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결국 큰아버지께서 그저께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아버지께 전해 들었다. 모든 장례절차가 다 잘 마무리되었으니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하던 공부 계속하라는 말씀과 함께.

정신이 없다.

연기/된장남

어제 교수님과의 미팅은 frustrating 그 자체였다.  교수님도 답답하셨는지 평소와는 달리 윽박지르기도 하고 답답해 하기도 하고.. 물론 나중에 내가 의기소침해 진 걸 아시고 막 위로해 주셨지만. (그래봤자 뒤늦은 위로.. 난 이미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학기초에 설정한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답답함은 남에게 호소할 수도 없다. 그저 자기 자신만을 탓해야 할 뿐이다. 내일 다시 찾아가서 의논해보겠지만, 아마 한국에 가는 것을 늦춰야 할 것 같다. 다음주까지 페이퍼 하나 뚝딱하고 만들어 내는건 도저히 무리같고, 최소한 보름이나 3주만이라도 이 작업에만 집중해서 뭔가 결과물을 내야 할 것 같다. 아니 그러고 싶다. 교수님은 페이퍼 쓰는 거에 연연해 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가라고 하셨지만.. 요즘 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여기서 조금 더 힘을 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겠다.  큰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시면 한국에 있는 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결정할 듯 하다. 도저히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 가서 즐겁게 놀 여유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한국에 가서도 공부는 계속 하겠지만.. 제대로 무언가를 끝내 놓지 않은 상태에서 노는 것은 체질상 맞지 않는다.

된장남 놀이 하나. 스타벅스서 instant coffee 를 새로 출시했다. 맥심모카골드처럼 되어 있는 일종의 봉지커피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만 출시되었다고 하는데, 호기심에 저녁먹고 오는 길에 들러 나도 한번 사봤다. 세개 들이, 열두개 들이 이렇게 두종류로 판매한다. 세개들이는 3불, 열두개 들이는 12불인가 그렇다. 한번 타먹는 데 1불인 셈. 커피를 못마시는 나이지만, 군대에서 봉지커피는 잘 먹었기 때문에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오피스에 커피 포트 하나 가져다 놓아야 할 듯. 가끔 학교에서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동네 카페에 가서 노트북 켜놓고 설렁설렁 책이나 페이퍼를 읽는다. 차라리 스타벅스면 또 너무  전형적이어서 가볍게 넘어가지, 고풍스런 원목 가구로 장식된 몇십년 전통의 동네 로컬 카페에 가서 컴퓨터를 켜놓고 핫쵸콜렛 하나 내어 놓고 앉아 있다 보면 ‘이게 바로 된장남 놀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정한 된장남의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트북 모니터에는 “네이버 만화” 같은 게 떠 있다.

겉포장은 이렇게 되어 있고.

봉지는 이렇게 되어 있다.

