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어제 한국인 형님 한분이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해주셔서 경수 누나, 룸메이트 형님과 함께 갔다. 아이오와에 계시다가 논문이 잘 되지 않아 콜로라도로 오신 분인데, 지난 학기 함께 TA 를 하면서 가까워 졌다. 함께 수업을 듣지 않아서 직접적으로는 알 수 없었으나 주위에서 들리는 바에 의하면 굉장히 똑똑하시고, 아시는 것도 많으시다고. 한학기동안 수고했다며 저녁 식사를 한상 가득 차려 주셨다. 아주 미인이신데 요리도 엄청 잘하시는 형수님과 똘망똘망한 아들내미 둘과 함께 family housing apt 에서 살고 계셨다. 난 미국에서 수육을 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굉장히 맛있어서 계속 먹다가 그만 탈이 나서 소화제를 먹고 겨우 진정이 될 수 있었다.

첫째 아들 이름은 태경이인데, 내가 이곳에 와서 겪은 모든 아이들보다 월등히 매력적이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그 집에 머무는 몇시간동안 내내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면서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아이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 나조차 애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참 이쁘고 귀여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영어 이름이 Justin 인데 이름의 기원이 단순하게도 Justin Timberake 라는 거 정도?

아이오와에서 2년, 뺑소니부터 강도까지 갖은 고생을 다 겪으며 코스웤 과정을 우월하게 마치고도 교수와의 논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 이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심정은 과히 좋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가 둘씩이나 딸린 가족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형님의 어깨가 처져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제 막상 집에 가서 그 가족이 사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됐다. 이런 가족과 함께라면, 그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쉽게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못할 것 같다.

참 부러웠다. 어쩄거나 나는 지금 혼자이고, 당장 결혼할 계획도 생각도 없으니, 나에겐 너무나 먼 미래요, 단기간에 맛보지 못할 꿀맛같은 행복이다.

사랑이 그리 먼 곳에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딘가에 운명처럼 쥐죽은 듯이 기다리고 있는 절대 반지같은 보석도 아닌 것 같고. 누구를 만날 것이냐는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가정이 있으신 유학생 형님들의 집을 하나 하나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뭐가 보이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등등. 학교 밖에서도 배우는 건 참 많다.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배움이다. 배움은 배움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내 몸에 체화되어 발현이 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되기 까지 많은 수련이 필요한 것이고.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참 궁금하다.

6 thoughts on “dear

  1. Justin Timberake..ㅋㅋㅋ

    전 지금까지 아주 많이 부러웠던 부부는 없었던터라 결혼 생각은 없지만
    그 형님 부부라면 저도 결혼이 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어떤 느낌, 분위기인지 알 것 같아요.
    제 상상 속의 가족일지도 모르겠지만요. :)

    • 저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된 것 같아요. 혼자 있는게 아직 이리도 편하고 좋으니..그래도 부럽긴 하더라구요.

  2. 저스틴, 이름의 기원이 저스틴 팀버레이크인게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인 1인……이랄까요(퍼퍽) ㅋㅋㅋㅋ

    글 읽으면서 예전에 선배오빠께서 술자리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가족은 정말 소중한 ‘짐’이라구.. 그 ‘짐’덕분에 한번 더 참고 더 열심히 살고 열번 더 웃을 수 있다구요.. 참 부럽고 굉장히 존경심이 들던;

    행복한 가정을 꿈꾸긴 하지만 저도 아직은 혼자가 이리도 편하고 좋으니..(2)

    • 근데 애기들 보면 정말 ㅠㅠㅠㅠ 급 결혼하고 싶어지다가도요.
      그 애기들한테 얽메여 평생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또 젊음이 아깝기도 하고요.
      이런 걸 보면 스스로 아직 멀었다 싶어요.

  3.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 기억 하시는지.. 오랫만에 들러 인사말씀 남기고 갑니다^^
    방명록이 없어 여기에 쓸 수 밖에 없네요ㅎ
    계신 곳에서도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가요?
    즐거운 성탄절과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요새 잠수 중이랍니다^^;
    베이스볼파크에서 오프모임을 가졌었는데,
    제가 의도하지 않은 오해가 생겨 혼자 고민 중에 있거든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랄까.. 한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제 기본적인
    원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지만 나름의 자존심(?)으로ㅋㅋ
    혼자 이겨내 보려고 합니다.
    한번도 뵌 적 없는 분인데도 참 마음이 따뜻하신 거 같아
    저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네요^^;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잊지 못할 2009년이 될 거 같아요.
    walk-off님을 만나게 된 것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게요~
    늘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__)

    • 어머! 김민님! 쪽지 확인하세용!

      너무 인기가 많아서 피곤하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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