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차관 금통위 참석

한은이 중통위에 재정부 차관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표결까지 하겠다고 한다. 행정부쪽과 중앙 은행쪽이 반드시 의견을 맞춰야 하는 법은 없지만, 현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경우 시행하는 정책이 서로 다를 수가 있고, 이때문에 어느 정도 디스토션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이고 행정부는 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집단이다. 세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 어디로 흘러 나가는지에 대해서는 행정부만 신경쓰면 되고, 금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판단하는 역할은 중앙은행만 신경쓰면 된다.

Inflation Targeting 이 OECD 일부 국가들에 의해 시행된지 20년 정도 됐고, 현재까지 이 타게팅 모델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서구의 경제학자들 – 서구에서 활동하는 전세계의 경제학자들 – 이 한결같이 동의하는 부분은 중앙 은행의 ‘독립성’ 과 금리 조정 기조의 ‘일관성’ 이다. 후자에 대해서는 Kydland 와 Prescott 의 1979년 논문에 잘 나와 있으니 생략. 중앙 은행의 독립성 부분은 다시 말하면 행정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게 경제적 효율성을 증가시킨다는 말이다. 미국도 FRB 의장을 현직 대통령이 임명하기는 하지만, 임기가 철저히 보장되고 임명 이후에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는 FRB 에 어떤 실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물론 미국은 로비의 힘이 하도 강해서 의문이긴 하지만) 뉴질랜드나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통화정책이 반드시 재정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조직과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조직이 상대방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라는 정확한 정보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정보가 완전하다면, 그 안에서 최적의 정책을 ‘준칙’ 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디스토션은 최소화된다.뭐 전형적인 네오 클래시컬 이론인데 이게 맞냐 틀리냐를 떠나서 지금 정부는 전적으로 자신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출구 전략을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크기와 방향으로 시행하느냐의 문제는 현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 전적으로 달려 있어야 한다. 이 판단이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분명한 정치적, 경제적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경기 선행 지수들을 꼼꼼히 살피고 미국이나 중국같은 큰 나라들의 중앙 은행이 금리를 어느 시점에 인상하는지도 예의 주시해야 하며, 미국의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예측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등, 나같은 애송이는 모르는 많은 부분들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공무원 집단이자, 학자 집단이다. 한국 은행의 정책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들은 미국에서 PH.D 를 받고 온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central banking 하는 양반들이 그러하듯 현실과 이론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형태의 decision making 을 한다. 지금 미국의 각 지방 FRB 나 유로존의 수 많은 중앙 은행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현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다 못해 투자 은행들이나 IMF 같은 거대 국제 조직들도 본인들만의 저널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지금 상황을 분석한다. 정보는 이미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 은행은 독립성을 기반으로 독립적인 금리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나는 내가 경제학에 흥미를 가진 뒤 단 한번도 한국 은행 총재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코멘트조차 듣지 못했다. 한마디로 재정부쪽에서 간섭을 해야할 이유가 없는 집단이다. 간섭을 해서도 안되는 집단이고. 뭐 옛날에는 한국 은행 부장급이 새파란 재정부 과장급한데 굽신거렸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쪽 바닥의 서열같은 문제를 떠나서 건들게 있고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와중에 중앙 일보는 ass sucking 을 신나게 해주고 계신데, 재정부 차관이 중앙 은행의 금리 결정 회의에 들어간 예로 영국과 일본을 들었다. 지금 전세계에서 최악의 경기 상황을 가진 두 나라가 영국이랑 일본이다. 그것도 장기 불황.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두 섬나라를 예로 들었다. 실업률 최악의 나라와 경제 성장률 최악의 나라의 예를 들어 주고 이런 나라들에서 재정부의 간섭을 허락하는데 왜 한국은 안하냐고 하면, 한국도 같이 한번 망해 보자는 얘기? 이런게 매국노가 아니고 뭐가 매국노인지.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까. 메이저 신문사의 기자란 양반들은 공부는 전혀 안하고 저녁마다 접대만 받다가 아침에 술에 덜 깨서 그냥 끄적거려서 내는 게 기사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난 학기 텀페이퍼는 강만수라는 한마리의 똘아이가 어떻게 한국 경제를 파탄낼 수 있었는지를  분석함에 있어 기본 바탕이라도 세우려고 했었는데, 시뮬레이션 결과가 다행히 내가 원하는 쪽으로 나와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번 학기에는 본격 강남 대형 교회 출신 위정자들의 행태 까는 페이퍼를 써보려고 구상중이다. 잘못된 부동산 시그널을 주고 대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그릇된 소비 패턴을 만들게 강제한다음 콩고물 팥고물 다 뺏어 먹고 다시 위선적인 announcement 로 대다수의 국민들을 속이려고 드는, 아주 못된 심보를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깔 수 있을까를 궁리중이다. 지방 정부와 국회, 행정부까지 이런 사람들의 손에 넘어간 지금 단 하나 이 잘못된 패턴을 수정할 권력 주체가 있다면 그건 한국의 중앙 은행, 한국 은행이다. 지금 이명박이 어떻게든 건드려 보려고 하는게 한국 은행의 독립성이고, 만약 한국 은행까지 현 정권의 손아귀에 넘어 간다면 정책을 수정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마디로 지금 정부는 기본 개념부터가 없는 집단이다.