완전 잡담

최근에 서베이 페이퍼를 쓰느라 관련 페이퍼들을 읽고 있는데, 한 전문 분야의 페이퍼들을 읽다 보면 대충 그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게 될 때가 많다. 여러 논문들에 자주 언급되고 또 베이스라인 모델로 사용되는 페이퍼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벤치마크 모델들을 발전시켜서 가장 최근의 현실을 잘 설명하는 모델을 만들어 내는 ‘핫’ 한 페이퍼들이 있다. 전자가 2000년대 초중반에 집중되어 있다면 (가끔 70,80년대 논문들도 아직까지 인용될 때가 있다) 후자는 작년이나 재작년, 혹은 올해 퍼블리쉬된 페이퍼들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후자의 페이퍼들을 쓴 저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최근 떠오른다는 젊은 경제학자들이다. 시니어 학자들이 마련해 놓은 발판을 십분 활용해 총명한 두뇌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그 바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학자들의 경우에는 여기 저기서 모셔가려고 애를 쓴다. 호봉이 적어서 연봉 협상에서도 학교측이 크게 불리할 것이 없거니와 젊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정력적인 학문 활동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Information stickiness 의 Reis (맨큐와 주로 작업했으며 지금 컬럼비아에 있다), International trade 의 Chaney (extensive and intensive margin 으로 유명하며 현재 시카고에 있다) 등이 그런 경우다. 이들의 특징은 박사 학위 논문으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후에도 꾸준하게 좋은 저널에 퍼블리쉬를 계속 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에 내가 좋게 읽었고 또 독립 연구를 위해 제출한 페이퍼의 베이스라인 모델로 쓰려고 하는 Bianca De Paoli 도 그런 이들중 하나다. 그녀의 관심분야는 monetary economics and policy 인데 JIE 에서 최근 나온 페이퍼가 설명력이 꽤 뛰어난 것 같아 그녀의 다른 페이퍼를 기준으로 서베이 페이퍼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현재 Bank of England 에 있으며, LSE 를 졸업했다. LSE 도 monetary  쪽이 좋은 학교인데 그곳에 Benigno 가 있고 아마도(확실히) 그녀가 De Paoli 의 지도 교수였을 것이다. Benigno 는 (당연히) NYU 에 있는 Benigno 의 아내이고, NYU 의 Benigno 는 컬럼비아의 Woodford 와 공동연구를 많이 한다. 이 둘이 함께 쓴 2005년 논문은 현재 나오는 대부분의  monetary policy welfare measurment 와 관련된 논문들의 의 베이스라인 모델이다. Woodford 는 2003년 그 유명한 책을 쓴 사람이고, 내 지도교수인 Devrim 이 Virginina 에 있을 때 출간이 되어 그의 박사학위 논문의 기초를 제공했다. 그는 현재 듀크의 Uribe 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데 Uribe 또한 Woodford 와 공동연구를 많이 한다. 나는 현재 Devrim 밑에서 페이퍼를 하나 쓰고 있다. De Paoli 와 나의 관계는 이쯤으로 설명이 될 듯 하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은 6단계의 관계를 거치면 모두 이어질 수 있다고 했던가. 믿지는 않지만 하여간 나와 그녀는 이러한 관계(같지도 않은 관계)로 이어져 있다. 위에 언급한 모든 학자들은 모두 New Keynesian 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하여간, 결론은 지금부터다. 심심해서 구글 이미지에 De Paoli 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궁금하면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경제학을 전공하는 여자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LSE 라는 좋은 학교를 나와야지만 경제학을 전공하는 이쁜 여자를 만날 수 있나? 라는 나쁜 생각도 하게 됐다. 반성하는 중이다.

시와: 소요

9와 숫자들의 앨범과 함께 네이버에서 구입했다.

시와의 첫앨범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매체에서 동원하는 단어는 ‘전형성’ 이다.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으로 대표되는 여성 포크 뮤지션의 계보를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잇는 그녀의 전형성에 매체들은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오지은조차 공개적으로 반응할 정도이니 어느정도 논란의 여지는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내가 들은 그녀의 앨범은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범상치 않은 ‘공간의 활용’ 을 보여준다. 여백의 미랄까, The XX 의 앨범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노래가 들려지는 부분과 들려지지 않는 부분의 그 찰나의 시간에 일어나는 긴장감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이 들려지지 않는 부분까지 집중하게 만들고, 그래서 노래 하나 하나가 꽉 차 보이게 만든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조용한 집중’ 이 뮤지션에게 향할 때 관객과 뮤지션 사이의 교감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고 시와는 그걸 해냈다.

나는 그녀가 음악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TV on the Radio 처럼 frontier 로서의 역사적인 운명을 띠고 살아가는 뮤지션들도 있지만, 모든 뮤지션들이 그렇게 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음악의 본질중 하나는 아름다움이다. 인간의 본성, 혹은 본성이라고 믿어지는 인간의 내재된 아름다움에 대한 지향점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함께 공감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적인 미덕중 하나인데 시와는 앨범 내내 그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결코 욕심부리지 않았고, 솔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작은 씨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몇번 돌려 듣지 않고 쓰는 글이라 걱정이 앞서지만, 좋은 음악을 빨리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을 애써 긍정해 보려 한다.

