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 Allen – It’s not me, It’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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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 Allen 의 두번째 정규 앨범이다. 전작이 변형된 종류의 아이돌 팝 음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두번째 앨범에서는 릴리 알렌이 ‘아티스트’ 로서 어느정도 존재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작점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데뷔 앨범이 발매되고 나서 릴리 알렌은 끊임없이 영국의 가십란을 장식하며 화려한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을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미디어를 통해 조금씩 확립되어 간 그녀의 ‘이미지’ 는 실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 를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그 곳에 무언가가 조금씩 쌓여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녀를 조금이라도 관찰해 본 사람들에게는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첫곡부터 마지막까지 상당히 날렵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어느 한 구석에 정체되지 않고 통통 튀며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 낸다. 너무 산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고리타분하지도 않은, 신세대 여성 솔로이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맥시멈의 한 부분을 느끼게 된다. 딱히 새로운 시도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재기 발랄한 그녀의 -미디어로부터 보여지는- 성격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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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알렌이라는 뮤지션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중엔 개인적인 경험도 한 몫을 한다. 한국에 있을 때 몇몇 친구들의 엠피3플레이어에 음악을 넣어 주던 때가 있었다. 음악을 즐겨 듣는 분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텐데, 그 중 여자 친구들이 유독 릴리 알렌의 음악을 좋아했다. 어떤 친구는 “Little thing” 의 가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도 했다. 그녀의 팬층중 상당 부분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이라고 생각한다. 릴리 알렌의 음악과 가사가 젊은 여성들의 공감대를 쉽게 끌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그가 직접 쓰는 가사들은 나같이 늙어 가는 남자가 본능적으로 느끼기 힘든 ‘그 여자들만의’ 감성을 잘 공략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 이 아닌, 젊은 여성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음악적인 표현에 굉장히 능수능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도 뮤지션의 힘이다. 가령 “Fuck you” 같은 곡을 나는 그저 “참 발랄하네” 정도의 느낌으로 이해하지만, 어떤 여자 친구는 더 큰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속이 시원하다”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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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able albums in 2009

당연히 내 기준. 내 기준으로 올 해 참 좋았던 앨범들을 간추려 본다. 올 해는 좋은 음악을 참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음악은 내게 그런 것 같다. 내 인생 곡선이 하향세를 그릴 때 좋은 음악이 귀에 많이 걸쳤다. 내 삶이 행복으로 가득차던 순간, 음악은 그곳에 없었다. 내 삶의 모든 순간 순간마다 음악을 온전히 껴안을 만큼의 깜냥이 아직 내겐 없나보다. 아쉬울 때만 신을 찾는 사이비 신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순위는 없다. 그렇다고 알파벳 순도 아니다. 변별력을 위해 23장을 선별했다. 앨범 커버는 귀차니즘으로 인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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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odos – Visiter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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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Big Pink – A Brief History of Love

still Purity in moder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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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nimal Collective – Merriweather Post Pavillion

bookmark in our music history. notable mention, but not significant as much as Arcade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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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Bat for Lashes – Two Suns

내가 여성 솔로이스트를 좋아하는 이유. 그 거의 대부분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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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randi Carlile – Give up the Ghost

조금 더 자기 목소리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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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ntony and the Johnsons – the Crying Night

He sings with his soul. 4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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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e Antlers – Hospice

It reminds Arcade Fire’s debut album. Can the Antlers survive like Arcade Fire? This album maybe their best album in their band career. But, they can still produce some good musics.

8. Lily Allen – It’s not Me, It’s You

Escaping from mediocrity without innovative action. One of the strongest proofs that an artist’s ego is the most important factor to create the album’s co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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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난 기본적으로 슈게이징에 약하다. The most beautiful sound in this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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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Girls – Album

Fun to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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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anic Street Prechers – Journal for Plague Lovers

‘핫 뮤직’ 커버로 이들이 나온적이 있다. (놀랍게도 사실이다!) 그 이후로 10년도 넘게 흘렀다. 더이상 3집을 그리워 하지 않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앨범은 아니지만, 하향 곡선을 그리던 밴드의 역사를 반등시키는 계기가 되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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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Nirvana – Live at Reading

앨범을 듣고 있으면 몸이 움직인다. 나 역시 14살때로 돌아간 것 같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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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소라 – 7

사려깊은, 더 사려 깊어진 음반. 조금 더 깊게 그녀 개인에게로 침잠해 들어간 만큼, 주변을 돌아다 보기 시작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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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irty Projectors – Bitte Orca

They go to everywher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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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the XX – the XX

The Most shocking debut album in this year.  Furthermore, simply, this is just “the album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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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Phoenix – Wolfgang Amadeus Phoenix

로큰롤. 아름다운, 기본에 충실한, 재미있는 로큰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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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3호선 버터플라이 – Nine Days or a Million EP

기본적으로 성기완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존중하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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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leet Foxes – Sun Giant EP

명불허전. 그들의 새로운 음악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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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Yeah Yeah Yeahs – It’s Blitz!

이들이 음악적으로 ‘성숙’ 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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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Grizzly Bear – Veckatimest

인정한다. 하지만 곡마다 편차가 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완전한 지지를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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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amera Obscura – My Maudlin Career

The Most Lovely sound in this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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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Doves – Kingdom of Rust

They are still there. They are still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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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Tom Waits – Orphans

This is his story. That’s  it.

우울한 연말

부모님께 새해 안부 인사는 드려야 했기에, 한국 낮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가 받으셨다. 누나는 새벽 일찍 작업 들어간 남정네와 스키를 타러 갔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미사를 본 후 쏜살같이 하동으로 내려가셨다고 하셨다.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맞이하는 첫 새해인 듯 했다. 어머니는 떡국 재료를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고, 나는 새해에 좋은 소식 전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진욱이 왔다 간 이야기도 하고, 하동에 있는 뽀미 얘기도 하면서 15분쯤 더 수다를 떨었다. 돈문제때문에 죄송하다고 한번 더 말씀드리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어머니가 “더 할 말 없니?” 라고 하셨을  때 목이 메여 도저히 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 “없다.” 라고 짧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인사말도 제대로 못 전한 채 전화를 끊고, 냉장고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오랫동안 운 것 같다.  그냥 부모님께 계속 송구스러운 결과를 전해 드려야 하는 사실이 너무 서럽기도 했고, 여러가지 의미에서 능력도 안되는 놈이 큰소리 치며 여기까지 와서 구차하게 하루 하루 연명하며 살아가는 게 너무 부끄럽기도 했다.항상 부모님과의 전화에서는 괜찮다고, 다 잘될거라고 안심시켜 드리는 입장이었는데, 모든 게 엉키고 망가져서 나혼자 서 있기도 힘든 오늘 저녁만큼은 도저히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허세를 부릴 수가 없었다.

이제 한 5분 남았다. 정말 진저리처질 정도로 기억하기조차 싫은 일들이 너무나 많았던 2009년이 이렇게 끝나 간다. 제발, 제발 나의 2010년은 2009년보다는 괜찮았으면 좋겠다. 오늘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는 내내 기도했다. 제발, 제발 다음 한해는 올해보다는 괜찮아 지게 해달라고.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