diary

2010년이 시작된 지 벌써 6일이나 지났는데, 아직 아침과는 많이 가까워 지지 못했다. 여전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오늘은 중요한 시험 하나를 치뤘다. 실질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방학은 4일정도. 다음주 월요일이 개강이다. 5월 초까지 정신없이 한학기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나는 한국에 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랜만에 자유 시간을 맞이해서 쇼핑몰에 가서 지인 교수님의 새아기 옷을 두벌 샀다. 땡스기빌 브레이크에 태어난 아기다. 아직 얼굴은 보지 못했다. 교수님께 전화드렸더니 아직 경황이 많이 없으신지, 나중에, 나중에 보자, 이말만 계속 하셨다. 과 동기 형님의 새로 태어난 아기 옷도 한벌 샀다. 역시 언제 드릴지는 모르겠다. 이쁘게 포장은 했는데 여차저차하면 결국 또 개강하고 전해 드릴지도. 애기들은 쑥쑥 크는데 하루라도 빨리 입혀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 약간은 조급해 졌지만. 뭐. 어뜨카냐. Janie & Jack 이라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애기옷 브랜드가 있다. 경기가 불황이라 요즘엔 60% 까지 세일을 한다. 덕분에 마음에 쏙 드는 남자 애기 옷 두벌과 여자 애기 옷 한벌을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이번 달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지출인 것 같다.

한국도 요새 많이 춥다고 전해 들었다. 눈도 많이 내린다고 하고. 신기하게도 지금 내가 사는 곳과 서울의 날씨가 비슷하게 흘러갈 때가 많았다. 여기가 더우면 서울도 덥고, 여기에 비가 내리면 서울에도 비가 내렸다. 우연치고는 날씨의 일치를 너무 자주 경험했다. 지금 볼더는 영하 20도 정도. 내일은 25도까지 떨어질 거라고 한다. 서울은 최저 기온이 영하 13도 정도이니, 피차 일년중 가장 추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오늘 하루종일 부슬 부슬 눈이 내렸는데, 낮 최고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음으로 변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날씨가 이렇게 많이 추울 때에는 차디찬 운전석에 앉아 히터의 열이 나올때까지 벌벌 떠는 것도 고역이지만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몹시 참기 힘들다. 시간에 딱 맞춰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에 5분이나 1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나가는 성격인데 버스 시간표가 정해져 있는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나의 이런 버릇이 안좋게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느새 방한용 모자를 아침에 챙기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내일은 KS 누나가 한국에 잠깐 다녀 온다. 일주일정도. 항상 내가 라이드를 해주고 마중도 나갔었는데 내일 (그러니까 이제 한시간 뒤 -_-;) 은 아마도 날씨때문에 불가능할 듯 하다. 아까도 잠깐 쇼핑몰에 다녀오면서 고속도로를 탔는데 완전 눈밭이어서, 차라리 버스를 타고 가는게 안전하다고 둘이서 결론을 내렸다. 아웃백이면 또 모를까, 2륜구동 세단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 길이다. 공항을 많이 좋아하는 나이지만, 최근 진욱군의 방문도 있고 해서 공항에 약간 질려 있는 터이기도 했고. KS 누나는 갑상선암을 몇년전 앓았고 그게 뇌쪽으로 전이되는 바람에 작은 종양이 생겨서 그 문제로 최근에 또 고생을 했다. 방학마다 한국에 들어가 수술을 받던가 치료를 받던가 해야 했고, 평생 복용해야 할 약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닌다. 같은 병을 앓았던 진욱군에게 대충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니 아무리 죽을 병이 아니라 해도 암은 암이구나 싶었다. 이번 한국 방문도 병원 검진과 의사와의 면담등을 위한 방문이어서, 본인도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다. 개강 첫주를 빠지고 가는 데다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은 몸에 피로만 가중시킨다.  피곤한 여행길이다. 마음도 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일주일이 될 것이 뻔하다.

결국 이번 방학에도 책을 읽지 못했다. 유일하게 책을 읽을 수 있던 시기는 크리스마스 언저리였는데, 그 때도 시애틀로 여행을 가버리는 바람에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여행지로 가지고 간 책은 몇페이지 펼쳐 보지도 못했다. 스스로를 탓할 일이다. 시간을 조금 더 알뜰하게 써야 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는데, 몸에 잔뜩 베여있는 이 게으름이 나의 의지를 번번히 꺾어 놓는다. 당분간 더이상의 책 구입은 뒤로 미룬채 쌓여 있는 책들부터 처리해야 겠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그럴 시간조차 허락될 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전공 서적 의외의 책을 읽는 행위가 상당한 마음의 평안을 가져온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차를 팔지 팔지 않을지는 계속 고민중이다. 각각의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학기 이후의 내 진로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차를 팔아야 하는 이유다. 경기 불황의 여파가 각 학교들의 재정상태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는 시기가 올해와 내년이라고 판단할 때, 내가 다른 학교에 어드미션을 받는다 하더라도 펀딩없이 받게될 확률이 높다. 그 때는 어쩔 도리없이 부모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전에 최대한 부모님의 도움없이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볼더에 계속 남게 된다면, 정식으로 이 곳에 맞는 차를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차를 팔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의 생활을 위해서다. 차가 없다면 생활 반경이 큰폭으로 줄어 들고 생활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심화된다. 하다 못해 장을 한번 보려고 해도 남의 도움이 필요하고, 커피를 한잔 마시려고 해도 몇십분 버스를 타고 ‘읍내’ 로 나가야 한다. 우체국까지 가는 대중교통수단은 아예 없고, 가장 가까운 생필품점은 걸어서 30분 거리다. 이런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한학기를 꾸려 나갈 자신이 아직은 없다.

한국으로 보낸 카드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분들이 주변에 많아서, 항상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간다.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덜컥 무슨 일이 나지는 않을까 하는 안좋은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는 크리스마스 전에 카드를 보내는 것 밖에는 없는 듯 하다. 그거라도 제때 들어가면 좋은데, 미국도 한국도 연말연시를 맞아 우체국들이 불이 난다고 하니, 내 뜻대로 되는 게 진짜 하나도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새벽 네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외풍이 다 들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