최근에야 미국에서도 한국 음악을 합법적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무척 싼 가격에 음원을 내려 받을 수 있었다. 매장에서 직접 씨디를 구입하는 쪽이 뮤지션에게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나의 지출이 조금 더 들더라도 뮤지션이 10원이라도 더 받았으면 좋겠다. 한국 음악의 경우에는 그런 바램이 더 크다. 아무튼, 이번 경우에는 편리함에 경도되어 주저없이 음원을 선택한 경우다.

네이버에서 받았다. 친구의 조언에 따르면 음질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는데, 막귀인 나는 잘 모르겠다.

9와 숫자들의 첫 앨범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대단히 좋다는 입소문을 전해 들은 터였다. 그래서 구입함에 있어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참 괜찮은 앨범이 하나 나온 것 같다. 세가지 정도의 감수성을 잘 버무린 듯한 느낌이다. 산울림으로 기억되는 전통적인 한국의 기타팝, 뉴웨이브로 대표되는 80년대로부터 온 복고적인 전자음악, 그리고 델리 스파이스로 기억되는 90년대 초중반의 인디씬의 풀내음. 영미팝씬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트랜드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홍대씬 특유의 감성을 잃지 않은 현명함이 돋보인다. 이것 저것 가져다 쓰면 정체성을 상실하기 쉬울텐데 그런 우도 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훅이 살아 있고, 멜로디가 맑은 시냇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깨끗하고 단아하다. 가끔 가사에 음악이 묻혀 위악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젊은 인디 뮤지션이 흔히 범하는 치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자연스럽고 이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한다.

요즘 무척 자주 즐겨 듣는 앨범이다.

석별의 춤

비 많이 오는 금요일

비가 많이 온다. 볼더는 비가 좀처럼 오지 않는 곳이다. 겨울에 눈은 많이 오지만, 짧은 봄과 긴 여름을 거쳐 다시 짧은 가을을 지날 때까지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린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같은 장마가 없기 때문일 것이고, 록키산맥이 서쪽에 자리잡고 있어 대부분의 지형에 의한 강우도 로키산맥 서쪽 지역에 집중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며칠전부터 소나기처럼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오늘까지 이어진다. 드문 일이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는 운전하기 힘들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오면 측면과 후면 시야가 거의 가려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한국에서 비올때 운전을 해본적이 몇번 없으니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비오는 금요일 오후. 나는 이제 한시간 후 지도 교수님을 만나 “왜 대체 저는 제가 만든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겠죠?” 라는 질문을 해야 하고, 30분의 짧은 미팅을 마치면 학부생을 상대로 경제학원론의 한 쳅터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또 30분 뒤, 예일에서 온 경제사 교수님의 세미나를 들으러 가야 한다. 이것까지 마치면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 주차장으로 뛰어가 파킹 퍼밋을 갱신하고 성당에 가서 다섯시 미사를 볼 것이다. 여섯시가 되면 슬슬 배가 고플 것이고, 아마 금요일 오후 학교에 남아 있는 불행한 대학원생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주변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컴퓨터로 음악을 듣던지, NBA 플레이오프를 틀어놓던지 하고 오피스에 앉아 풀리지 않는 내 모델을 다시 한번 계산해 볼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international finance 수업의 survey paper 를 위한 자료 수집을 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말내에 페이퍼를 하나 뚝딱하고 만들어 내야 하니까. 그렇게 열두시쯤 되면, 아마 “목숨을 걸고” 빗속 고속도로를 해치며 집으로 향할 것이다.

꽤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다.

