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블로그 읽기

내가 현재 받고 있는 rss feed 는 총 49개. 랩탑을 휴대하건 안하건 하루에 반드시 한번은 rss 확인을 하고, 너무 바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글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정보전달 차원에서 등록해 놓은 몇 몇 ‘되게 유명한’ 블로그들의 글은 사실 잘 읽지 않고, 개인적인 목적에서 운영중인 사적인 블로그들의 글은 되도록 꼼꼼히 챙겨 읽으려고 한다.

지난 해 의도적으로 음악 관련 블로그들의 구독을 늘렸다. 이유는 뭐.. large number of variety induces the increasing of our welfare 이기 때문에 -_- ㅋㅋㅋ 거의 대부분의 의견에 동감하게 되는 daft 님의 블로그와 felix 님의 블로그만 구독했는데 조금씩 유명한 음악 블로그분들의 블로그도 챙겨 읽기 시작했다. 그분들의 의견에 반드시 동감한다거나 follow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나의 음악을 듣는 특유의 방법때문에 구독의 양을 증가시키고 있는 중이다.

출발은 보통 메타크리틱에서 한다. 왠만한 신보 소식은 커버가 되며 어떤 신보가 여러 매체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까지 알 수 있으니까. 피치포크, 스틸러스, 가디언같은 좋은 수준의 온라인 매거진들은 내게 조금 더 깊은 정보와 ‘이 음반을 구입할 것인가’ 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대한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글로 된 전문가의 의견을 보고 싶거나, ‘한국인의 시선’ 을 알고 싶을 땐 이런 블로그들을 이용한다. 이 음악 전문 블로그들은 또한 내가 음악 감상을 한 후 나의 감상과 판단이 과연 정당한가를 비판하고자 할 때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많이 ‘배운다’ 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고 또 정확할 것 같다. 내가 뭉뚱그려 느끼던 음반에 대한 감상을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유려하게 표현하는 필자분들의 블로그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다.’ 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의 취향은 퍽 한정적이다. 카테고리를 봐도 그렇고, 한 카테고리안의 다양성 정도를 봐도 그렇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다. 혹은, 기본적으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졌거나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묘한’ 내면적인 확대를 꾀할 수도 있다. 일종의 대리만족, 혹은 동감을 통한 자기 안정같은 거라고나 할까. 나의 블로그 읽기에는 타인의 삶을 훔쳐 보며 희열을 느끼는 관음증적인 시각은 거의 없다. 한 개인의 블로그는 철저히 조작,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읽는 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하지는 않고 읽는 편이다. 다만 기본적인 호감과 최소한의 편애는 있다. 나는 누군가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물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이야기해 주는 편이다. 그 목록의 가장 중요한 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나의 취향을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고, 어쩌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좋은 단서가 이미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몇년째 계속 찾아가게 되는 블로그들도 있고, 지난 해에서야 비로소 발견하게 된 좋은 블로그들도 있다. 전자는 전자대로 진득한 정같은게 있고, 후자는 후자대로 몰랐던 것을 배워가는 맛이 쏠쏠하다.

배운다, 라는 게 꼭 특정 전문 지식이나 정보의 획득에만 국한되어 쓰이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그분들의 일상을 통해, 그냥 주절 주절 떠드는 수다를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배운다. 어떤 때는 감정적으로 격하게 동감이 되어 함께 아파도 했다가, 어떤 때는 마치 내 (오프라인) 지인이 좋은 일을 맞이한 것처럼 진심으로 기쁘기도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의 관계는 철저하게 다르지만, 어느 한쪽이 더 우위에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관계의 고리가 단단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특정 관계에 쏟는 애정의 정도는 -최소한 나에게는- 거의 일정하고 또 고르다.

성격이 별나고 예민한 편이어서, 싫어하는 것은 결코 곁에 두지 않는 편이다. 그런 성격의 극단적인 면은 군대에서 많이 누그러뜨리고 또 늙어가면서 조금씩 뭉툭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이 날이 서 있는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잔정조차 주지 않고, 심지어는 함께 말을 섞는 것조차 기피한다.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라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를 넘어서서 더이상의 관계 유지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면에서는 상당히 냉정한 편인 것 같다.

블로그도 같은 이유에서 가끔 정리할 때도 있다. 지난해에도 그렇게 몇개의 블로그를 정리했다. 안타깝거나 하지는 않다. 그냥 인연이 안닿았겠거니, 생각하고 넘긴다. 블로그라는 게 참 재밌는 것이, 성격이 잘 맞지 않으면 정말 온라인상의 관계가 끊기게 된다. 실제로 본 적이 한번도 없고, 소통의 빈도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맞냐 안맞냐는 금방 알 수 있다. 블로깅이 하나의 사회적 관계라고 내가 확신하는 이유중에 하나다.

지난 해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리플을 잘 달지 않았다. 올해에는 리플을 많이 달아 드려야지.

12 thoughts on “지난해 블로그 읽기

  1. 오… 공감합니다. 근데, 저도 이제 글을 써보는 입장이 되보고, 내자신이 쓴 글이 내 생각대로 안 써지는 경험도 하다보니, 분명 다른사람들도 그럴것 같아서 (설마 나만?!) 글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가 어려운것 같아요. 그래도… 확실히 느껴지는 애착의 차이는 있는것 같네요.

    • 그쵸. 자기가 생각한대로 글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저는 그래서 판단은 하지 말고 좋아하자 주의입니다 :)


    • 파일 받으셨어요? 전 다락방님만 보면 계속 그 생각만 나요.

    • 저 몇번이나 다운로드를 눌렀는데 그건 안받아지고 엄하게 계정 만들고 바탕화면에 뭐 이상한거 잔뜩 깔아놨어요. 어휴..

      결국 오늘 바탕화면에 깔아진거 다 지우고 인터넷으로 해외주문 시켰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영어가 짧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요? ㅜㅡ

    • 제가 잘못 보낸 거겠지요. 이미 주문하셨어요?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쩝. 아무튼 노래만 잘 들으면 됐죠 뭐 ^^:

    • ^^; 어떻게든 공짜로 듣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안타깝네요.. 다음에 우리 다시 시도해 봐요!

    • 지니님 블로그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댓글을 달고 있는 겁니다 :)

  2. 블로그는 싸이월드같은 SNS와는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사진 등을 통해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끌리기 보다는… 그런 구경 너머의 무엇에 끌리게 되는 거 같아요. 같은 내용이라도 그 사람이 보여주는 시선이라던가. 그리고 그렇게 관심 가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 게 또 좋고요. :)

    좋아하는 사람에게 쏟는 애정의 정도는 온/오프 우위를 가릴 수 없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마음 맞는 사람에게는 가고야 마는 게 마음.

    • 맞아요. 그냥 훔쳐보는 차원을 넘어선, 관심과 애정이 잔뜩 들어간 울타리너머 세상이랄까요.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감하다가, 어떤 때는 정말 괜찮을까,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아직 전 온라인상의 관계에 대해 어떤 명확한 철학이나 관점이 있는 건 아닌데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냥 조금 더 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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