를 한번에 잘 알아 듣지 못했던 그다. 2년차때부터는 내 발음에 적응이 되었는지 제법 잘 알아 듣는다. 나도 그의 강한 남부 억양에 많이 적응이 되어서 별다른 어려움없이 대화가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스캇, 켄튼, 루이스와 더불어 지금 현재 이곳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중 하나이며, 옆에서 많은 걸 배우게 되는 친구다. 여자친구가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이 약간 걸리지만 너무 심한 편도 아니다.

점심을 먹고,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일처리를 했다. 은행에 들려 백화점에서 생긴 일을 물어보고 백화점으로 가서 일을 마무리지었다. 패밀리 하우징 오피스에 들려 어플리케이션을 마무리지었다. 이제 그곳에서 소식이 오면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사하면 되고, 잘 되지 않으면 새로 아파트를 구해야 한다. 마음에 담아 둔 아파트가 하나 있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싫지만, 혼자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보지는 여기. 학교 ISSS 에 들려 I-20 에 싸인도 받았다. 그곳에서 CPT 와 OPT , 즉 외국인으로서 학위중 혹은 학위를 받은 후에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내년에는 한국에 들어가지 않고 RAship 같은 걸 알아볼 생각이다.

오늘 하지 못한 일은, 컴캐스트 캔슬하기. 오피스에 들려 책 꺼내기 (이건 조금 있다가 할 계획이다), 집에 들려 카페트와 기타 쓰레기 처리(이것도 이따 할거다), orbitz 에 연락해 돌아오는 일정 변경하기 등등.. 내일도 바쁘다. 휴. 작년에도 한국가기 직전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올해도 변함이 없다.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를 먹으면 조금은 힘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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