비오는 여름의 어느 하루를 좋아한다. 이유는, 내가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느 때에 존재하건, ‘어떤’ 행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차안이나 어느 실내에 앉아 에어컨을 틀어놓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은 정말 괜찮은 순간이다. 만약 내가 밖에 있다면, 우산을 받쳐 쓰거나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물’ 이 내 신체에 주는 어떤 특수한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순수한 물’ 이 얼굴이나 손에 튀길 때의 느낌에 집중할 때가 좋다. 한방중에 내리는 비는 약간 무섭긴 하지만, 빗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나쁘지 않다.

글을 다 쓰고 나서 창밖을 보니 비가 눈으로 바뀌어 있다.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가 보다.

아,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어라.

시와 – 너의 귀에는 들리지 않아 (live)

Girls with Dum Dum Girls, Fox Theatre, Boulder

14일에 본 공연이다. Girls 가 볼더에 온다는 사실을 알고 꽤나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작년 최고의 팝앨범을 내놓은, 참 많이 즐겨 들었던 밴드였기 때문에 학교 바로 옆 극장에 온다는 게 참 반갑고 고마웠다. 지난 한해 Girls 가 얻은 reputation 이 꽤나 거대하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장에 들어가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일행을 포함해 스무명 남짓? 물론 오프닝 밴드가 두팀이나 되었고 실제 Girls 의 공연이 시작할 무렵엔 백명정도는 되어 보였지만, 꽉꽉 채우면 500명 정도 들어갈 것 같은 Fox Theatre 가 그렇게 텅텅 빈 모습은 처음이었다. 인디씬에서 콜로라도는 심리적으로 캘리포니아의 영향권에 있다. 물론 굉장히 독립적인 state 이긴 하지만 최소한 음악적으로는 캘리포니아 출신들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더 범위를 좁혀) 최소한 우리 학교에서는 그렇다. 캘리포니아출신 학생들의 비중이 꽤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아무튼, 꽤나 당황스러운 환경에서 공연을 즐겼다. 아마 UMC (학교 학생회관) 에서 했던 Tapes n’ Tapes 의 썰렁한 공연만큼이나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각설하고, 처음 오프닝밴드는 이름도 얘기 안하고 들어갔고 (대부분의 first opening band 들이 그런 것 같다. 물론 Death Cab 의 첫번째 오프닝은 오커빌 리버였다. 두번째는 앤드류 버드였고 -_- ) 두번째 오프닝 밴드가 Dum Dum Girls 였는데…

Too hot..

검은색의 고딕한 의상과 메이크업, 미니스커트, 망사스타킹.. 스캇과 난 넋놓고 그저 바라볼 수 밖에.. 특히 보컬이자 밴드의 코어인 Dee Dee 의 숨막힐 듯한 자태는.. oh no.
근데 음악도 상당히 좋았다. (정말로 순수하게 음악이 좋았다)

정말 음악도 좋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서브팝과 계약했고, 이번에 나온 새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평들도 괜찮은 것 같다. 나중에 Girls 공연까지 객석에서 함께 구경했고 마지막 곡에서는 코러스까지 해줬다.


Girls 의 콘서트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스캇과 나는 Dum Dum Girls 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무척 사이키델릭했고, 또 생각보다는 팝적인 감각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었다. 지난해 최고의 팝송이었던 “Lust for life” 와 “Laura” 를 부를때는 전율이 흘렀다. (곡제목이 확실치 않다) 결코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였고, 적은 관객수에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콘서트를 진행시켜 나갔다. Allmusic 에는 이들이 Spiritualized 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그리 크게 틀린 소개는 아닌 듯 하다. 팝적인 멜로디가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속에 펼쳐진다. 프론트맨인 크리스토퍼 오웬은 대단한 아우라를 지닌듯 했다.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 공연은 Antlers 다. 스캇이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공연날이 시험 전날이어서 스캇은 포기. 아직 같이 갈 대상을 구하지 못했다.

검사와 스폰서

난 아직 안봤는데 오늘 내일중으로 다운받아서 보려고 한다. 아마 미주 한국인들을 위한 스트리밍 사이트에도 곧 올라오겠지.

한가지 확실한건, 검찰이 이 혐의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한명숙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이건 70세의 구미에 사시는 박정희 찬양자 김모 할아버지도 아실 것이다. 여러가지 물타기가 한국 언론들에서 난무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곧 죽을 날이 별로 안남은 황장엽을 죽이기 위해 남파했다는 간첩 두명은 그냥 웃어 넘겨도 될 것 같다. 아마 어느 댓글들처럼 이제 서해에 출몰하는 크라켄을 잡기 위해 해군이 출동했다던가, 소말리아의 해적이 서해에서 활동한다는 뉴스도 들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김정일의 최신 무기 레이저빔을 실제로 보게 될 것도 같아 두근거린다.

그냥 노골적으로 한명숙이 싫어. 정권더 오래 해쳐먹고 싶어, 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내가 아는 친구도 이제 곧 검찰이 되고, 또 오서방의 오라버니도 곧 검찰이 되실텐데, 심히 걱정된다. 개인 한사람의 의지만으로 이 썩어빠진 시스템이 고쳐지는 게 아니거든. 결국 윗선에서 소신을 가지고 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제 곧 말단 검사가 될 몇몇 지인들의 미래가 정말 우려스럽다. 접대를 받더라도 제발 아가씨들 심하게 굴리지는 마.. 학을 뗀데잖아. 얼마나 변태적으로 놀길래.

Laura Marling: I Speak Because I Can


최근에 알게 된 영국의 신성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두번째 앨범. 그녀는 이미 2008년 데뷔앨범으로 머큐리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전력이 있다. 이제 갓 두장의 앨범을 발표한 이 약관 스무살의 아가씨는 영미 미디어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가디언은 별 다섯개를 주며 베스 오튼과 닉 드레이크, 심지어 레드 제플린에 비교했고, 피치 포크는 캣 파워와 닉 케이브, 페어포트 컨벤션을 언급했다. 도저히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 목소리로 인상적인 선율을 이어 나간다. 결코 오버페이스하는 법이 없이, 매 순간 ‘확신’ 에 차 있는 듯한 태도로 거침없이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Rambling man” 은 올해의 베스트 트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귓속에 잔향이 계속 울려 퍼지는 것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하는 내 취향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진짜 괜찮은 new british folk music.

rambling man music video

Ali Farka Touré and Toumani Diabaté: Ali and Toumani

2005년 여름, Mail 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Ali Farka Touré 는 녹음을 위해 영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Kora (21현으로 된 전통악기, 하프의 일종이라고 한다) 의 대가인 Toumani Diabaté 를 만나 함께 곡을 쓰고, 녹음을 하며 앨범을 완성했다. 당시 Touré 는 이미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 있는 상태였지만, 앨범은 완성됐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유작을 남기고 2006년 세상을 떠났다.

이미 한차례의 협연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이 듀오의 마지막 앨범은 이러한 뒷얘기를 모르고 듣는다고 해도 한없이 맑고, 아름답고, 또 깨끗하다. 나는 말리에 가본적이 없지만 호주에 잠시 머물때 말리 출신 할머니의 집에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분에게서 말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자세히 전해 들었다. 그분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하기 전에, 이미 나는 그분이 내게 내어주신 양고기 스테이크에 경도되어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이 앨범은 그 할머니가 전해주신 말리의 해변만큼이나 깨끗하고, 또 그 양고기 스테이크만큼이나 따뜻하다.

아침에 학교가는 길에 들어도, 나른한 오후 책을 읽을때 들어도,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밤 열두시 즈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들을 때에도, 늘 좋은 음악. 그런 음악이 몇이나 있을까. 나에겐 이 앨범이 그런 경험을 주었다. 가끔 너무나 좋은 선율에 취해 원래 하던 일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매 초 매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어느새 한시간 남짓 흐른다. 하루 24시간중 행복감을 느끼는 한시간, 이 앨범을 듣는 시간이다.

Beautiful farewell.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떠나 보냈다.

언젠가부터 유튜브 링크가 안걸리기 시작한다. 이들의 생전 연주 모습은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